백두대간 지리산과 덕유산 등 산의 고장 함양
29일 저녁 7시 10분 KBS1 방송

[문화뉴스 이현기 기자] 백두대간 지리산과 덕유산이 아늑히 보듬어주는 경남 함양.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무려 15개에 이르고 전체 면적의 78%가 산지인 산의 고장이다. 대를 이어 지켜가는 오랜 전통의 향기와, 지리산의 품만큼이나 넉넉한 인정이 가득한 동네, 경남 함양으로 193번째 동네 한 바퀴 여정을 떠나본다.
 

지리산 둘레길 무료 커피대 & 세진대

 사진 = KBS1 제공

지리산 둘레길을 걷던 이만기의 눈에 파라솔이 보인다. 둘레꾼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작은 휴식처를 마련해 무료 커피를 나누고 있는 손창원 씨.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손창원 씨의 사연을 들어본다. 

지리산 둘레길의 여러 구간 중에서, 4코스에 속한 휴천면 송전리 송대마을 인근에는 수령 400년이 넘는 마적송(馬迹松)과, ‘먼지와 때를 씻는 곳’이란 의미를 지닌 넓고 평평한 너럭바위인 세진대(洗塵臺)가 있다. 세진대에 오른 이만기는 함양 한바퀴 여정을 위해 아내가 특별히 싸준 도시락을 먹으며 기운을 충전한다.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이끌다, 귀촌 청년의 산골 빵집

사진 = KBS1 제공

함양 병곡면 대봉산 자락 500미터 고지, 이 깊은 산골에 덩그러니 빵집 하나가 있다. 귀촌 청년 김다솜 씨가 운영하는 비건 빵집이다. 비건 빵이란, 우유, 버터, 달걀 등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빵을 말한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틈틈이 빵을 배웠던 다솜 씨는, 함양으로 귀촌한 부모님을 따라 2년 전 함양에 와서 비건 빵집을 시작하게 됐다. 모든 빵은 쌀가루로 만들고 재료는 대부분 함양에서 생산된 것들만 쓰는 것이 특징인데, 아카시아 조청을 만들기 위해 산으로 아카시아를 따러 다니고, 쑥 식빵을 만들기 위해 쑥을 캐러 다니는 등, 지리산 자연의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골 빵집의 건강한 빵을 맛보고, 함양 산골에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이끌어 가는 다솜 씨의 야무진 도전을 응원한다.

함양의 문익점, 국내 유일의 목화장인

사진 = KBS1 제공

하동 정씨, 풍천 노씨 종가가 있는 개평마을의 고풍스러운 한옥들 사이를 걷다가, 목화밭을 발견한다. 전국 어딜 가도 이제는 보기 드문 풍경인데, 이 목화밭의 주인장은, 함양의 문익점이라 불리는 목화 명인 임채장 씨.

임채장 씨는 목화를 놓지 못하고 총 2,000평의 너른 땅에 목화를 재배해, 자신의 솜 공장에서 혼자 솜을 타고 이불을 만드는 일을 37년째 이어오고 있다. 목화솜 이불 한 채 팔아도 목화 농사에 들이는 인건비와 들이는 품을 생각하면 별로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목화를 포기하지 않는 건, 화학제품이나 동물성에 비해 식물성이라 사람에게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문보다 뚝심과 사명감으로 목화 농사를 이어간다는 국내 유일 목화장인 임채장 씨를 만나본다.

구수하고 향긋한 함양의 맛, 콩잎 곰국

사진 = KBS1 제공

함양 읍내를 조금 벗어나 새로 지은 반듯한 전원주택 단지를 거닐다가, 인근에 유일하게 자리 잡은 한옥 한 채를 발견한다. 가정집이 아니라, 함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콩잎 곰국을 파는 식당이다. 

산이 많아 밭농사를 주로 짓던 함양에서는 예로부터 아낙네들이 콩잎으로 콩잎장아찌, 콩잎물김치 등을 담가 먹었다 한다. 시래기처럼 말린 콩잎을 곰국에 넣어 끓여 먹는 콩잎 곰국. 함양의 오랜 향토 음식이다. 주인장 임순덕 씨는 함양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맛의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깊은 맛의 콩잎 곰국 레시피를 연구해 식당의 메인 메뉴로 삼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스무 가지 넘는 반찬들, 손품을 많이 들여야 하는 콩잎 곰국 한 그릇을 맛본다.

옻나무의 선물, 전통화칠(火漆)

사진 = KBS1 제공
사진 = KBS1 제공

지리산 천왕봉을 정원처럼 품고 있는 마천면 금계마을을 걷다가, 2대째 묵묵히 화칠을 생산하는 안재호, 허금자 부부를 만난다. "화칠은 약이다"라고 말하는 안재호 씨는 30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온 뒤, 아버지로부터 전통 방식을 전수 받아 화칠을 생산하고 있다. 산에서 옻나무를 베어온 뒤, 옻나무에 일정한 간격으로 홈을 파고 장작불을 피워 진액을 뽑아내는 작업은 매캐한 연기 속에서 무거운 옻나무와 씨름하며 하루 12시간 이상 사투를 벌여야 할 만큼 고된 일이다.

 그래서 일은 고되지만, 전통방식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며 화칠 작업을 이어가는 안재호 씨. 그는 오늘도 최상품의 화칠을 생산하기 위해 장작불 앞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둘레꾼들을 품어주는 아늑한 정자나무, 할머니 민박집

사진 = KBS1 제공
사진 = KBS1 제공

15년 전쯤, 둘레길을 찾았다가 날이 어두워져 급히 묵을 곳을 찾던 젊은이들에게 아래채를 내주고, 다음 날 아침 길을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주먹밥 다섯 알을 싸주었는데, 그들이 이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고, 이후 둘레꾼들이 자꾸 찾아오면서 계획에도 없던 민박집을 하게 되었다는 석수연 씨. 

민박집이지만 석 씨의 한상차림에 반해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산에서 캔 나물에,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반찬을 만든다. 요즘엔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다가 도토리묵을 쑤어 상에 낸다. 민박객들이 묵는 방 아궁이에 직접 군불을 때주던 남편이 한 달 전 갑자기 세상을 떠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허망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여기며 산새처럼 찾아드는 민박객들이다. 둘레꾼들에게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는 석수연 어머니의 민박집에서, 손맛 가득하고 건강한 산골 밥상 한 상을 맛보고 푸근한 인심에 기대 잠시 쉬어간다. 

부전여전(父傳女傳), 2대 약초꾼

사진 = KBS1 제공
사진 = KBS1 제공

안의면 약초시장 인근 주택가를 걷다가, 마당 가득 약초를 말리고 있는 부녀를 만났다. 60년간 약초와 함께 한 송성실 씨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약초꾼의 길을 걷고 있는 맏딸 송미향 씨이다.

송성실 씨는 가난한 집 7남매의 장남으로, 어릴 때부터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기에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약초꾼이 되었다. 한평생 약초에 인생을 걸고 가족을 위해 살아온 송성실 씨에게 IMF, 위암 등의 위기가 찾아왔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억척스레 생계를 꾸리고 간병을 한 아내 서상순 씨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부전여전, 2대 약초꾼으로서의 자부심과 눈물 나게 애틋한 부녀의 사연 등, 지리산 자락에 깃든 삶의 이야기들이 29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193화 살기 좋다, 지리산 자락 – 경상남도 함양'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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