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행정의 문제점은 뭘까.

한편으로는 빠른 것이, 긴밀히 연결된 것이 좋은 것이냐는 질문을 해본다.

 

McKinsey&Company Germany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유럽 내 주요 국가와 비교해 디지털화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MGI 산업 디지털화 지수를 바탕으로 계산된 독일의 디지털 잠재력 확보 수준은 10%로, 유럽 평균(12%)보다 낮은 값이다.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수치다. 디지털화될 분야가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슈페어콘토 금액을 물어보는데 다음과 같은 과정이다. 외국인청 번호로 전화한다. 담당자가 영어를 못한다. 월 금액을 모른다고 한다. 담당 부서에 이메일을 전해주겠다고 한다. 이메일 주소를 불렀는데 못 알아듣는다. 겨우 다 말하고 테스트로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니 그렇게 해준다. 이메일이 안 온다. 주소를 잘못 적은 것 같단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외국인청에 방문하기 전까지 연락은 안 올 거다. 이메일 주소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니 담당 부서가 이미 주소를 가지고 있을 거란다. 독일식 행정의 문제점은 뭘까. 과중한 업무가 충분하지 않은 인원에게 배분된 것도 하나의 원인일 거다. 또 다른 원인은 디지털화다. 거의 모든 행정처리에서 방문 없이 통신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국의 디지털 업무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놀랄만한 상황이다. 한 학생이 교수님께 물은 질문이 생각난다. “왜 독일은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종이는 그렇게 많이 사용하는 건가요?” 교수님이 답했다. “너의 노트북은 친환경적일까?“ 의외의 답변이었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기도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있다. 전기생산 시에 오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무려 계좌에 현금을 입금하는 데 수수료가 든다. 한국에서 ATM에 가서 수수료 없이 쉽게 현금을 입금할 수 있는 반면, 독일에서는 이체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일부 특수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으면 하루에서 이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의 빠른 처리가 기본값으로 입력되어있었던 나는 적잖이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자주 불편하다.

 

한편으로는 빠른 것이, 긴밀히 연결된 것이 좋은 것이냐는 질문을 해본다. 한국에서 카카오톡 서버 건물의 화재가 발생하자 주요 기능들이 며칠 동안 마비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독일의 느슨한 디지털화, 느린 처리 방식이 어찌 보면 더 안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독일에서 생활하게 되면 기술발전이 모든 곳에서 정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참고

장훈.(2017).[유럽] 독일의 미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준비: 디지털화.과학기술정책,27(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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