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보험료·지준금 등 '부당 가산금리' 여전히 부담시켜
여전히 취하고 있는 은행의 부당이익, 환수해야 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는 현실
예금보험료는 최근 5년간 2곳 은행에서만 총 2조 1994억 원(우리은행 8503억 원, 국민은행 1조 3491억 원)에 달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3.10.11 xyz@yna.co.kr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우리은행  예금보험금 8천5백억 비용 고객에 떠넘겨 부당이익 취해... 환수 대책에 고심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3.10.11 xyz@yna.co.kr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우리은행  예금보험금 8천5백억 비용 고객에 떠넘겨 부당이익 취해... 환수 대책에 고심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시정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예금자를 위해 은행이 납부해야 할 돈을 대출자가 내고 있었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이중 가산금리의 법적비용이라는 항목에는 교육세, 예금보험료, 지급준비예치금이 포함됐었다.

자료 = 대출금리 모범규준 / 표 = 최병삼
자료 = 대출금리 모범규준 / 표 = 최병삼

‘예금보험료’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고, ‘지금준비예치금(지준금)’은 은행이 예금자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한국은행에 맡기는 예금액으로 모두 대출자가 아닌 예금자를 위한 제도다.

이 중 예금보험료는 최근 5년간 2곳 은행에서만 총 2조 1994억 원(우리은행 8503억 원, 국민은행 1조 3491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가산금리에 부과된 지급준비금도 2곳에서만 1조 1822억 원(우리은행 5522억 원, 국민은행 6270억 원) 이었다.

예금보험료와 지준금이 대출자가 부담할 성격의 법적 비용이 아닌 데다, 예금자들이 이들 비용을 내는 만큼 은행이 이중으로 돈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가산금리 산정 항목에서 이 둘은 빠지게 됐다.

그리하여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에 기준이 되는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해, 예금보험료와 지준금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빼기로 의결했으며 올해 1월부터 적용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덕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들이 제외하기로 했던 예금보험료와 지금준비예치금 신규 대출에 대해서만 제외하고, 기대출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했다.

이어 민의원은 “30년 주택 담보대출의 경우 2023년 1월 1일 이전에 30년 주택 담보대출을 받았다고 한다면 기존 대출이기 때문에 30년 동안 이 부당한 가산금리를 내고 있으라는 말이에요. 말이 안 되잖아요”라고 밝혔다.

민병덕 의원실에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에서 제출받은 2023년 1월~8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경우 절감된 금리는 0.14%이고 8개월 동안 절감한 대출 이자는 약 207억 원이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절감된 금리는 0.12%고, 8개월 동안 절감한 대출 이자는 약 680억 원이었다. 우리은행 신규·연장 대출 계약 고객들은 207억 원 면제 혜택을, KB국민은행 신규·연장 대출 계약 고객들은 680억 원 면제 혜택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두 은행 모두 기존 대출자에게 0.12% ~0.14% 수준의 부당 가산금리(지급준비금 및 예금보험료)를 대출금리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민병덕 의원은 "모범규준에서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하면 1월 1일 모든 대출 이자에 대해서는 적용해야 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맞다”라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에 “기존 대출자들이 부당 가산금리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는지는 몰랐다”라며, 민병덕 의원 지적을 ‘생각해 보겠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더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세도 대출자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세법 제3조제1호 별표에는 은행을 납세의무자로 명시하고 있고, 동법 제5조에 따라 은행이 수입한 이자, 배당금 등에 대해 세율(1000/5)을 곱한 값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은행은 이 교육세를 대출이자에 포함시켜 대출 차주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파악된 것만 최근 5년간 ▲하나은행 1611억 원 ▲우리은행 1694억 원 ▲신한은행 1748억 원 ▲농협은행 738억 원 ▲국민은행 2395억 원이다.

다만 교육세는 예금보험료와 지준금과 같이 예금자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대출자와 관계된 이자, 배당액으로부터 발생하는 세금이기에 가산금리 항목에서 제외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은행이 이 같은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이 이런 대출금리 산정체계와 관련해 2017년 이후 2차례 점검을 하고서도 은행의 자율성 존중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예금보험료, 지급준비예치금 비용의 부적정한 반영에 대해 분석·점검하거나 조치한 사실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일부 은행들이 교육세(수입금액의 0.5%) 명목의 가산금리를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일부 대출자가 562억 원가량을 불공정하게 부담했을 수 있지만, 금감원이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지적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은행들이 부당하게 대출금리를 올리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부당하게 더 받은 이득에 대해선 은행이 과거 금감원과 함께 만든 규정을 따랐던 거고, 소비자에게 돈을 되돌려 줘야 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이유로 감사원도, 금감원도, 강제로 환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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