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실비아 플라스 소재로 한 팩션 뮤지컬
생(生)을 향한 응원, 위로 담아내
생동감 넘치는 무대, 연기 돋보이는 작품
4월 16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2관

사진=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장면 /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사진=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장면 /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실존 인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변주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뮤지컬 '실비아, 살다'는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다. 다층적으로 색을 입힌 연출, 응원을 실은 결말까지 완성도가 높다.

'실비아, 살다'는 10년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던 작가 실비아 플라스의 삶을 그린다. 빅토리아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실비아가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게 하는 팩션(Faction) 작품이다. 2022년 초연돼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작 후보에 오르는 등 호평을 얻었다.

실비아의 삶은 불안과 우울로 가득하다. 시인으로서 재능이 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당하기 일쑤. 거기에 사랑하는 남편이자 동경하는 시인 테드 휴즈와의 결혼생활도 순탄치가 않다. 어릴 적 경험한 아버지의 죽음 역시 그의 삶을 무겁게 짓누른다.

사진=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장면 /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사진=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장면 /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10년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끝끝내 오븐에 머리를 박고 생을 마감한 시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허나 단순히 삶을 끝내고 싶어 극단적 선택을 내린 것은 아니다. 그의 선택은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욕망에서 기인한 시도로 읽힌다. '실비아, 살다'라는 제목과 더불어, 생(生)을 향한 응원을 담은 결말이 더 큰 감동을 안긴다.

소위 여성 서사로 불리는 작품들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여성이란 이유로 사회활동에 제한을 두던 당시를 비판하고, 세상이란 유리병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하지만 여성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라는 틀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자 하는 욕망은 남녀불문 공감할 수 있는 요소. 게다가 우울증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더 크게 위로받을 수 있다.

사진=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장면 /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사진=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장면 /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서사의 구성뿐 아니라 연출, 연기까지 굉장히 입체적인 작품이다. '벨 자', '아빠' 등 실비아의 작품 속 문장과 이야기를 다수 차용했다. 넘버로, 장면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며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작은 무대를 알차게 활용하는 세트, 동선의 활용도 돋보인다. 흥겨움과 서정성이 어색하지 않게 작품 전체에 엮이는 점도 극을 채색하는 데 있어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진=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장면 /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사진=뮤지컬 '실비아, 살다' 공연 장면 /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이번 시즌 실비아 역은 주다온, 박란주, 이수정, 빅토리아 역은 이지숙, 고은영, 주다온이 나선다.

주다온의 실비아는 다변화하는 연기가 돋보인다. 극중극 속 어린 아이부터 울분 가득한 절규까지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빅토리아 역 고은영은 진지함 속에 유머를 섞어내는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바레즈(이민규, 장두환)와 루이스(김수정, 전성혜), 두 역할이 주는 재미도 상당하다. 멀티맨으로, 오브제로 시시각각 변하며 지루할 틈 없이 극을 채워준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4월 16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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