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랭보', 시인 랭보와 베를렌느 다룬 작품...삶에 대한 고민 녹여내
3년만 세 번째 시즌...박정원·김경수·조훈 등 출연
내년 1월 1일까지 대학로 TOM1관

사진=뮤지컬 '랭보' 공연 장면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랭보' 공연 장면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때론 주인공보다 더 많은 공감을 사는 인물이 있다. 뮤지컬 '랭보'도 그렇다. 극 중 랭보는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지만, 어쩐지 그 옆에 서 있는 베를렌느에게 더 마음이 쏠린다.

뮤지컬 '랭보'는 프랑스 문단의 천재 시인 랭보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시인의 왕'이라 불린 베를렌느와 랭보의 친구 들라에가 랭보의 흔적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난 2018년 초연됐으며, 2019년 재연 이후 약 3년 만에 돌아왔다.

랭보는 자유롭게 시를 쓰며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삶을 들여다보길 꿈꾼다. 베를렌느는 고독과 불안에서 벗어나 시를 완성하고 싶어 하고, 들라에는 여전히 자아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들의 여정은 인생과 행복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진=뮤지컬 '랭보' 공연 장면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랭보' 공연 장면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세 사람의 관점 모두 공감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 관객은 베를렌느에게 가장 크게 이입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를 완성하고 싶지만 그를 옥죄는 현실을 외면하지 못한다. 거기서 오는 불안과 혼란은 자유로운 랭보의 모습과 더욱 대비된다. 꿈을 접어두고 현실을 살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랭보와 베를렌느는 친구 이상의 관계였다고 알려져 있다. 뮤지컬에서도 둘은 그 경계에 걸쳐있다. 친구와 연인 사이 감정을 오간다. 시를 통해 맺어진 '영혼의 동반자'로 보기에 가장 적절할 듯싶다. 다만 워낙 유명한 일화인 탓에 여러 문화콘텐츠로 제작됐던바,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시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랭보'는 시적 감수성이 풍부한 작품이다. 랭보의 '취한 배' '영원', 베를렌느의 '하얀 달' '초록' 등의 시에 드라마틱한 멜로디를 얹어 넘버를 구성했다. 얼핏 희망적이고 아름답게 들리지만, 랭보와 베를렌느의 삶이 겹쳐지는 순간 한없이 서글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사진=뮤지컬 '랭보' 공연 장면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랭보' 공연 장면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에는 시선을 빼앗을 요소가 많지 않다. 세 명의 배우와 넘버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다. 세 배우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감미로운 멜로디와 만날 때, 남자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감정의 극단을 찍어내는 것 같다. 

이번 시즌은 랭보 역에 윤소호, 박정원, 정욱진, 베를렌느 역 김종구, 정상윤, 김경수, 김지철, 들라에 역 문경초, 조훈, 정지우가 캐스팅됐다. 

이중 박정원은 랭보의 자유분방함을, 조훈은 순수함을 충실히 그려낸다. 특히 김경수의 연기가 돋보인다. 현실과 이상, 사랑과 우정, 그리움과 증오, 환희와 고독. 상반되는 감정에 따른 혼란을 명확히 짚어낸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를 미세하게 변주하는 완급조절로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사진=뮤지컬 '랭보' 공연 장면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랭보' 공연 장면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생은 불행이다. 쉴 틈 없는 불행의 연속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존재하는 것일까."

삶의 고통을 한순간이라도 경험해봤다면 뮤지컬 '랭보' 속 이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극 중 세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해답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뮤지컬 '랭보'는 오는 2023년 1월 1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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