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 art82' interview #77

아티스트 '박종희'를 소개합니다.

(사진제공:디아트82)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애니메이션 속 로봇 캐릭터와 단청 문양으로 이미지를 탐험하는 작가 박종희입니다.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로 흘러 들어간 앨리스처럼 엉뚱한 상상과 모험을 즐기며, 현대와 전통이 교차하는 불안정한 감정 속에서 낯선 자아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만화적 상상력을 좋아했어요. 어릴 적부터 수업 시간에 몰래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집에서는 TV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들을 꼭 챙겨 보았죠. 용돈을 모아 로봇 장난감을 사서 가지고 놀고, 오락실이나 컴퓨터 게임으로 대부분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이미지가 충만했던 세월이 자연스럽게 저를 미술로 인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작품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방식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저는 원형의 모습도 좋아하지만, 서로 다른 로봇 장난감의 머리나 팔, 다리, 무기 등을 바꾸어서 조립하는 것을 즐겼어요. 저만의 새로운 창조물을 가지는 것 같았거든요. 따라서 작품도 먼저 좋아하는 로봇 캐릭터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미지들을 합성하여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요. 그다음 다시 단청 문양에 합성을 하죠. 합성한 이미지는 한지에 수채화 물감으로 여러 번 채색하여 완성된 결과물로 만들어냅니다.

▶ 작품을 만드는데 영감을 주는 것들은?

과거의 경험이 선사하는 복잡한 감정입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장난감과 게임을 즐기던 모습은 즐거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은 만족감과 그리움을 동시에 전달해 줍니다. 기쁨과 고통이 수반 되어 있는 것이지요. 또한 저에게 행복한 기억이 타인에겐 이상한 시선으로 비추어지기도 합니다. 아직도 만화나 좋아하는 덜 성숙한 어른으로 보기도 하며, 일본 로봇 캐릭터들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하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것들이 저를 구성하고 있다는 겁니다.

▶ 작품 당 평균 작업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이미지가 가지는 디테일이나 재료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2주일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 영향을 받은 작가나 아티스트는 누구이며, 어떤 점에 대해 영향을 받았나요?

박생광 작가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청과 민화, 불화 등 전통적인 소재에서 나오는 강렬한 이미지와 구성, 오방색에 기반한 화려한 색감, 특히 붉은색의 윤곽선은 제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작가님처럼 전통성 자체에 심취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적 계승이라는 점에서 작은 세계를 형성하였으면 합니다.

▶ 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시간입니다. 작가로서 표현해보고 싶은 것, 연구해보고 싶은 것은 언제나 무한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물리적인 시간 앞에 원망을 늘어놓습니다. 하루만 더 생각했다면, 1시간만 덜 자고 그렸더라면 하는 후회가 늘 있습니다. 가끔은 정말 만화 속 캐릭터처럼 제가 여러 명이 되어서 작업을 했으면 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 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로봇 장난감을 선물로 받았을 때입니다. 저는 태어나서 작가로 활동하기 전까지 로봇 장난감을 선물로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용돈을 모아서 사거나 성인이 되어 일을 하여 사 모은 것이 전부입니다. 작가 활동을 통해 이제는 혼자만 심취해 있는 심해의 영역이 아니라 누군가가 인정해주는 다양성의 영역이 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낍니다.

▶ 우리나라 미술 시장에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장에서 미술품은 실용성보다 특수성이 강조되는 물품에 속합니다. 그러나 미술 시장에서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고 판매하려는 형태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으로 치면, 매운 음식과 같은 것입니다. 매운 음식은 모두가 먹을 수 있기보다는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특정 무리만이 소비합니다. 하지만 미술 시장은 이것을 모두에게 먹이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탈이 납니다. 매운 음식을 왜 먹는지, 누가 주로 소비하는지, 언제 먹고 싶은지에 대한 분석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특별한 맛은 말 그대로 특별하기에 지속적인 소비를 위해선 더 많은 이해도가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배만 채우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다양한 맛에 대한 전문적 마케팅이 더해진다면 미술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사진제공: 디아트82)

▶ 자신의 작품을 한 단어로 표한한다면?

이상한 나라

▶ 본인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세계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 같지만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그럴듯하게 그려집니다.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감각적으로는 서로 다른 것들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화와 전통의 층위가 서로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감각의 자유로움을 통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면 합니다.

▶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거울 속 모습이 자신이라고 믿은 미성숙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 작가 활동을 지속 하기 위해 필요한것 3가지만 꼽는다면?

1. 안도감이나 확신이 상실된 불편한 심리 상태 2. 다양한 의식 속 경험 3. 나에 대한 착각

▶ 작가 활동을 시작 하려는 후배에게 조언 할게 있다면?

작가를 할 수 없는 100가지 이유보다 작가를 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에 집중하였으면 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은 현재 계획되어 있는 개인전, 아트페어, 단체전 등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전시 스케줄이 빠듯하다 보니 작업 시간이 부족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조금 부족합니다. 그래도 항상 다음 작업을 위한 새로운 기억의 이미지들은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 다른 저를 만날 수 있도록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콜렉터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산 만화책이나 장난감을 부모님께 들키지 않기 위해 몰래 숨겨 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엇이 그렇게 부끄럽고 숨기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들을 당당히 꺼내 작품으로 승화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감상하는 많은 분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언제나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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