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에 창작한 작품, 51세에 다시..."더 늦기 전에 다시 해보고 싶었다"
"핵심은 언어...공연 끝까지 계속 수정할 듯"
'서툰 사람들', 2023년 2월 19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

사진=장진 연출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장진 연출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장진 연출이 직접 쓰고 연출한 연극 '서툰 사람들'을 10년 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1995년 서울연극제 출품작으로 초연해 지난 2007년, 2012년 공연됐다. 

장진 연출이 군대를 전역할 무렵인 23살 때 완성한 작품이다. 현재 장 연출의 나이는 만 51세. 왜 하필 지금 이 작품을 다시 꺼내 들었을까. 

장 연출은 "지금이 이 작품을 내 인생에서 버리느냐, 가져가느냐의 기로인 것 같다"며 "더 늦기 전에 다시 해보고 싶었다. 근데 50대 중반에 연출할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세상에 못 나올 것 같았다. 저한테는 거의 마지막"이라고 전했다.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서툰 사람들'은 스물다섯 여교사 화이의 집에 어리숙한 도둑 덕배가 침입하고, 함께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코미디극이다. 장 연출이 젊은 시절 쓴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만큼 수정할 것들이 산적해 있었다. 

"너무 어릴 때 쓴 작품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많다"는 장 연출은 "배우들한테 미안하지만 공연 마지막까지 수정하게 될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로 웃음을 만드는 작품이기에 특히 언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때와 지금 감정을 담는 언어의 색깔이 달라졌기 때문. 장 연출은 "한편으론 이건 수정 대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에 대한 증명이다"라고 말하며 고심이 많다고 밝혔다. 

웃음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1990년대의 웃음 코드가 2022년 현재에도 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장 연출도 "이 코미디가 유효한가 궁금하다"며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드리면 그 충격은 더 클 것 같다. 확신은 못 하지만 희망은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포스터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포스터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상황과 대사의 엇박자 속에서 웃음을 만드는 것을 소위 '장진식 코미디'라고들 한다. '서툰 사람들' 역시 그런 식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이 많다.

장 연출은 먼저 '장진식 코미디'라는 표현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남들이 안 하고 나만 하는 특별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그런 코미디를 구사하신다"고 전했다.

연극이든 영화든 차기 작품들에서도 꾸준히 코미디를 선보일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코미디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그는 "코미디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관객이 웃고 있는데도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며 억지로 쥐어짜내는 웃음을 경계했다.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서툰 사람들' 공연 장면 /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또한 "세상에 없는 걸 발명한다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 그걸 기준으로 보면 턱없이 모자란 것들이 많다"며 "모든 관객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하기도 했다.

장 연출은 '서툰 사람들'에서 찾을 수 있는 공감 코드를 '바보 미학'이라고 설명했다. 군 전역을 앞두고 사회에 나가기 전, 그가 본 세상 속 사람들은 완벽함을 추구하며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에 그는 "어리숙하고 바보스러운 사람들을 보면 놀리고 싶은 것보다 마음속으로 부러운 순간들이 생겼다"며 "극 중 인물들의 서툰 모습들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정이 생긴다. 빡빡한 세상에서 '저 친구처럼 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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