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휴양지에서 서로를 잃어버린 가족 '더 임파서블'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공기살인'
이윤 추구로 묻힌 위험의 시그널 '딥 워터 호라이즌'

[문화뉴스 함예진 기자] 우리 삶은 언제나 수많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이 중에는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으나 사람들의 불찰로 인해 발생한 인재도 있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 3편을 통해 실제 재난과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기억해 보자.

더 임파서블

사진='더 임파서블'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더 임파서블'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줄거리

크리스마스를 맞아 루카스네 다섯 식구는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따뜻한 휴양지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마냥 달콤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26일, 여느 때와 같이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때,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그들이 마주한 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만한 쓰나미였다. 찰나의 순간, 모든 것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가고 루카스의 가족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되고 가족들의 생사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2004년 인도양 지진 쓰나미

'더 임파서블'은 2004년 인도양 지진 쓰나미로 서로를 잃어버렸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 스페인의 마리아 벨론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21세기 최악의 재해 중 하나로 기록되는 2004년 인도양 지진 쓰나미는 2004년 12월 26일 오전 8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에서 9.3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강진으로 최대 30m에 이르는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했으며 스리랑카,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인도양 연안 12개국을 강타했다.

특히 당시 동남아 해변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휴가를 온 전 세계 관광객이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당시 한국인 18명 역시 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 재해로 약 16만∼22만 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해당 재난은 특히 경보시스템의 미비로 피해 규모가 커졌다. 지진 및 쓰나미 발생 당시, 조기 경보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해안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4년 참사 이후 아세안(ASEAN, 동남아 국가 연합)은 공동 방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8개국이 약 4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인도양 연안에 조기 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공기살인

사진='공기살인' 포스터/TCO㈜더콘텐츠온 제공
사진='공기살인' 포스터/TCO㈜더콘텐츠온 제공

줄거리

어느 날 수영 중 정신을 잃은 아들의 소식을 접한 의사 태훈은 아들의 폐가 딱딱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아내 역시 폐가 딱딱해져 정신을 잃게 되고 결국 목숨을 잃는다. 원인불명의 폐 질환으로 아내를 잃은 태훈은 처제인 영주와 함께 진상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자신과 같은 유가족들을 만난 태훈은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모두 어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것. 원인불명의 폐 질환과 가습기 살균제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 나선 그들은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영화 '공기살인'은 2011년 한국을 경악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산모와 영유아가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으로, 현재까지 진상규명과 책임 보상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다. 

2011년 사건이 알려지고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시 문제 제기된 옥시와 애경산업의 제품이 생산 및 판매 중단됐으며 이후 살균제가 폐 손상 원인으로 확인되자 일부 제품에 대한 수거 명령이 내려졌다. 

피해자들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했으며 인체에 유해한 제품을 판매한 기업과 이를 제재 없이 허용한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했다. 하지만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5년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재판부가 국가의 손을 들어주어 피해 사실에 국가의 책임이 없다는 입장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피해자들은 기업에도, 국가에도 보호받지 못했다. 

2016년이 되어서야 검찰에 전담팀이 구성되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옥시가 제품의 유독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어두운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관련 기업에 대한 미미한 처벌만이 내려졌을 뿐이다. 심지어 옥시의 실험 보고서 조작에 가담한 대학교수와 법조인들은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옥시를 비롯한 문제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옥시는 진상규명 과정 동안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가 돌연 폐 손상의 원인은 오염된 가습기와 황사라 주장하며 피해자들을 두 번 울게 했다. 최근에는 옥시가 법정 분담금 납부조차 거부해 피해 사실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있지 않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은 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진행 중이다. 여전히 피해자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딥 워터 호라이즌

사진='딥 워터 호라이즌' 포스터/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사진='딥 워터 호라이즌' 포스터/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줄거리

석유 시추 작업이 한창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 앞바다 멕시코만. 석유시추선 딥 워터 호라이즌호의 엔지니어 팀장 마이크와 총책임자 지미는 이미 무리한 작업량으로 위험해진 선박의 상태에 대해 우려한다. 작업 중단과 안전 검사를 강력히 주장하지만 돌아오는 건 작업 중단 시 발생하는 비용과 이미 많이 밀려있는 작업량만을 걱정하는 본사의 재촉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본사의 작업 강행을 따를 수밖에 없던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딥 워터 호라이즌호가 화염에 싸이게 되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가 시작된다.

딥 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

영화 '딥 워터 호라이즌'은 2010년 딥 워터 호라이즌호 폭발 사고를 다룬 영화다.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석유 시추 작업 중이던 딥 워터 호라이즌호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폭발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1명이 사망했으며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폭발 이후 약 6~8억 리터의 기름 유출까지 발생하여 더 큰 피해를 낳았다. 이는 역대 기름 유출 사고 중 4번째로 많은 양으로,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60배에 달하는 양이었다. 이로 인해 사고 지점을 비롯해 기름이 번진 인근 지역까지 해양 오염이 발생해 환경이 파괴됐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폭발은 고압의 메탄가스가 급격하게 분출되면서 발생했고, 이후 사고 발생 시 기름 유출을 방지하는 방폭 장치가 오작동하여 기름 유출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고 발생 전 본사인 영국의 석유기업 BP가 이미 방폭 장치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로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했다는 것이 밝혀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 사고로 결국 2015년 BP는 미국 정부와 합의하여 한화 약 21조 원에 달하는 187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게 됐고 이는 단일 기업이 지불하는 배상 액수로는 최대인 금액으로 기록됐다. 

배상금 문제가 해결됐어도 엄청난 양의 기름 유출이 낳은 환경 피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 미국 정부가 파괴된 해양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해 2억 2,600만 달러(한화 약 3천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하는 등 아직도 딥 워터 호라이즌 사고로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많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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