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삶의 희망 전하는 이규환 의사
22년간 4개 섬주민 돌본 정향자 간호사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한 이규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치과의) /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 제공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한 이규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치과의) /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 제공

[문화뉴스 정현수 기자] 이규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교수(치과의)와 정향자 통영시 추봉보건진료소장(간호사) 등이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6일 대우재단(이사장 김선협)이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김우중 의료인상에는 이규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교수(치과의)와 정향자 통영시 추봉보건진료소장(간호사) 2명을 포함해 총 8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故 김우중 대우 회장이 출연해 시작된 대우재단의 도서·오지 의료사업 정신을 계승하고자 2021년에 제정됐다. 김우중 의료인상 선정위원회(위원장 임채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장기간 인술을 펼쳐온 한국의 슈바이쳐와 나이팅게일을 선정해 김우중 의료인상, 의료봉사상, 공로상을 수여한다.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한 이규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불의의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15년간 진료 현장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예방치의학을 실천하고 개척해 왔다.

치의대 본과 3학년 때 팔과 다리가 마비된 이규환 교수는 휠체어를 타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졸업해 세계 최초의 중증 장애인 치과의사가 되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규환 교수는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예방치의학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동시에 2008년 용인시기흥장애인복지관을 시작으로 이규환 교수는 경기도와 대전의 8개 복지기관을 찾아가 장애인에게 구강건강의 중요성과 예방법을 알리고 상담을 진행했다. 이규환 교수는 장애인의 어려움을 알기에 환자의 환경, 정신, 습관까지 꼼꼼히 살피며 깊게 진찰하고 매번 따뜻한 희망의 말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규환 교수는 봉사에 그치지 않고 현장 데이터와 임상 사례를 모아 연구 논문으로 끌어올렸다. 그렇게 10여편 이상의 공동 논문을 발표했다. 이규환 교수는 예방치의학 연구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의료취약계층의 구강건강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일반인보다 10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한 정향자 추봉보건진료소장은 1994년에 통영시 노대보건진료소에 첫 부임한 후 30년 근무기간 중 22년간 의료취약지역인 통영시 4개 섬 주민의 건강을 돌봐왔다.

정향자 소장은 연 2천회 이상의 진찰 및 투약을 통해 섬 주민들에게 1차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정향자 소장은 태풍으로 무너진 담벼락에 깔린 부상자나 새벽에 찾아온 가정 폭력 피해자에게도 밤낮없이 응급 의료를 제공하며 주민의 건강을 지켰다.

특히 정향자 소장은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010년에 통영시가 용호 및 안정보건진료소를 폐소하기로 결정했을 때, 정향자 소장은 주민들 의견을 반영하여 4년뒤 진료소가 복원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정향자 소장은 2018년에 보건소 사업의 일환으로 65세 이상 치매 전수조사를 벌여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적극적인 건의를 통해 2021년 노대보건진료소에 원격화상진료를 도입했다. 고령층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정향자 소장은 노인두뇌훈련지도사 및 웰다잉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한 정향자 추봉보건진료소장(간호사) /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 제공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한 정향자 추봉보건진료소장(간호사) /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 제공

의료봉사상은 개인 3명과 단체 2곳이 수상했다. 

의료봉사상 개인 수상자로는 2004년 기독방사선선교회를 세워 쪽방촌에서 저발전국까지 찾아가 방사선 진료를 펼친 유명선 대한방사선사협회 방사선사, 2007년에 의료봉사 동아리를 조직해 공공의료 사각지대의 국내 외국인을 돌보고 병원의 신흥국 의료봉사를 체계화한 정윤석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경상북도 보건의료단체들의 협력을 통해 2013년부터 시작한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의료시스템 개선으로 이끈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 회장이 각각 선정됐다.

의료봉사상 수상 단체로는 1965년에 설립한 후 위안부 여성, 이주 여성, 미혼모, 여성청소년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의료봉사를 펼친 대한여한의사회, 2002년 개원 후 산골 주민들을 구석구석 찾아가 예방 중심의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한 무주군보건의료원이 선정됐다.

공로상은 곽병찬 전 완도대우병원장(가정의학과)에게 수여됐다. 곽병찬 의사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신안대우병원과 완도대우병원장을 역임하며 신생아 분만부터 독사에게 물린 환자 치료까지 24시간 응급 의료를 제공했다. 

김선협 대우재단 이사장은 “의료취약지역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한다. 그곳의 주민들은 뜻있는 의료인들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김우중 설립자가 45년전 무의촌 4개 지역에 병원을 세웠던 정신을 계승해 소외된 곳에서 인술을 펼치고 있는 참된 의료인을 찾고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중 의료인상 시상식은 故 김우중 대우 회장 기일인 12월 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에게는 각 3천만 원, 의료봉사상과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각 1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2021년 제1회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는 오동찬 치과의사(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정우남 의사(완도보건의료원 행복의원장), 박도순 간호사(무주군 공진보건진료소장), 허은순 간호조무사(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였다. 제2회 수상자는 이효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국경없는의사회)와 이정옥 간호사(신안군 반월도보건진료소장)였다.

한편, 1978년에 故 김우중 대우 회장의 출연금으로 설립된 대우재단은 출연자의 뜻에 따라 의료시설이 없었던 무주, 신안, 진도, 완도 등 도서오지에 대우병원을 설립해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외과, 치과 등 필수적 의료를 제공했다. 

공공 보건의료가 강화되면서 대우재단은 2000년대초 국내 의료사업을 종료하고, 현재는 신흥국 중심으로 해외 의료봉사 및 보건의료인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우재단은 대우꿈동산, 행복나눔섬지역센터, 대우학출총서, 아트선재센터,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 등 사업을 45년간 중단 없이 이어가고 있다.

문화뉴스 / 정현수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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