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선한 얼굴 뒤에 감춰진 악한 욕망. 배우 임시완이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이하 '스마트폰')을 통해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은 평범한 회사원 나미(천우희)가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하고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다. 공감 가득한 소재에 스피디한 전개, 탄탄한 플롯으로 호평을 얻으며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TOP 10에 등극했다.

임시완 역시 이번 작품에 대해 "작품이 매력적이었다. 짜임새가 너무 좋다. 이렇게 촘촘히 이어진 작품을 배우가 만나는 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임시완은 주운 스마트폰을 해킹해 나미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준영 역을 맡았다. 나미와는 아무런 연이 없음에도 그를 괴롭히고 철저히 무너뜨린다. 왜 그럴까. 임시완은 마치 레고를 수집하는 것처럼, 준영에게 있어 그저 취미생활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우월한 기술력, 상대방을 꿰뚫는 심리전. 그런 것들로 상대의 아이덴티티를 빼앗다 보니, 모으게 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어긋난 취미생활이죠. 남들이 쉽게 못 하는 영역에서 우월감을 찾고, 여러 개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거예요. 또 결핍을 어긋난 방식으로 채워나가려고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일상에서 충족이 되면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테니."

잘생기고 선한 외모로 악행을 저지르니 관객에게 느껴지는 섬뜩함은 배가된다. 임시완의 악역이 더욱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앞서 영화 '비상선언'에 이어 또 한번 악역을 맡으면서 더욱 탄탄히 단련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배우로서 악역을 맡는다는 건 축복이라고 들었어요. 선한 역에 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틀이 비교적 덜하고 자유롭죠. 연기할 때 신나게 할 수 있어요. 다만 어쩌다 보니 '비상선언'과 이번 영화가 시기적으로 맞물리게 됐는데, 이미지적으로 너무 악역을 선호한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실까봐 걱정되기도 해요. 제가 특별히 악역을 선호하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웃음)"

단순히 반전되는 외모를 통한 분위기로만 연기하는 배우는 결코 아니다. 이번 작품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캐릭터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직접 제안한 설정들은 극의 핵심이 되기도 했다.

"원래 대본에서는 AI로 대화하는 게 아니라 제가 대사를 하기로 돼 있었어요. 근데 이렇게 치밀한 사람이 본인 목소리를 노출시킬까 싶어서 감독님께 제안을 드려봤고, 받아들여 주셨죠. 요즘 기술력으로 보면 현실 가능한 그림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요리해서 사진 찍는 장면 같은 경우에도, 먹을 게 아니라 사진만 찍는 거니까 대충 흘리면서 요리하기도 했고요."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