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주진노 기자] 코로나19 시기 정점에도 ‘SPC그룹’은 2021년 매출액 5조5269억 원, 영업이익 1562억 원(파리크라상•비알코리아 합산, 21년 연결기준)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등 국내 시장의 전통 강자 브랜드와 함께 쉐이크쉑, 파스쿠찌 등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 성공에 중심에는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허 회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마케팅 전략으로 SPC그룹은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눈부신 성장 뒤에서 전형적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뒷말이 있다.

2020년 공정위, SPC그룹 ‘일감 몰아주기’ 허영인 회장 고발···‘총수 2세에 경영권 승계 목적 의구심’ 검찰 수사 재개

지난 2020년 7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들을 동원해 총수 일가 회사에 수년간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내부 거래한 혐의로 SPC그룹 총수가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SPC그룹은 제빵 계열사들 간 거래 과정에 총수 일가 회사를 끼워 넣는 ‘통행세 거래’로 총수일가 회사에 수백억 원의 부당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2세로의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SPC는 혐의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었다.

특히 공정위는 2020년 7월 SPC 계열사들이 SPC그룹이 SPC 삼립에 7년간 부당 지원해 414억 원의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샤니 소액주주들은 상표권 무상 제공·판매망 저가양도 등으로 손해를 봤다며 허 회장과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사장 등 총수 일가와 주요 임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공정위 고발 이후 2년 동안 검찰 수사 지지부진하다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 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을 받는 황재복 SPC그룹 총괄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파리크라상·샤니·SPL·BR코리아 등 SPC그룹 계열사들이 SPC삼립에 일감을 몰아줘 414억 원의 이익을 얻는 데 관여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2세들이 보유한 SPC 삼립의 주식 가치를 높이려고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5월 검찰 지휘부가 교체되면서 SPC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속도가 붙었다"며 "올해 사건 처리를 목표로 회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PC 계열사 노동자의 허망한 죽음....경찰, 안전관리상 과실유무 집중 수사

지난달 10월 15일 경기도 평택 SPC 계열 빵 재료 제조업체인 SPL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23) 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현장에는 다른 직원이 한 명 있었지만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현장 근로자들은 기계의 안전 덮개를 제대로 사용조차 하지 않았으며 제품을 빨리 만들려고 기계에 손을 넣어가며 일했다”라는 증언이 나와 근로 현장의 안전수칙들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지 이틀 만에 또 다른 SPC 계열사 성남 소재 샤니 공장에서 40대 노동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산재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노동자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불량품 상자를 빼내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격분한 여론은 'SPC 불매 운동'을 일으켰고 품귀현상까지 빚던 ‘포켓몬빵’의 열기도 차갑게 식어 SPC 제품은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SPC 안전불감증에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지속될 경우 4분기 매출도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경찰청 기자간담회에서 SPC 계열사 SPL의 평택 제빵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 ‘허 회장을 수사할 예정인지’ 묻는 질문에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본부장은 “구체적인 수사대상과 계획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여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상 과실 유무에 대해 면밀히 수사 중”이라고 말해 허 회장의 수사에 대해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노총은 20대 청년 노동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정부에 제대로 된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이어, 17일 성명을 통해 "해당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회사에 인력 충원을 요청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으며 사고가 발생한 기계는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장치인 안전방호장치(인터록)도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일주일 전 비슷한 끼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조치가 취해졌으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조합 농성장 방문한 정의당 이정미 신임 대표 [출처=연합뉴스]
파리바게뜨 노동조합 농성장 방문한 정의당 이정미 신임 대표 [출처=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이정미 신임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 있는 파리바게뜨 노동조합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많은 시민이 SPC 기업에 분노하고 있다"며 "아직도 노동자의 삶을 단순히 기계처럼 여기는 사회를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는 요구가 분노로 표출되고 불매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SPC 그룹은 사람들이 기쁠 때 먹는 빵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냐. 소비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모든 분들과 손잡고, 함께 연대하고, 정의당이 최선두에 서겠다고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강조했다. 파리바게뜨 농성장에서 최근 일어난 SPC의 20대 근로자 사망과 같은 노동자의 희생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SPC 주요 계열사 산재 현황
SPC 주요 계열사 산재 현황

SPC불매운동 조직화와 연대의 움직임....4분기 실적은 과연?

SPC그룹 불매운동[출처=연합뉴스]
SPC그룹 불매운동[출처=연합뉴스]

SPC그룹 불매운동 확산에 트랜드 대표주자 포켓몬 빵마저 매출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에 이어 산업재해 사고까지 이어지면서 ‘#SPC불매’, ‘#멈춰라SPC’ 해시태그 업로드 운동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불매운동의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하나의 트랜드나 연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트타그램에서 ‘#SPC불매’로 게시된 게시물만 1000여 개 이상이 보이고 있다. 불매운동은 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움직임도 있다.

한 기업의 생산공장은 지난달 31일 간식 납품업체를 SPC에서 다른 제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 만연한 안전 불감증으로 늘어나는 산재사고에 이어 사망사고에까지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SPC 그룹의 브랜드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되고 있다.

불매운동이 SPC그룹 계열사로 확산되는 분위기 가운데, SPC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 회장의 경영 마인드와 그간 리더십도 또한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이러한 위기를 허 회장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한 잇따른 사고로 기업총수의 사법리스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PC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는 ∆ 베이커리/디저트 부분에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파리크라상, 패션5, 빚은, 샤니, 베이커리 팩토리, ∆ 외식/다이닝 부분에 쉐이크쉑, 에그슬럿, 라그릴리아, 피그인더가든, 시티델리, 퀸즈파크, 베라, 라뜰리에, 그릭슈바인, 스트릿, 디.퀸즈, 리나스, 한상차림, ∆커피/음료: 파스쿠찌, 잠바주스, 커피앳웍스, 티트라 ∆유통/서비스: 해피포인트, 더월드바인 등 28개에 이르고 있다.

이어서 2탄 에서는....

허 회장의 오너 리스크...두 아들, 마약투여 & 수상한 병역특례 의혹

잠재된 리스크 해결될 수 있을까?를 연재한다.

문화뉴스 / 주진노 기자 eveleva@mhns.co.kr

사진=SPC 브랜드/문화뉴스 DB
사진=SPC 브랜드/문화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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