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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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소프라노인 ‘예니 린드’를 사모한 남자가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다 그러겠지만 그 역시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그녀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잠을 청하는 그 순간에도 그녀의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꿈속에서조차도 그녀가 나타났다. 지독한 그리움이 이리도 힘든 걸까. 어떻게든 그녀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는 용기가 없었다.

‘이 얼굴에 감히 그녀를 넘볼 순 없지.’

그는 나름 이름도 알려진 동화작가였지만 늘 맘속엔 여러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다. 가장 큰 게 외모 콤플렉스였다. 못난 얼굴이 늘 남 앞에 나서는 게 두려웠다. 더군다나 사모하는 여인 앞에 나선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리고 어릴 때 불우했던 기억도 콤플렉스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였고 어머니는 남의 집 빨래를 해주는 가정부였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또한 청년 시절,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변성기 때 탁해진 목소리 때문에 배우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래저래 마음속에 상처와 우울이 가득했다.

그는 그녀 앞에 당당히 나설 용기가 없어 연서로 대신 마음을 전했다.

“그대는 내 인생의 행운이고 행복입니다. 그렇기에 그대는 잘 지내야 합니다. 늘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빕니다. 어떤 책이나 어떤 사람도 그대만큼 내게 깊고 따뜻한 영향을 준 사람이 없습니다. 늘 그렇듯 그립니다.”

그녀에게서 답장은 왔지만 정작 기대했던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그저 일상적인 인사말이 전부였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후회가 되었다. 고백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못난 자신이 한없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면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고스란히 동화가 되어 세상에 나왔다.

그 작품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새’「나이팅게일」이었고 「인어공주」였다. 그가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다.

그를 생각하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못내 안타깝지만 문학사적으로 보면 그 외사랑이 아니었다면 자칫 우리는 위대한 동화작품을 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콤플렉스와 상처가 그의 감성을 자극했기에 그 위대한 작품이 나온 건 아니었을까.

그의 이전 작품도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못난 얼굴로 인해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았던 것을 소재로 쓴 「미운 오래 새끼」도 그렇고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연상하며 쓴 「성냥팔이 소녀」도 그렇다.

콤플렉스나 상처 혹은 경제적인 어려움 등 심적이나 외부적인 결핍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지금은 고통스럽겠지만 나중에 그게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겁니다.”라고 말한들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사실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겐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럴 때 그저 아무 말 없이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고 챙겨주는 게 더 낫을 듯싶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하나 있다. 그 결핍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떤 형태로든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거다.

그런 점에도 결핍도 때론 필요하다. 변화가 없는 삶, 얼마나 무료하고 지루할까. 변화가 없으면 당연히 발전도 없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적당한 결핍, 적당한 자극은 변화와 발전을 유도한다.

결핍과 풍족,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풍족을 선택할 것이다. 결핍은 일단 우울하고 아프고 안타깝다. 그러나 풍족은 넉넉하고 여유롭고 당당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풍족이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건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풍족이 삶을 무료하게 만들고 사람을 게으른뱅이로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결핍이 종종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18세 때 교향악단의 첼로 단원이 되었는데 토스카니니는 시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악보를 봐야 하는 연주자가 시력이 좋지 않다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는 음악을 그만둬야 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연주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래, 외워버리자.”

그때부터 악보를 외우기 시작해 그 이후엔 악보 외우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에게 기회가 왔다. 지휘자가 연주자와의 갈등으로 그만 지휘봉을 놓고 말았다. 악단은 새 지휘자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쉽지 않았다.

그때 그가 나섰다. 악보를 다 외우기에 도전을 해본 것이다. 그의 지휘는 뜻밖의 성공을 거뒀고 그걸 계기로 그는 세계적인 지휘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물이 부족해야 뿌리가 땅속의 물을 찾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뻗듯 결핍은 꿈을 자극하고 더 많은 갈망을 만들어낸다.

시간관리 전문가로 잘 알려진 로타르 자이베르트는 저서 <단순하게 살아라>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완벽한 삶에 대한 신화는 위험한 착각이다. 그것은 힘을 불어넣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인생에는 실수도 있고, 오점도 있고, 뾰족하게 모난 구석도 있어야 한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힘차고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다.”

왜 내겐 이게 없는 걸까에 대한 고민은 최대한 짧게 하고 그것을 대처할 만한 다른 것을 찾는데 시간을 보내는 게 삶의 지혜이다. 결핍은 절실함을 낳고 충족은 게으름과 나태함을 부르는 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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