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 연출작...66년 연극 내공 발휘
소유진·이경실·권화운·진지희 등 연기 돋보여
사랑·욕망 등 인간 내면 조명...21C 관객에게도 공감
오는 2월 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 장면 / 아크컴퍼니,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 장면 / 아크컴퍼니,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무대에서 고전을 현대의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세월의 간극을 메꾸는 작업이 필수이기 때문. 그런 관점에서 연극 '갈매기'는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배우 겸 연출가로 나선 이순재의 관록이 빛을 발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는 인물들 간의 비극적인 사랑과 갈등을 통해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다룬다. 

고전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의미가 현재까지도 유효하기 때문. '갈매기' 역시 사랑, 질투, 욕망 등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부분들이 자리하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주제이기에 충분한 공감을 유발한다.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 장면 / 아크컴퍼니,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 장면 / 아크컴퍼니,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사랑의 작대기가 인물들 사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은 단순한 의미작용을 넘어 극의 텐션을 살려주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뜨레블례프는 작가를 꿈꾸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니나를 향한 사랑에 고뇌한다. 니나는 젊은 유명작가 뜨리고린에게 빠진다. 뜨리고린은 뜨레블례프의 어머니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인 아르까지나의 연인이다. 니나에게 마음이 혹하지만 결국 다시 아르까지나에게 돌아온다. 

또한 마샤는 뜨레블례프를 짝사랑하고 있고, 그의 남편 메드베젠꼬는 그런 마샤를 향해 일방적인 구애를 펼친다.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 장면 / 아크컴퍼니,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 장면 / 아크컴퍼니,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들의 모습은 곧 호숫가 주변을 맴도는 갈매기에 비유된다. 사랑, 꿈, 자유 등 이상향에의 갈망이 자신들만의 호숫가를 떠돌게 만든다.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오는 비극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고전은 특유의 문체 때문에 현재의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이를 잘 풀어내는 것이 연출가의 역할. '갈매기'를 연출한 66년 연기경력의 대배우 이순재는 고전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조율했다.

핵심은 배우들의 연기다. 쏘린 역으로도 나서는 이순재가 무게중심을 잡고, 아르까지나 역 소유진, 뽈리나 역 이경실 등 베테랑들이 여유롭게 극을 풀어준다. 기본적인 고전의 틀을 유지하면서 재치 있는 제스처와 대사로 웃음을 유발, 분위기를 환기한다.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 장면 / 아크컴퍼니,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연극 '갈매기' 공연 장면 / 아크컴퍼니,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체 중심으로 연기경력을 쌓아온 뜨레블례프 역 권화운, 니나 역 진지희는 '갈매기'를 통해 첫 연극 무대에 도전했다. 그래서인지 신선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감정변화의 폭이 큰 역할임에도 흔들림 없이 인물에 녹아들었다. 

무대 구성과 관련한 시청각적 부분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막이 넘어갈 때 흐르는 음악은 극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준다. 스크린의 활용과 더불어 당시를 재현한 세트, 의상 등도 보는 재미가 있다.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소품으로 등장하는 죽은 갈매기의 퀄리티 정도.

한편 '갈매기'는 오는 2월 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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