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막 확연히 다른 매력...감성적 이야기 속 짙은 여운 남겨
김바다, 유현석, 안희연 등 출연...1인2역 연기 돋보여
10월 1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끝나는 순간 처음으로 돌아가고픈 작품들이 있다. 연극 '3일간의 비'가 그렇다. 빗속에 담긴 강렬한 기억을 마주하고 나면, 여운에 흠뻑 젖어 찬찬히 페이지를 되돌리고 싶어진다.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대의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유명 건축가인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던 중 발견된 일기장을 통해 과거 부모세대의 진실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다. 극작가 리차드 그린버그의 작품이며,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1막에서는 워커와 낸, 핍의 이야기가, 2막에서는 그들의 부모세대인 네드와 라이나, 테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막은 미스터리, 2막은 멜로로 볼 수도 있을 정도로 각자 다른 매력을 갖췄다.
1막에서 끌어올린 궁금증을 2막에서 하나씩 풀어낸다. 그 연결 고리를 발견하는 순간 극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극이 끝나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운명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고 싶어진다.
'3일간의 비'라는 키워드 속에 담긴 그날의 기억을 꺼내보는 일기장 같은 작품이다. 그 단편적 시간에 담긴 기쁨, 슬픔, 사랑, 우정, 후회,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들이 무대 위 내리는 비처럼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리고 비에 젖듯 감상에 젖어 짙은 여운을 간직하게 된다.
무대 위에 실제 물을 뿌리는 장치, 극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도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극이 지닌 아련한 감성을 한껏 고취시킨다.
배우들은 네드와 워커, 라이나와 낸, 테오와 핍을 1인 2역으로 소화한다. 한 배우가 어떻게 두 역할을 소화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큰 작품이다. 이번 시즌은 워커/네드 역에 김주헌, 박정복, 김바다, 낸/라이나 역 류현경, 정인지, 안희연(하니), 핍/테오 역 이동하, 김찬호, 유현석이 캐스팅됐다.
이 중 안희연은 이번이 첫 연극이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져왔으나, 연극은 또 다른 영역.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연극 무대에 적응이 덜 된 듯 보인다.
특히 대사 처리에서 어색함이 있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느낌. 아마도 대사 전달력에 신경을 기울이기 때문인 듯 보인다. 마찬가지 이유로 대사를 짚어내려는 손동작도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은 충분하다. 특히 2막 라이나를 연기할 때는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겉은 쾌활해 보이지만 불안을 간직한 모습. 웃음과 눈물에 담긴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힘이 있다.
반면 무대 경험이 풍부한 김바다와 유현석은 여유롭게 1인 2역을 소화하며 연기력을 한껏 뽐낸다. 김바다는 천방지축 워커와 말더듬이 네드, 극명히 대비되는 인물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유현석 역시 극과 극 성격의 테오와 핍을 대사의 템포, 섬세한 감정으로 디테일을 살리며 몰입감을 높인다.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2막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 변화가 중심인 극이니만큼, 두 인물이 어떻게 감정을 쌓고 흔드는지 확인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한편 '3일간의 비'는 오는 10월 1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