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설리번과 헬렌 켈러의 실화, 2인극으로
두 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보이는 소리', '들리는 움직임'으로 구현
한글 자막, 음성해설, 수어 통역 제공되는 배리어 프리 공연

사진=국립극장 제공
사진=국립극장 제공

[문화뉴스 이유민 기자] 앤 설리번과 헬렌 켈러의 이야기가 무장애 공연으로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은 20일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를 12월 6일부터 12월 10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고 전했다.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는 헬렌 켈러(헬렌)와 그의 스승 앤 설리번(애니)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인생의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두 사람의 성장과 연대를 그린다. 공연은 태어나고 자란 환경, 장애의 양상마저 다른 헬렌과 애니가 평생을 함께 하게 되는 과정을 두 마리 낙타에 빗대 그려낸다. 이들의 모습이 극단적인 사막의 더위에 서로에게 기대 체온을 내리는 낙타들과 닮아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작품은 각자의 아픔을 받아들인 두 사람이 서로 연대하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삶의 용기와 긍정의 에너지를 전한다"고 전했다.

연출은 창작집단 LAS의 대표 이기쁨이, 극본은 '우투리: 가공할 만한'을 쓰며 이기쁨과 호흡을 맞춰온 작가 홍단비가 맡았다. 

이기쁨 연출은 헬렌과 애니의 일대기에서 헬렌의 역경보다 두 사람의 우정에 주목했고, 두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2인극 형식을 택했다. 또한 헬렌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스승 애니의 시선으로 작품을 전개하기로 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헬렌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애니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담아냈다.

이 연출가는 "장애의 유무보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연대하는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태어나고 자란 환경, 장애의 양상도 다른 헬렌과 애니가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작품의 핵심 주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대는 인물의 관계와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도구로 구성된다. 하얗게 칠한 무대에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을 놓았다. 이 물건들은 특정 인물이 되기도 하고, 인물 간의 거리감이나 장애물, 극복 대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판은 헬렌이 다가가고자 하는 세상을 상징한다. 극의 흐름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며 인물의 변화를 드러낸다. 영상과 자막에서도 감정‧어감 등의 미묘한 차이를 담아내 극적 몰입을 더한다. 한편, 수어와 촉지화 등을 활용한 안무 또한 보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촉지화는 수화에서 한글 자모음이나 알파벳, 숫자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방법인 지화를 촉각으로 느끼며 소통하는 방법이다. 두 배우는 직접 지화를 배워 애니가 헬렌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세상과 소통하게 도와주는 장면을 구현했다.

또 음악적으로는 저음을 강조하는 우퍼 스피커로 음향의 진동을 전달해 관객의 공감각적인 확장을 돕는다고 한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번 작품에서는 단 두 명의 배우가 애니와 헬렌, 주변 인물을 연기하고 노래한다. 배우 겸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송희가 애니 역을 맡고, 배우이자 소리꾼인 정지혜가 헬렌 역을 맡았다.

빈 무대를 배경으로 두 배우가 1인 다역과 지문에 해당하는 말까지 소화하며 2인극의 묘미를 극대화하는 가운데 헬렌 역의 정지혜는 소리를 짜는 작창도 직접 맡아 한층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가 음악극으로 꾸며지는 만큼 타악‧전자음악‧마림바‧고수까지 4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함께 오른다. 이들은 대사를 하거나, 움직임을 하는 등 두 배우와 긴밀하게 호흡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채우는 역할을 맡았다.

무장애 공연으로 진행되는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에서는 3명의 전문 수어 통역사가 배우의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대사를 전한다. 음성안내 수신기를 통해 실시간 음성 해설도 제공한다. 또한 달오름극장 내 휠체어석은 총 6좌석 준비되어 있으며 관람일 기준 3일 전까지 국립극장 고객지원센터로 전화하면 셔틀버스 이동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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