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한 웅장함, 인간 내면의 세계 그린 선율
"브루크너, 독실한 신자에 평생 독신...덕분에 아름다운 선율 탄생"
한국브루크너협회, 음악상·콩쿠르 진행

사진=한국브루크너협회 이상환 회장
사진=한국브루크너협회 이상환 회장

[문화뉴스 정현수 기자]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인간 내면의 감정들을 표현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 최근 국내 연주회에서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이 주요 레퍼토리로 연주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브루크너협회가 콩쿠르 개최, 음악상 수여 등을 통해 그의 음악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브루크너협회 이상환 회장으로부터 브루크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은 이제 한국의 주요 연주회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죠. 2022년 교향악축제에서도 KBS교향악단과 인천시립교향악단이 브루크너 교향곡을 무대에 올렸더군요.

그동안 말러의 교향곡 바람이 불어왔다면 이제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해석이나 연주상의 문제로 조금은 늦춰 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브루크너 교향곡을 훌륭히 연주할 기량을 넘어 세계적인 연주를 펼치기에 손색이 없어졌죠. 관객들뿐 아니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브루크너 교향곡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예전엔 한국에 초청된 외국 지휘자들도 브루크너 교향곡을 연주회 프로그램으로 올리는데 주저함이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실정이 많이 달라져 2022년 작년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에 있는 3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외국 지휘자들이 브루크너 교향곡을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만큼 브루크너 교향곡이 가진 장엄한 울림과 깊고 심오한 음색을 즐기려는 음악애호가들이 많아졌습니다.

- 한국브루크너협회가 하고 있는 일은?

한국브루크너협회는 2019년 창립돼 그동안 2회의 한국브루크너 작곡 콩쿠르를 마치고 3회 콩쿠르는 올해 다시 개최될 예정입니다. 오는 콩쿠르에는 수상자 상금도 늘려 수여할 계획이고요.

또한 외국에서는 이미 수여하고 있는 한국브루크너 음악상을 국내에서도 저희 협회가 수여하게 됐습니다. 첫 회에는 조규진 지휘자가 청주시립교향악단 취임연주회에서 교향곡 8번을 연주해 영예의 브루크너 메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컬라밸' 연주회와 외국 유명연주자 초청연주 일환으로 올해 가을 마린 가브리엘을 초청해 연주회 및 마스터 클래스를 성공리에 마치게 됐어요.

'컬라밸'이란 이름은 'Culture and Life Balance'에서 따온 말로,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문화와 삶의 균형을 맞춰 활력을 갖자는 의미로 저희 협회에서 새롭게 준비한 공연사업입니다.

- 작곡가 브루크너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작곡가 브루크너는 죽은 후 자신이 연주하던 수도원 오르간 밑에 묻히기를 원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유언대로 오스트리아 린츠 근교 상트 플로리안 수도원 오르간 밑에 그를 안장해 줬어요. 이처럼 브루크너는 신앙심이 깊은 아주 독실한 신자였습니다.

그의 성격을 말해주는 한 가지 일화가 있어요. 브루크너는 비엔나 근교 린츠시의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음악의 본고장 비엔나에 등장한 때는 나이가 40세가 지나서였습니다. 비엔나는 그 당시 이미 브람스와 그의 추종자들로 텃세가 아주 심한 때였었죠. 실제로 브루크너는 말할 수 없는 괴롭힘과 적대시 당하는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고요. 당시 비엔나에서 활동하고 있던 브람스와도 사이가 안 좋아 길이나 식당에서 만나면 인사 없이 서로 피해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어렵게 그 둘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죠. 하지만 둘은 서로 마주하고서도 얼굴을 어둡게 한 체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어요. 어색한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지속됐겠죠.

그때 음식을 주문받기 위해 웨이터가 찾아와 둘은 음식을 주문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브람스가 먼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키고 브루크너가 주문할 차례가 됐어요. 그때 브루크너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저도 브람스 선생이 주문한 같은 것으로 하겠습니다”라며 큰소리로 주문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자리는 화해의 분위기로 급변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많은 대화를 이어가며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고 해요. 그 후 브람스는 브루크너를 지지하는 사람으로 돌아 서는 계기가 됐습니다.

알 수는 없지만 브람스와의 화해를 위해 브루크너가 준비한 지혜일 수도 있었겠죠.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지만 화해와 소통을 중시했던 순박한 대작곡가의 성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진=안톤 브루크너
사진=안톤 브루크너

- 브루크너 교향곡에 대한 해석이나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시죠?

브루크너 교향곡에는 몇 가지 특징들이 등장합니다. 흔히 말하는, 잔잔하고 비밀스럽게 시작하는 개시부라든지, 또 3음이나 6음으로 묶여진 리듬이나, 갑자기 나타나는 휴지부도 그 중 하나죠. 또는 오르간과 같은 성질을 가진 음향이나, 관악기의 충실한 음향도 브루크너 교향곡을 장엄한 울림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어디를 향해 가는 강하고 긴 지속성도 그의 신앙심에서 발원한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교향곡을 이야기 할 때 유니버설하다고 말하기도 하죠.

해석상으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을 수 있겠어요.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그의 음악은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에게서 영향을 받았고, 그것을 자신의 깊은 신앙심으로 승화해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바그너의 음악처럼 현악기뿐 아니라 관악기들이 화려하고 장대한 울림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바그너의 표현하려는 방법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인간의 내면의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그의 내면 신앙심의 표현이자 곧 그의 음악에 특징이 된 거죠.

브루크너 교향곡의 아다지오 악장에 등장하는 화성의 음색도 남다른 색체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삶에서 풀리지 않는 인간 내면의 그 어떤 감정을 대변하려는 시도로 느껴지죠. 그리고 브루크너는 몇 군데 아주 복잡한 화성이나 특유의 음색들도 사용했는데, 그것도 삶의 무게와 고뇌의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 브루크너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브루크너는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어요.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브루크너는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여러차례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었어요.

- 브루크너의 연애에 얽힌 애피소드가 있다면

브루크너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여성이나 또 어린 소녀에게도 프로포즈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어요. 한번은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소녀에게는 가장 소중한 선물을 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성경책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결국 둘의 사이는 틀어지고 말았죠. 다르게 바라보면 연애에 서툰 시골청년의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말해야 할까요.

브루크너가 여성들에게 호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비엔나에서 교수로 그리고 왕으로부터 연금을 지급받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작곡가로 인정받자 한 젊은 여인이 브루크너의 돈과 명성을 보고 접근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브루크너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말았습니다.

브루크너가 평생 혼자 살며 외로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 비엔나에서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로 불리며 받은 아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 인생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그의 신앙심에 녹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우리에게 남겨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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