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이어 안철수-대통령실 갈등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 1위 차지한 김기현 의원
[문화뉴스 장성은 기자] 3·8전당대회 시작 전, 당권주자들의 '윤심(尹心)' 논쟁이 치열했다. '친윤(친윤석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안윤(안철수-윤석열)연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당권주자를 지지한다는 주장이다. 경쟁을 앞다툰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안철수 의원이 윤 대통령과 정면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친윤계와 '진박(진짜 친박·진실한 친박) 감별사' 논란 끝에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서 물러났다.
공방전이 격화되던 지난 15일 나경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2의 진박감별사'가 당을 쥐락펴락한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여당 내에서 '진박감별사'는 2016년 총선 파동을 일으킨 원인으로 보수진영의 궤멸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적었다. 친윤계를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계로 비유한 표현이다.
이에 친윤계의 핵심 인물인 장제원 의원이 반발에 나섰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제2 진박감별사가 될 생각이 결코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날선 공방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던 나 전 의원은 지난 1월 25일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의원도 당 지도부를 향해 '윤심 발언'을 없게 해달라고 요구해 대통령실의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안 의원의 요구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고 후보들간의 논리로 선거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이 수석은 "안윤(안철수-윤석열)연대라는 표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얘기하나"며 "그건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실의 강경한 대응에 "그걸 나쁜 표현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후 상황점검과 정국 구상을 위해 지난 6일 계획했던 일정을 중단했다.
한편 김기현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과 지난 7일 오찬 회동을 했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 이야기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전당대회로 당이 분열돼 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윤 정권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사심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전 의원과 함께 손잡아 내부적으로 공동 보조를 맞춰나갈 것이며 "사실상 지지 선언이란 표현이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나 전 의원의 서울 자택과 가족 여행지 강원도 강릉으로 찾아가 연대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이번 오찬 회동은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치계에서는 최근 대통령실과 갈등을 일으킨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당이 갈라질 수 있기에 우회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심팔이'로 당권 주자간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김 의원은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도의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안 의원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직전 조사보다 9.3%p 오른 지지도로 오차범위 밖의 격차를 뒀다.
나-김 의원 공조와 안 의원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일으킨 사건으로 김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를 얻은 가운데 전당대회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 주목된다.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10일,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본경선에 진출할 당 대표 후보 4인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