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케이코 役
키시이 유키노, 청각장애 복서 변신
"혼자 있는 내 모습과 비슷...후회는 없어요"
"3년째 복싱 계속...뚜렷한 변화가 용기 주죠"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배우 키시이 유키노 / 디오시네마 제공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배우 키시이 유키노 / 디오시네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배우 키시이 유키노가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통해 새로운 연기 변신을 가져갔다. 혹독한 트레이닝부터 깊은 감정적 공감까지. 배우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순간을 맞이한 그를 만나봤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청각장애인 프로 복서 케이코가 혼란과 고민 속에서도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실제 청각장애인 프로 복서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다.

케이코 역을 맡은 키시이는 첫 스크린 주연작 '불량 가족, 행복의 맛'으로 요코하마 영화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고, '사랑이 뭘까'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인 여배우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주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한층 강렬하다. 홀로 있는 외로움부터 복싱에 대한 열정, 타인과의 미묘한 관계 변화까지 그려내는데, 말이 아닌 눈빛과 표정, 몸짓으로 몰입을 이끌어 낸다.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배우 키시이 유키노 / 디오시네마 제공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배우 키시이 유키노 / 디오시네마 제공

실화 바탕 영화지만 키시이는 실제 모델과 관련한 자료들을 최대한 피했다고 밝혔다. 미야케 쇼 감독을 비롯한 프로덕션만의 새로운 케이코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본 오가사와라 케이코와 그의 가족으로부터 "싸우는 스타일도 상당히 닮았고, 연구를 많이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했다.

키시이는 계산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다가갔다.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훈련하면서 느끼는 통증, 고통, 기쁨 같은 것들을 '케이코라면 어떻게 느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식하며 준비하게 된 것 같다"며 스스로 케이코가 됐음을 밝혔다.

또한 극 중 상대와 복싱 대결을 하는 장면과 관련해서는 "결말이 바뀔 일은 없는데 내가 노력하면 뭔가 바뀔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그런 감정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라며 케이코를 응원하게 됐다고도 전했다.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배우 키시이 유키노 / 디오시네마 제공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배우 키시이 유키노 / 디오시네마 제공

그러다 보니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혼자였던 케이코가 복싱을 통해 많은 이들을 만나고 변화하는 모습.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은 지점이었다. 키시이는 케이코와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는 "케이코는 내가 혼자 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할 것 같다"라며 배우가 되기 전 홀로 외로이 영화를 마주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내 편일 것 같다는 감정을 갖고 보게 돼요. 근데 실제로 내가 보는 건 스크린이죠. 스토리와 함께 있으나 타인이 보면 전 혼자라는 걸 알아요. 외톨이처럼 지낸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혼자 있던 시간 때문에 지금 함께하는 스태프들과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얘기 나눌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거든요."

청각장애 복서 역할인 만큼 복싱과 수어를 배우는 노력은 필수였다. 특히 복식의 경우 주 3~6회, 매일 4시간 가까이 훈련에 매진했다. 복싱 체급에 맞추기 위해 7kg가량 증량도 했다.

그러나 키시이는 "평소 생각도 많고 눈치를 보기도 했는데 복싱을 할 때는 그게 되지 않더라. 하고자 하는 일에 명확히 집중되는 경험을 했다. 내가 뭘 하고자 하는지 분명해졌다"라며 힘들기보다는 자신과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시간이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배우 키시이 유키노 / 디오시네마 제공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배우 키시이 유키노 / 디오시네마 제공

복싱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3년 가까이 복싱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위해 훈련한 부분은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라며 "지금은 무게를 실어 펀치를 날리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정말 어렵다. 매번 지적받으면서도 진짜 펀치를 위해 연습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복싱이 좋은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눈으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키시이는 "연기나 마음, 정신력이 강해졌다는 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복싱은 연습할수록 근육이 붙는 게 느껴지고 못 하던 것들도 가능해진다.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나오니 더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으로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복싱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얻는 것과 더불어 배우 커리어에도 하나의 업을 달성했으니,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작품일 듯하다. 

키시이 역시 "아무리 전력으로 연기해도 신체적인 반응까지 동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번 작품이 내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남기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라며 "잘 맞는 작품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때 케이코 참 좋았지'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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