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6년부터 매년 '3058명'만 선발...OECD 39개국 중 38위
2025년 대입부터 1000명 이상, 임기 내 3000명 이상 증원 목표
의사단체 "포퓰리즘 정책, 필수의료 몰락...투쟁 불사"

정부, 18년째 동결 의대 정원 확대 발표...의사단체 "투쟁 불사" / 서울의 한 의과대학 (사진=연합뉴스)
정부, 18년째 동결 의대 정원 확대 발표...의사단체 "투쟁 불사" / 서울의 한 의과대학 (사진=연합뉴스)

[문화뉴스 정도영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5일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어 의료 서비스 접근성 제고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협의회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한덕수 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등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 인사들이 참석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9일 '지역완결적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열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의료 인력 수도권 쏠림 현상과 필수의료 공백이 심화되는 상황을 반영해 우선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 입학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으로 351명이 줄었고, 2006년부터 17년간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최근 수 년 간 '지방 의료 소외'와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의료 인프라 붕괴에 대한 우려와 진료과목 쏠림 현상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있어 정부와 의사 단체 사이에 입장차가 존재한다. 정부는 '매년 1000명 이상 증원, 임기 내 3000명 이상 증원' 등 절대적인 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의사 단체들은 인프라와 보상체계 등 의료정책을 먼저 손봐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통계 2022'에 의하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임상 의사 수는 2.5명으로 OECD 평균(3.7명)의 70% 수준이다. 매년 새로 배출되는 의사 수도 OECD 최하위권으로, 202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의대 졸업생 수는 7.26명으로 OECD 39개국 중 38위다.

인구 1000명 당 임상 의사 수 4.5명, 인구 10만 명 당 의대 졸업자 수 12.4명인 독일은 향후 수 년간 매년 의대 입학 정원을 5000명씩 늘릴 계획이다. 2020년 의대 입학 정원이 8639명으로 한국의 2.8배 수준인 영국도 2031년까지 정원을 1만5000명으로 증원할 예정이다. 독일의 인구 규모는 한국의 약 1.6배, 영국의 인구 규모는 한국의 약 1.3배로,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의사 단체의 입장은 판이하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15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제32차 추계연수 및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증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증원이 곧바로 지방·필수의료 영역에 대한 인력 배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협은 저수가 정책과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이 개선되지 않으면 증원은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에 그치지 않고 필수의료 몰락, 국민 의료비 기하급수적 증가, 국민 생명권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를 기피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의대 정원만 늘리면 당장 재수생, 삼수생까지 의대 쏠림이 심화하고 이공계가 더 휘청이게 될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말했다.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입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입시학원 측에서는 당초 '킬러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것과 맞물려 'N수생'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보였다.

이공계열 대학생들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방 국립대를 위주로 증원하고 지역인재전형을 확대, 지역 의무복무 기간을 두면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에 의협은 오는 17일 오후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파업을 결의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한편,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 입학 정원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의료계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의대생들의 국가고시를 거부 등으로 맞섰으며,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재논의하자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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