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오경택 연출 新 프로덕션으로 선봬
배우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김리안 출연
럭키, 소년 역 젠더프리 캐스팅..."배우는 남녀 구분 없어"
80대 노배우들, 두 달간 원캐스트 출연 "모든 것 토해낼 예정"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사진=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오경택 연출, 배우 신구, 박정자, 박근형, 김학철, 김리안 / 문화뉴스DB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새로운 점이요? 배우들이 다르잖아요. 전 연극을 배우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신구, 박근형, 박정자...선생님들을 믿고 가려고 합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자간담회에서 오경택 연출은 이같이 말하며 출연 배우들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 두 방랑자가 실체가 없는 인물 고도(Godot)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의 희비극이다. 

1953년 파리 첫 공연된 후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9년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연출을 통해 초연됐으며, 이후 50년 동안 약 1,500회 공연, 22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사진=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오경택 연출 / 문화뉴스DB

그리고 오는 12월에는 오경택 연출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인다. 오 연출은 "임영웅 선생님이 초연부터 끌어온 훌륭한 프로덕션이 있다. 나도 많이 배웠다"라며 "잘해야 본전이라 부담이 되기는 한다"고 공연을 준비하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연출적으로 뭔가를 새롭게 선보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그는 "베케트 연출본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장면이나 대사의 변화가 있기는 하다. 동시대에 맞게 적용하려 했다"면서도 "의도적으로 뭔가를 새롭게 하려는 생각은 안 했다"고 밝혔다.

관객에게 새롭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배우들의 존재였다. 에스트라공 역 신구, 블라디미르 역 박근형, 럭키 역 박정자, 포조 역 김학철, 소년 역 김리안이 출연한다. 배우들 모두 입을 모아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격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이번 공연의 돋보이는 점은 주로 남자 배우가 맡던 럭키와 소년 역을 여성 배우인 박정자, 김리안이 맡는다는 것이다. 

사진=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배우 신구, 박근형 / 문화뉴스DB
사진=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배우 신구, 박근형 / 문화뉴스DB

"배우는 남녀 구분이 없다. 그저 한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거다"라는 박정자는 직접 럭키 역 출연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리안의 경우에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모호함을 가진 캐릭터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유로 캐스팅됐다.

오 연출은 "인간의 보편적 이야기다. 성별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작품 자체의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연습하면서 그 선택이 잘 맞았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87세 신구, 83세 박근형, 81세 박정자까지 연극계를 대표하는 고령의 대배우들이 두 달간 원캐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지 우려되기도 하지만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의지를 불태웠다.

신구는 "에스트라공의 동선을 따라갈 수 있을까, 그 많은 대사를 기억할 수 있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생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 내 모든 것을 토해낸다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과욕을 부렸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배우 박정자, 김학철, 김리안 / 문화뉴스DB

박근형 역시 "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걸 망친다 해도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니 큰 걱정은 안 한다"라고 말했고, 박정자는 "작품에서는 고도를 기다리기만 하지 만나지는 못한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럭키를 하면서 고도를 만났구나 생각한다. 그런 생각과 포부로 하겠다"고 전했다.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김학철은 "이렇게 긴장된 적은 처음이다"라면서도 "깜짝 놀랄 연기 자신 있게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다. 너무 영광스럽다"는 김리안은 "아직 신인이니까 선생님들께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전이지만 여전히 현대 사회에도 통용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신구는 "실체도 형체도 없는 대상인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내일은 올 거라면서 50년을 변함없이 지낸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구나 생각한다"라며 "그게 신이든 자유든 희망이든, 늘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내일은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포기 않고 살 수 있는 건 그런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는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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