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문화뉴스 DB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자진 사의를 밝혔다. 10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기관장이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한 사례다.

11일 영진위 홈페이지 공지사항엔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김세훈 위원장의 글이 올라왔다. 김세훈 위원장은 "저는 지난 5월 8일(월)에 문화체육관광부를 방문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선, 우리 영화계에 불합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점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 임직원을 대표하여 국민과 영화인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며,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돌이켜보면, 부당한 요구에 우리 영화계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설명하고 법률적, 행정적 근거도 보여주며 나름의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많이 부족했음을 느낍니다"라며, 영화진흥위원회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동안 저에게 많은 기대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영화인들과 저를 믿고 따르며 고통과 아픔을 함께해준 우리 위원회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도 고개 숙여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문화뉴스 DB

"이제,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계와 더 많이 소통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영화진흥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이야기한 김세훈 위원장은 "다시 한번, 영화진흥위원회와 관련된 논란으로 영화인 여러분과 영화진흥위원회 임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하며, 그동안 애정으로 지켜봐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세훈 위원장은 2014년 12월 31일 문체부 김종덕 전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출신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였다. 임명 당시 한국영화감독협회와 시나리오작가협회는 "영화계가 인정하고 영화인으로부터 존경받으며 영화계의 현안을 해결할 사람을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이후 김세훈 위원장은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금지와 관련해 논란이 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주요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 '다이빙벨'을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의 편파 집행 등 직권남용의 사유로 영화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7일 영화계 인사 1,052명이 포함된 '블랙리스트 영화인 행동'은 성명을 통해 "문체부의 내부고발과 언론에 따르면,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예산이 14억에서 8억으로 삭감된 이유는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내사'로 언급되었던 '다이빙벨'의 배급사인 시네마달은 그 이후 모든 지원사업에서 배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세월호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는 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영진위의 직영영화관에서도 상영 배제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이빙벨'을 상영한 극장을 탄압하기 위해 영진위는 예술영화관 지원사업을 편법 변경한 바 있으며, 아울러 심사위원의 비공개전환, 회의록의 축소 등을 통해 정권의 지시에 충실한 충견조직으로 탈바꿈하였다"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를 제작한 영화제작사, 투자배급사, 심지어 대기업에 대한 탄압까지 자행했으니, 이는 모든 영화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명명백백하다. 무엇보다 우리 영화인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문체부의 부당한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영진위의 김세훈 위원장이 버젓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 4월 1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렸다. ⓒ 문화뉴스 DB

또한, 지난 4월 1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영화인 행동'에서 활동 중"이라면서, "이번 헌법소원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이것은 비단 박근혜 정권의 일이 아니라, 이미 이명박 정권 때부터 계속된 일이다. 이명박 정권 때 문화예술계는 대대적인 시민 감사를 받았고, 그 결과로 많은 독립영화인이 탄압받았다. 이미 독립영화전용관이 강제 휴관을 당했어야 했고, 영화인들이 제작하는 미디어센터 역시 광화문에서 쫓겨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동연 집행위원장은 "영진위는 독립영화계뿐만 아니라 모태펀드를 통해서 상업영화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을 했던 것으로도 확인이 됐다"라며, "이 모든 것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17년 사업은 사퇴해야 하는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 아래 모든 것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지원을 배제당했다는 것만큼 모욕적이고, 정말 굉장히 우리 영화인들을 힘 빠지게 하는 그런 일이다.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서 반드시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화예술계가 힘써 모아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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