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갈 때까지 카메라 앞에 서겠다"...영원한 현역배우
280여 편 출연하며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사진=영화 '시' 스틸컷
사진=영화 '시' 스틸컷

[문화뉴스 박정균 기자] 1960~80년대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은막을 장식했던 '은막스타' 윤정희씨가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자 피아니스트인 백건우씨가 2019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10여 년 가까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투병 생활을 해왔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의 데뷔는 화려하다. 1200대 1 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신인배우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해 데뷔한 영화 '청춘극장'으로 1967년 은막에 처음 등장했다.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상, 청룡영화제 인기상 등을 수상하며 윤정희는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청춘극장'은 서울 한 곳의 개봉관에서만 27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한 것.

이후 '안개', '그리움은 가슴마다', '지하실의 7인', '독짓는 늙은이', '무녀도', '효녀 청이', '화려한 외출', '위기의 여자', '만무방' 등 한국영상자료원 집계 총 28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숱한 히트작을 남겼다.

주요작으로는 '장군의 수염'(1968), '신궁'(1979), '저녁에 우는 새'(1982), '위기의 여자'(1987), '만무방'(1994) 등이 있다. 

1960~80년대 이처럼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문희, 남정임과 함께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기까지 했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였다. 그 전 출연작 1994년 '만무방' 이후 16년만의 복귀였다. '시'에서 윤정희는 홀로 남겨진 손자를 돌보는 예순 넘은 노인 '미자'를 연기했다.'미자'는 윤정희의 본명 손미자이기도 하며, 극 중 미자는 공교롭게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치매 환자로 나온다.

화려한 연기 경력만큼 수상 이력도 못지 않다. 1960∼70년대 대종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에서 연기상, 인기 여우상 등을 20여 차례 수상하며 '은막스타'자리를 증명해 왔다.

윤정희와 배우자 백건우와의 일화도 아름답다. 그녀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1976년 백건우와 전격 결혼을 발표했다.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윤정희에 비해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던 백건우와의 결혼 소식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문화행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년 뒤 프랑스 파리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운명같은 만남이 두 사람의 인연을 만들었고 2년 간의 교제 끝에 결혼한다. '은막의 스타'와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의 결혼 이후 50년 가까이 문화계의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부러움을 샀다.

결혼한 이듬해 딸 백진희씨가 태어났다. 그러나 다섯 달 뒤 이들은 납북(拉北) 사건에 휘말린 뻔 했다. 스위스의 한 부호의 연주회 초청을 받고 유고로 들어갔다가 납치 일보 직전에 극적으로 빠져나와 다행히 미수 사건에 그쳤다. 

윤정희가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섰을 때는 2016년 한국영상자료원 데뷔 50주년 기념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카메라 앞에 서겠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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