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이 2023년 3월 8일 여성의 날 다음날에 기습 철거되었다.

독일 카셀대학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반일 감정을 조장할 수 있다'라는 이유로

프랑크푸르트 일본 총영사의 철거 압력을 받았다.

독일 카셀대학에 설치되었던 평화의 소녀상이 2023년 3월 8일 여성의 날 다음날에 기습 철거되었다. 이 소식을 처음 알게 된 건 페이스북 독일 유학생 그룹에서였다. 이 사건 관련해 서명운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글이었다.

나는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 반인권의 역사를 알리는 노력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것을 목격했다.

카셀대에 평화의 소녀상이 위치해있던 곳은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곳이었다.
카셀대에 평화의 소녀상이 위치해있던 곳은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곳이었다.

첫 번째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1,000회 차 수요시위를 기념하여 건립한 것이다.

2015년 한일 외교장관의 합의문에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라는 문구는 시민단체의 거센 저항을 불러왔다. 이후 한국 안팎으로 120개가 넘는 소녀상이 설치되었다.

시로타 스즈코(가명)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처음이자 마지막 일본인 피해자이다. 첫번째 한국인 위안부 증언자인 김학순 할머니보다 7년 앞서 증언했다.

그의 증언을 들은 후카쓰 후미오 목사가 역사상 첫 기림비를 세웠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분위기 때문인지 제2의 증언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 기림비는 일본 지바현 다테야마시 ‘가니타 부인의 마을’에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유지되어야 한다(DIE FRIEDENSSTATUE MUSS BLEIBEN!)'라는 문구가 소녀상이 있던 곳에 붙어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유지되어야 한다(DIE FRIEDENSSTATUE MUSS BLEIBEN!)'라는 문구가 소녀상이 있던 곳에 붙어있다.

 

독일 카셀대학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반일 감정을 조장할 수 있다’라는 이유로 프랑크푸르트 일본 총영사의 철거 압력을 받았다. 소녀상이 설치되어있던 공공부지는 카셀대 총학생회가 관리하던 곳으로, 학교 행정 절차를 통해 이미 소녀상 설치 관련한 대학 측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당시에 카셀대 총장은 일본 영사의 우려를 메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수요집회 관계자에 의하면, 보다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이곳에 꽃을 심었다고 한다.
‘소녀상 지킴이 수요모임’ 관계자에 의하면, 보다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이곳에 꽃을 심었다고 한다.

 

평화의 소녀상은 반일인가 반식민주의인가. 평화의 소녀상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은 제국주의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상징적인 행동이다. 특정 국가를 공격한다거나, 국적을 기준으로 진영이 나눠질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반인권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세계 각지에서 그 흔적을 지우려 하고 있다.

 

독일에는 홀로코스트 역사를 반성하자는 의미의 추모비가 수도 베를린 한가운데에 있고,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정보를 새긴 황동 판을 희생자의 이전 주거지 앞에 설치하는 ‘걸림돌 프로젝트’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특정 국가에 대한 비방이 아니다. 반인륜적인 사건은 철저히 분석되고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기억되어야 한다.

 

 

참고

평화의 소녀상 (平和의 少女像). (2021). In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Retrieved April 4, 2023, from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9679

 

김태형. [이사람] 위안부 피해 첫 증언 시로타를 아시나요. (2010). In 한겨레신문. Retrieved April 5, 2023, from https://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36257.html#ace04ou

 

한정화,정유진,이승주. (2022). '소녀상 전시' 독일 박물관에 걸려온 이상한 전화.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3118

 

김성호. (2016). 기억합니다 반성합니다. 서울신문. https://amp.seoul.co.kr/seoul/20160312018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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