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km pm20:00 walkholic 道步描 (everynight to be together go with NORi if,,,,,tomorrow coming)

손노리의 도보묘(道步描: Walk Holic) : 유희미 들여다보기

글: 김승호(동아대)

도보묘(道步描). 손노리 작가의 전시주제다. 조음 음성학적 도보∼요가 시각미술의 전시주제로 탄생했다. 말소리이지만 가벼우면서도 본질에 다가가려는 작가의 의지이기도 하다. 작가 손노리는 이번 전시에서 놀이와 미를 구분하지 않는 행위가 보(步)이고 여기에 예술적 방법으로서 묘(描)가 합쳐진 도(道)를 내세웠다. 그다지 낯설거나 외경스럽지는 않다. <주역>에 기대면 날마다 새로워지는 일상에서 이미지로 현시된 형상과 그 이치를 깨닫는 것이 창작이고 그 근본원리를 깨닫는 것이 바로 도인데 여기서는 걸으면서 이치를 깨닫는 방법마저 일상적이자 예술적이라는 말이다. 음성학적 유희를 넘어선 작가의 유희미를 꼼꼼히 들여다보자.

손노리 작가는 신천강(자연)을 따라 걸으면서 드로잉작업을 한다. 그것도 매일매일 반복한다. 걸으면서 획득된 것은 무엇인지 서둘러 해명해보자. 건강/치유가 아니라 걷기이자 전통적인 미술도구가 제외된 작업이다. 실내 공간(작업실)이 아니라 자연/도시공간에서 자유롭게 체득되는 인연의 작동방식. 창작의 주체로서 사회적 책무와 개인으로서 예술적 책무 사이에 대한 부정의 미학적 저항성 그리고 이전의 작업(설치)과 현재의 나(드로잉) 사이의 변화에 대한 자기성찰로의 이행. 이 모든 것이 작가의 길(道)이자 이 노정은 반복되면서 즐거워야 한다. 미술이든 사회든 둘 다 개념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관념화되어 사적 영역으로까지 파고든 관습/관행을 직접 몸으로 저항하면서 현시된 드로잉. 작품으로 독해되어 평가받기 이전의 상태, 즉 예술적 길(道)이자 그 무한한/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지표이자 새로운 유형의 유희미다. 그녀는 개인으로서 사회를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성과 드로잉의 경계를 의심하면서 관습화된 드로잉 개념을 부정한다. 걷기와 그리기, 행위로서의 동질성을 주장한 작가에게 손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일상성과 사회구성원으로서 나 사이/경계마저 거부한 유희가 걷기드로잉으로 가시화된다. 인간의 감각운동과 운동능력이 떼래야 뗄 수 없다는 강령에 예술적 감각(경험)에서 운동(창작)으로의 이행이 유희이자 그 길을 걷는 것이 작가의 노정(道)이라는 주장도 색다르다.

이번 전시는 손노리 작가가 숙고한 유희미의 종합이다. 이전전시가 쓰다버린 물건을 가져와 작업실에서 해체하여 사물의 기능성과 연관성을 새롭게 범주화하면서 새로운 설치미술의 가능성을 전시공간에서 탐색하였다면, 이번에는 “어제 걸은 건 오늘 또 걷지 않는다면 소용없어요.”라는 작가의 속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일매일 걸으면서 생성된 휴대폰-드로잉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는 문자와 이미지의 경계도 없고 게다가 색채와 형태의 형식마저 거부한다. 왜냐면 문자-드로잉과 이미지-드로잉이 상호간 분리/경계가 해체되었고, 물질로서의 재료와 행위의 결과물로서 색채=형태들이 부정되면서 이미 관념화된 미적 형식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딱히 무어라고 인식할 형태도 대상화/명칭화도 거부한다. 문화문맥에서 분리된 형상의 이미지와 독립된 문자가 동석해 선의 섬세함과 색채의 유려함이 강조된다. 세련미, 조화미, 구성미 등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난다.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와 그림같이 관객에게 무한한 연상 작용만 요구할 뿐이다. 유희하려는 그리고 유희를 위한 부정의 저항성이다. 달리 말하면, 관념화된 드로잉의 세계를 몸으로 직접 관통하고, 일상과 예술이 그렇기 때문에 분리가 아니라 하나이고, 날마다 새롭다는 것은 드로잉세계가 미학적으로 그리고 행위적으로도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몸을 움직이면서 걷는 행위가 창작행위라는 주장이 유희미로 통합된다.

손노리는 미술과 일상을 유희하는 작가다. 미술과 사회의 관념으로부터의 벗어난 유희. 걷는 행위마저 자유로워진다. 작가는 소통이라고 부르지만, 생경한 전시주제부터 전시장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유희미가 풍요롭다. 그러나 걷는=드로잉=영상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전시에서는 그 행위의 흔적이 다시금 일상에서 이탈하여 예술 속으로 전개되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전시가 성립되지만. 휴대폰에 저장된 파일이 프린트되고, 걸으면서 촬영한 영상이 QR코드로 가시화 되면서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부상한 전시전략과 맞닥뜨린다. 손노리 작가의 도보묘(道步描)는 아우라 붕괴이후에도 여전히 관념화된 사회적 영역과 마주한다. 당당히 맞서서 유희하는 작가의 저항의식,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드로잉이 매일매일 반복되어야 하듯이, 미학적 저항도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손 작가의 노정(道)에 찬사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부정의 저항성이 도보묘(道步描)에서 가시화 되면서 창작의 근본원리에 대한 미적 탐구에 찬사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작가노트 : 어제까지 걸은 건 소용없어 오늘 또 걷지 않는다면...

걸음은 지금의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다양한 사물을 해체하여 새로운 조합으로 평면, 입체, 설치작업을 해 왔고 중요한 키워드는 연결과 소통이었다. 그러던 중 저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이 왔고 그렇다더라도 답을 구할 수 없었다. 무작정 하던 작업을 내려놓고 작업실을 나와 근처 신천강변을 걷기 시작했다. 별다른 목적없이. 그렇게 걷다가 어느 날 무심코 폰메모장을 열어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걷다가 강변 벤치에 앉아서 내려 놓고 나온 내 손, 복잡한 심경을 담은 손, 저항하는 손. 그러다 손을 통해 강을 그리기도 하고 풀을 그리기도 하고 세상을 향해 사과하는 손, 내미는 손 그런 과정을 겪기도 했다. 형태는 어느 한 곳에 얽메이지 않고. 이렇게 매일 걷는 이것이 작가로서의 삶 같고, 그저 한걸음 한걸음 멈추지 않고 걸음을 걷는 것밖엔 없다고 생각한다.

이모든 행위가 개인전시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전시작품은 출력된 디지털드로잉이 주를 이루며 60여점을 전시한다.

 

전시장소 : 갤러리 토마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446길 18-13)

전시기간 : 6월 3일 토요일 ~ 6월 11일 일요일까지.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 오전 11시 ~ 오후 6시 (12시 30분 ~ 1시 30분 점심시간)

작가와의 만남 : 6월 3일 토요일 1시 30분 ~ 6시 사이 (이 외의 기간에는 전시장 지킴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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