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모차르트 질투하고 좌절하는 살리에리...공감 多
차지연, 젠더프리 캐스팅...극한의 감정 연기 눈길
클래식, 오페라 더해진 무대연출도 돋보여
4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장면 / PAGE1 제공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장면 / PAGE1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최근 공연계에서는 성별과 역할에 구분을 두지 않는 젠더프리, 캐릭터프리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는 배우 차지연이 남성 인물인 살리에리를 연기한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게 성별쯤은 문제될 것 없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아마데우스'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게 경외와 질투를 느끼며 자신의 평범함에 고통스러워했던 살리에리의 고뇌를 조명한 작품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음악가이자 실존 인물인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이야기에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의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됐다.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장면 / PAGE1 제공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장면 / PAGE1 제공

뛰어난 1인자를 보며 2인자로서 열등감을 느끼는 현상인 '살리에리 증후군'. 그 처절하고 절망적인 심리가 극을 보는 내내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아마도 평범한 우리들 대부분이 맛봤던 공감 요소이기 때문일 터. 애써 모른 체하며 마음속 깊이 숨겨둔 분노와 좌절이 '평범한 자들의 수호자' 살리에리를 통해 표출되니 강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번 시즌 살리에리 역은 김재범, 김종구, 차지연, 문유강이 캐스팅됐다. 특히 차지연은 지난 시즌에 이어 재차 성별을 뛰어넘는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여성 배우가 남성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 어색함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관객도 있겠다. 하지만 남녀의 구별을 떠나 한 인물로서의 살리에리를 표현해내는 그의 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장면 / PAGE1 제공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장면 / PAGE1 제공

신을 향한 원망과 분노, 자신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독백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온다. 슬픔에 찬 그의 절규를 보고 듣노라면 감정적 동요가 일지 않을 수가 없다. '참 멋진 배우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은 전성우, 이재균, 최우혁이 출연한다. 이중 전성우는 특유의 소년미를 발휘하며 무대를 휘젓는다. 관객 모두를 살리에리로 만들어버리는 흡인력을 돋보인다. 방탕한 천재의 모습이 얄밉게 느껴지다가도 그의 비극적인 삶이 펼쳐질 때면 안타까운 동정심으로 마음이 채워진다.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장면 / PAGE1 제공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공연 장면 / PAGE1 제공

배우들의 감정적 열연이 무대를 꽉 채우는 극이다. 다만 살리에리도 모차르트도 극한의 감정변화를 끝없이 표출하기에, 관객 입장에서는 감정적 피로를 느낄 여지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큼이나 음악을 듣는 재미도 큰 작품이다.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연극임에도 뮤지컬적 요소가 많이 담겨있다. '마술피리' 등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비롯한 명곡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연극과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작품. '아마데우스'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4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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