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실제로 도착해보니 내가 배운 것들과 매우 달랐다.

어학 자격이 없다면 다른 비싼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독일어를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다. 제2외국어를 골라야 했다. 언어 교과서를 봤는데, 독일어 알파벳 중에 움라우트(ÄÖÜ)라는 게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멋지게 보였다. 발음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독일어를 시작하게 된 단순한 이유였다. 5년 이상의 독일어 학습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기간에는 말하기보다는 문법과 어휘에 관한 공부를 했다.

독일에 실제로 도착해보니 내가 배운 것들과 매우 달랐다. 문법이나 어휘가 문제라기보다는 말하기 훈련이 안 되어 있었다. 대부분 영어로 소통했고, 독일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같이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독일어를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에 독일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독일의 대도시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일상생활 중에 독일어를 꼭 써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어의 중요성은 일자리를 구할 때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영어는 지원자 대부분이 잘하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해서는 독일어 실력이 좋은 요소가 된다. 이런 상황은 특정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끔 영어를 하지 못하는 독일인을 만나기도 한다. 관청에서 중요한 행정 처리를 하거나, 학교에서 수업 관련 문의를 할 때 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행정절차를 위해 많은 경우에 독일어로 쓰여있는 이메일을 읽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번역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정확히 번역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독일에서 살면서 독일어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선택지를 위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나는 대학 입학을 위한 독일어 시험 준비반 수업을 1년간 수강했다. 이 수업은 다른 사설 어학원보다 훨씬 저렴하고, 학생증으로 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수업의 질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수업 수강 신청 조건은 독일어 B1 자격증이다. 어학 자격이 없다면 다른 비싼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어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나는 독일어를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어를 공부하는 시간을 고통스럽게 하지 말자. 일상과 독일어 공부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서 나도 모르게 독일어 실력을 향상하자.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언어에 노출되는 것. 이것이 독일어, 나아가 언어 학습에 있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향점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