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캐스팅, 무대 연출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 강조
셰익스피어의 시와 사랑, 연극에 대한 연극
꿈과 사랑을 좇는 이들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정문성-김유정, 18살 나이 차 무색한 연인 케미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연극의 본질인 엔터테인먼트를 살리고자 했다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 배우들의 열연, 흥미로운 무대,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그 목적은 확실히 달성한 듯싶다. 

한국 초연 무대를 시작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사랑에서 탄생했다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199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16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사랑과 꿈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제작사 쇼노트의 송한샘 프로듀서는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연극의 본질은 엔터테인먼트"라는 말로 작품을 소개했다. 그의 말마따나 이번 작품은 즐길 거리가 참 많다.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무엇보다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올 힘을 지닌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인다. 뮤즈를 통해 잃어버린 예술적 영감과 재능을 되찾고 싶은 작가 윌 셰익스피어 역은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이 맡는다.

비올라 드 레셉스 역에는 정소민, 채수빈, 김유정이 캐스팅됐다. 셰익스피어의 사랑이자 부유한 상인의 딸로, 여성에게는 금기됐던 연극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당찬 인물이다.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김유정과 정소민은 첫 연극 무대 도전이다. 이중 김유정은 20년 차 베테랑 배우답게 감정연기가 탁월하다. 꿈과 사랑을 향한 갈망, 현실의 벽에 막혀 느끼는 슬픔 등을 절절히 표현해낸다. 남장부터 귀족 아가씨까지 다양한 비주얼 변화도 돋보인다. 다만 고전극의 문어체 대사를 소화함에 있어 조금은 어색한 감이 있다. 

정문성은 연극과 비올라를 향한 열정이 관객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도록 한다. 다수 무대 경험을 가진 베테랑답게 여유롭게 무대를 장악한다. 상대 역인 김유정과의 케미도 좋다. 실제 나이는 18살 차이가 나지만 무대에서는 그저 서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보인다. 소년스러움을 강조한 디테일한 연기가 이를 가능케 한다.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VIP석 티켓가격 11만 원을 납득하게 해주는 무대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한국어 프로덕션에서는 프리쇼(pre-show)가 추가됐다. 본 공연에 앞서 아일랜드 민요 'Down by the sally garden' 'Sally garden'이 기타와 아코디언으로 연주된다. 이국적이면서 목가적인 멜로디가 흐르고, 관객들은 자연스레 16세기 런던으로 빠져들게 된다. 여기에 나무 재질로 구성된 세트가 몰입감을 한층 높여준다. 

연극 무대는 대체적으로 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무대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상하좌우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공간을 알차게 활용한다. 관객이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 탁월한 운용이다.

낭만과 유머로 가득 찬 이야기는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사랑을 가득 담은 시구(詩句)는 설렘을, 배우들의 재치 있는 말과 행동은 웃음을 유발한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 속 장면들, 셰익스피어의 문장들, 역사 속 인물들의 등장도 반가움을 안긴다.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윌과 비올라의 아름다운 로맨스이기도 하지만, 연극을 위한 연극이기도 하다. 배우, 제작자, 작가까지, 오로지 무대 올리는 것 하나만을 보고 뭉친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도, 그 안에 '로미오와 줄리엣'도 마찬가지다. 극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은 분명 감동이 있다.

사랑과 열정, 그 신비로움을 찬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랑도 공연도 갖은 고난을 마주하지만 어쩐지 '신비로운 일'로 인해 해결된다. 간절하면 이뤄지리라. 이들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꿈과 사랑을 좇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오는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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