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침투 대응 도중 추락해
정비사와 조종사의 과실이 겹쳐 발생한 것으로 확인

사진=비행 중인 공군의 전술통제기 KA-1의 모습/국방과학연구소
사진=비행 중인 공군의 전술통제기 KA-1의 모습/국방과학연구소

[문화뉴스 우현빈 인턴기자] 지난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 추락 사고는 정비사와 조종사의 '인적 오류'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고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군은 약 3개월에 걸친 사고 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하면서 "엔진 연료조절장치에 대한 창정비 작업절차 미준수로 인한 엔진 이상 현상, 조종사의 상황판단 및 처치 조작 미흡이라는 복합적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당시 오전 11시 38분 원주기지를 이륙했다. 조종사는 이륙 직후인 11시 39분 22초 엔진 출력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비상착륙을 위해 기지로 회항했다.

그러나 회항이나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조종사는 민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린 후 11시 39분 39초 고도 410피트(약 125m)에서 비상탈출을 실행했다. 사고기는 비상탈출 불과 1초 후 지면과 충돌했다. 인근에 있던 초등학교에서 불과 50m 떨어진 지점이었다.

사진=지난 12월 KA-1 추락지점에서 공군이 수습과 조사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사진=지난 12월 KA-1 추락지점에서 공군이 수습과 조사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당시 공군은 KA-1 기종의 훈련을 중단하고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연료조절장치 이상이 확인됐다. 2021년 5월 창정비 당시 연료조절장치를 담당하던 정비사가 연료 공급량을 조절하는 부품 중 하나인 테플론 튜브를 바르게 장착하지 못한 것이 파악됐다.

이에 따라 비행 중 항공기의 출력을 보여주는 토크 계기판에서 엔진 출력이 과다하다고 표시됐고, 조종사가 출력을 떨어뜨리고자 조작했음에도 반응이 없다가 순식간에 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엔진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매우 낮은 출력으로나마 작동 중이었는데, 조종사는 이를 엔진이 정지한 것으로 오판했다. 게다가 급히 조작하다 지나친 급선회를 시도했고, 이는 기체의 실속으로 이어졌다.

당시 강하각은 정상 수준인 5도보다 훨씬 기운 27도였다. 엔진이 살아있었더라도 125m라는 저고도에서는 회복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긴급 착륙을 시도하면서 엔진 추력이 하나도 없어진 상태라는 악조건을 만든 것"이라며 "그 악조건 속에서는 누구도 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엔진이 비정상 작동하는 상황이었으나 시뮬레이션 결과 조종사가 조치만 제대로 했더라면 비상착륙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고 기체는 2021년 5월 창정비 이후 260여 시간 비행 기록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는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는 무인기 대응을 위해 긴급 출격하는 실제 상황이어서 조종사가 더욱 당황했을 것으로 본다고 공군 관계자가 전했다.

공군은 조종사, 정비사와 지휘 책임자 일부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또 전 조종사 대상으로 사고조사 결과를 교육하는 한편 엔진 이상 발생 시 비상 처치 절차와 비상착륙 절차 등을 다시 강조하기로 했다.

공군은 같은 엔진을 장착한 KA-1과 KT-1 기본훈련기의 모든 연료조절장치는 특별 점검하고, 점검이 완료된 항공기부터 단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한편, 해당 사고로 작년 한 해 공군은 훈련기인 KT-1과 실전배치 전투기 F-35A, KF-5, F-4, KF-16, KA-1를 모두 한 기씩 손실했다. 이 중 4번은 인명피해가 없었으나, KF-5 사고에서는 1명, KT-1 사고에서는 4명의 순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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