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CA 테이크다운으로 페이지 폐쇄… 아이언메이스 "법적 대응 중"
HYBE와의 연관성 의혹까지 불거져

사진=과거 스팀 페이지에 있던 다크 앤 다커 이미지(위)와, 25일 디스코드를 통해 올라온 아이언메이스의 공지문(아래)/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우현빈 인턴기자]넥슨 미공개 프로젝트의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스팀 게임 '다크 앤 다커' 페이지가 스팀에서 삭제됐다.

게임 '다크 앤 다커'의 제작사 아이언메이스 관계자는 25일 오전 10시 공식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넥슨의 왜곡된 주장으로 인해 정지 명령 및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상 삭제(takedown) 조치를 받았다"며, "법무팀과 함께 이 문제를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다크 앤 다커'의 홍보·판매 페이지는 이날 오전 10시 스팀에서 삭제됐다.

미국에서 1998년 제정된 DMCA는 미국의 디지털 저작권 보호법으로, 저작권 보유자가 포털·플랫폼 등 서비스 제공자 측에 저작권 침해를 소명하면 확인 절차를 거쳐 문제의 자료를 삭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스팀은 운영사인 밸브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DMCA의 적용을 받는다.

DMCA에 따르면 서비스제공자가 통지 및 게시 중단 절차를 제대로 지킨 경우, 제공된 저작물의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면책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절차란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를 통보하고 게시의 중단을 요구했을 때, 이를 우선 진실한 것으로 여기고 해당 저작물을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태의 경우 넥슨이 스팀의 운영사인 밸브 측에 DMCA를 근거로 '다크 앤 다커' 페이지 운영 중단을 요청했고, 밸브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넥슨 관계자는 "스팀의 조치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인 만큼 답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넥슨은 지난 2021년 7월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 소속이었던 디렉터 A씨를 징계 해고하고, 같은 해 8월 A씨를 부정경쟁방지법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일반적으로 게임사 자료 유출이 내부 징계로 그치고, 스타팅 포인트(넥슨 노조)의 영향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해고와 고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대해 초반에는 부정적 여론이 많았는데, 당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를 비롯해 운영 중인 게임에서 확률조작과 이용자 기만 등의 문제가 다수 발생해 대중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소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이를 넥슨의 악의적 행태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직장인 블라인드에 폭로글이 올라오며 상황이 반전되었다. 폭로글에 의하면, A씨는 P3의 애셋(게임 제작에 쓰이는 데이터)을 유출하고, 타 회사와 몰래 접촉해 투자 약속을 받아낸 뒤, 직원들을 선동해 집단 퇴사를 유도했다. 이러한 사실은 본사인 넥슨의 감사 도중 적발되었으며, 이로 인해 징계 해고가 이뤄졌다.

소속 회사만 공개되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나온 증언이었지만, 넥슨이 이러한 징계해고와 사유가 사실이라고 밝히고 나서 증언의 신빙성이 높아졌다. 넥슨은 A씨가 신규개발본부 재직 당시 담당하던 미출시 게임 '프로젝트 P3'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했을 뿐 아니라, 징계 해고 이후 P3의 개발인력 절반 이상을 데리고 나가 아이언메이스를 설립, P3와 흡사한 게임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민트로켓의 미공개 프로젝트였던 P3(위)와 게임 '다크 앤 다커' 인게임 화면(아래)/연합뉴스 제공

당시 민트로켓의 P3는 가장 먼저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P7으로 변경되며 기존의 구상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 확인되었다. 넥슨의 설명을 바탕으로 볼 때 이는 프로젝트의 유출과 구성 팀원들의 대규모 이탈로 정상적인 프로젝트의 진행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프로젝트를 사실상 처음부터 재구성해야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아이언메이스 측은 유출된 애셋을 게임 제작에 사용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입장문을 통해 "대기업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설령 민트로켓에서 제작된 애셋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민트로켓 내부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와 그 구성을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한 것이 확실해진다면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지적 재산권(IP)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이를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1월 한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에 이어, 지난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이언메이스 사무실을 다시금 압수수색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에 따르면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에 여러 차례 협업을 제안했으며, 첫 번째 압수수색 당시 아이언메이스 측에 마지막으로 협업을 제의했으나 아이언메이스는 이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기획사 HYBE 산하 게임 제작사인 HYBE IM이 아이언메이스의 설립과 다크 앤 다커 개발과 연관되어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의혹은 아이언메이스의 입장 발표 이메일 참조인에 HYBE IM 대표 정우용의 메일이 포함된 사실이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사진=하이브 IM 정우용 대표/하이브/연합뉴스 제공

이에 HYBE IM측은 투자 의혹을 부인했으나, "최근 협업 논의를 철회했다"는 HYBE IM 관계자의 발언과 더불어 정우용 대표와 정상원 사외이사가 각각 아이언메이스 지분 0.18%를 확보한 점까지 밝혀지며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우용 대표가 넥슨의 대표작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개발 디렉터 출신이라는 점도 이러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HYBE IM이 아이언메이스의 설립과 다크 앤 다커의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아이언메이스의 넥슨 협업 제안 거부가 HYBE IM을 뒷배에 두고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아이언메이스 수사는 기술 유출 혐의에만 집중하여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기술 유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투자 관련 사안도 조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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