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처우 개선 요구하는 시위 계속
미국작가조합, 2007년에도 대규모 파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 5'도 제작 중단

[문화뉴스 함예진 기자] 당분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OTT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신작들을 만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일,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할리우드 작가 1만 1,5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WGA는 TV 프로그램부터 영화, 뉴스까지 다양한 미디어 산업에서 일하는 작가들이 속한 조합으로, 동부와 서부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의 협약 만료를 앞두고 펼친 협상이 결렬되자 시작된 것이라고 WGA는 밝혔다.

사진=파업 4일째 작가들이 넷플릭스 앞을 지나가며 시위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파업 4일째 작가들이 넷플릭스 앞을 지나가며 시위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그동안 미디어 산업은 끊임없는 변화를 겪어야 했다. 가장 큰 변화로 OTT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며 산업 형태가 바뀌었다. 여러 거대 OTT 기업들의 등장과 경쟁으로 하루에도 수없는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가장 많이 동원된 사람들이 바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였다. 이들은 OTT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과 개선되지 않는 처우였다. 

사진=시위 4일째 WGA 작가들이 넷플릭스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시위 4일째 WGA 작가들이 넷플릭스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제작이 공식적으로 확정되기 전,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는 임시 사전 프로젝트에 적은 임금을 주고 작가들을 고용하기로 악명높았다고 한다. 덕분에 많은 작가들이 넷플릭스라는 거대 기업과 계약을 했음에도 다른 일을 찾는 게 다반사였다. 

또 OTT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한 시즌의 에피소드의 수도 줄어들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빠르게 몰입감 있는 시청을 할 수 있으나 작가의 경우 업무 일수가 줄어드는 것이기에 OTT 서비스가 불러온 에피소드의 감소는 곧 작가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사진=파업 2일째 작가들이 디즈니 스튜디오 밖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파업 2일째 작가들이 디즈니 스튜디오 밖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WGA는 지난 6주 동안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등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구성된 AMPTP와의 협상에서 작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구체적으로 먼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OTT 시장의 확대로 콘텐츠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그동안 작가들의 업무량은 늘었지만, 임금은 동일했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들의 고용 기간 보장을 요구해 기획 단계에서 작가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는 것을 막으려 했다. 이 외에도 최근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개입을 반대하는 등 업계 내 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협상의 결과는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결국 AMPTP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사진='레이트 나이트(NBC)'의 진행자 세스 마이어스가 파업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제공
사진='레이트 나이트(NBC)'의 진행자 세스 마이어스가 파업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제공
사진='기묘한 이야기' 공식 SNS 캡처
사진='기묘한 이야기' 공식 SNS 캡처

이번 파업은 미국에서 제작되는 각종 TV 프로그램과 영화, 드라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파업 다음 날부터 미국의 유명 심야 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NBC)', '지미 키멀 라이브(ABC)', '더 레이트 쇼(CBS)'가 과거 방송분을 재방송하는 것으로 파업 여파로 인한 위기를 겨우 모면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인 5번째 시리즈의 제작 역시 중단되었다. '기묘한 이야기'의 감독 더퍼 형제는 공식 SNS를 통해 파업으로 제작이 중단되었음을 알림과 동시에 작가들의 부당한 현실에 "공정한 대우가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며 작가 조합의 파업에 지지를 보냈다.

파업은 이뿐만 아니라 LA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할리우드 산업과 함께 발전했던 LA의 미디어 관련 사업들 역시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밥차와 비슷한 케이터링 사업이나 영화 소품 사업같이 크고 작은 관련 사업들이 미디어 제작이 중단되자 차례로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뉴욕에서도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사진=뉴욕에서도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제공

작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WGA가 파업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WGA는 약 100일 동안 대규모 파업을 한 적이 있다. 이때 주요 쟁점은 당시 뉴미디어의 등장과 DVD로 미디어 소비 방식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라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 작가들의 수익 배분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AMPTP와 WGA는 수익 배분에 대해 재협상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WGA는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많은 영화, 드라마 및 TV 프로그램들이 제작 중단이 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파업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마저 입은 것으로 기록됐다.

사진=사람들이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사진=사람들이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할리우드는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업계 중 하나로, 변화에 발 빠르게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그 변화를 이루는 주체가 모두 사람이기에 다른 업계보다 사람의 중요성이 매우 큰 업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할리우드 미디어 사업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나 인력의 중요성을 보지 못한 채 그에 맞는 적절한 노동 환경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WGA의 파업이 과연 할리우드의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파업이 가져올 결과가 주목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