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매년 조수 상승으로 도시 침수
최근 기후변화로 유럽 전역 재해 발생

[문화뉴스 함예진 기자] 며칠째 이어지는 폭우로 이탈리아 북부 도시가 잠기고 있다. 

사진=한 남성이 침수된 도로에 앉아있다./EPA, 연합뉴스 제공
사진=한 남성이 침수된 도로에 앉아있다./EPA, 연합뉴스 제공

현지 시각으로 지난 16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탈리아에서 홍수가 발생해 많은 수재민들이 집터를 잃은 채 대피했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는 23개의 강 제방이 무너지고 산사태가 일어나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이번 폭우로 에밀리아-로마냐주를 포함한 4개의 주에서 36시간 동안 약 200mm 정도의 비가 내렸으며 일부 지역은 500mm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지난 2021년 한국의 여름 총강수량이 약 612mm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탈리아에 내린 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사진=구조대가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구조대가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이번 홍수로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보금자리를 잃었다.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약 13,000명의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다. 또한 거센 비로 인해 일부 마을에선 전기 공급이 끊기고 휴대전화 서비스가 터지지 않아 긴박한 대피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게다가 도로마저 파괴되거나 침수돼 구조 작업도 순탄하지 못했다.

사진=침수된 지역에 차가 잠겨 있다./EPA, 연합뉴스 제공
사진=침수된 지역에 차가 잠겨 있다./EPA, 연합뉴스 제공

사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침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매년 해안가 부근 도시가 물에 잠기는 일이 빈번했다. 밀물과 썰물인 조수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 현상으로 인해 매년 해안가 부근 도시에서는 100cm에서 많게는 120cm까지 물이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사진=한 남녀가 침수된 도로 사이를 걷고 있다./AP, 연합뉴스 제공
사진=한 남녀가 침수된 도로 사이를 걷고 있다./AP,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이번 홍수와 그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이탈리아의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자연 현상 때문만이라곤 볼 수 없다. 최근 이탈리아를 포함하여 유럽 전역이 기후변화로 재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쿠아 알타' 현상은 매년 9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발생하지만,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그보다 더 잦은 조수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발생 정도도 매우 심각해져 조수 수위가 갑작스럽게 120cm를 훌쩍 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이탈리아의 토리첼라 포 강에 있는 말라버린 조선소에 배가 놓여져 있다./AP, 연합뉴스 제공
사진=이탈리아의 토리첼라 포 강에 있는 말라버린 조선소에 배가 놓여져 있다./AP, 연합뉴스 제공

또한 지난달까지 계속됐던 가뭄 역시 홍수 피해를 키운 요인이 됐다. 이번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기 바로 직전까지 이탈리아는 몇 개월 동안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다. 가뭄이 일어나면 토양이 장기간 건조해지고 수분을 흡수할 능력을 상실한다. 오랜 기간 가뭄을 겪고 있던 이탈리아 역시 토양이 비를 흡수하지 못해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불어난 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범람이 일어난 것이다.

사진=침수된 도로에서 사람들이 개를 안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침수된 도로에서 사람들이 개를 안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이탈리아는 매년 빈번히 발생하는 침수를 막기 위해 그동안 해결 방안을 고안해 왔다. 베네치아에선 1984년도부터 조수 유입 차단 시스템인 '모세(MOSE)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도시 침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30년 동안 이탈리아의 잦은 부정부패로 어렵게 추진돼 지난 2020년부터 겨우 가동되기 시작한 '모세'는 설치한 인공 벽이 바다 수위가 높아지면 솟아올라 홍수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최대 3m까지의 조수를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동 시작 이후 발생한 침수를 여전히 예방하지 못해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주민들이 홍수가 지나간 도로를 청소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주민들이 홍수가 지나간 도로를 청소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한편, 이번 홍수로 인해 이탈리아 정부는 곧 피해가 가장 큰 에밀리아-로마냐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100년만의 최악의 홍수로 이미 수십억 유로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를 복구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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