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2년 연속 실적 부진...유통 환경 온라인 중심, 록인 경쟁력 약화 등
'온라인 전환' 실적 저조...무리한 G마켓 인수 등 재무 부담만 가중
한채양 신임 대표, '본업 경쟁력 강화' 선언...'온라인 전환'과 상반된 행보
원(ONE) 대표 체제...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유통 채널 '통합 시너지' 기대
'본업' 강화 강화, 통합 소싱→상품,가격 경쟁력·신규 출점·매장 리뉴얼 등 실행

이마트 로고/사진=이마트
이마트 로고/사진=이마트

[문화뉴스 최은서 기자]  연이은 실적 악화로 위기에 몰린 이마트가 다시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열세인 판세를 뒤집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대표 유통 공룡이었던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절반 수준까지 밀린 2조 원 이하를 기록하며 바닥을 찍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주가 또한 약세를 거듭하며 6만 8500원을 기록했다. 증권가 업계에서는 상장 후 역대 가장 낮은 수치까지 내려왔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7만 37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현재도 이전 부진의 영향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마트의 주가 하락 배경에는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인한 이익창출력 약화, 투자 자금 증가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현금흐름 개선 불투명 등이 있다. 이마트는 2021년 연결기준 매출 24조9327억원, 영업이익 316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연결기준 매출 29조3324억원, 영업이익 13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57.2%나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2023년에도 이마트의 반전 없이 실적 부진이 악화하였다. 2023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86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던 2022년 전년 동기 대비 2023년 영업이익은 68.6% 감소했다.

연도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각각 2021년 2935억 원, 2022년 1229억 원, 2023년 386억 원으로 매년 더욱 심화한 실적 부진을 확인할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2023년 이마트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해 각각 29조7923억 원과 915억 원을 예상하며 최종적으로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32.6%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2018년 89.1%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투자 확대로 2023년 3분기에 150.5%로 급격히 상승하며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결국, 이마트는 자금 유동성 확보하기 위해 노후화된 매장과 성수동 본사 등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신용평가가 이마트에 대한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의 전망치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 전경/사진=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 전경/사진=이마트에브리데이

한때 잘나갔던 이마트가 난관에 직면하게 된 경위에는 여러 원인이 겹쳐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환경이 재편되자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온라인 커머스들의 디지털 경쟁이 가속화되고 신선식품마저 하루 만에 배송해 주면서 대형마트를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쉽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계속된 고물가로 인해 가계 부담이 증가한 점도 마트 방문 소비자가 줄어든 현상에 한몫했다. 외부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이전과 달리 이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  

동시에 이마트가 고객을 사로잡을 록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을 목격한 이마트는  지난 2년 동안 온라인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이마트는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G마켓 글로벌)을 3조4000억 원에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인수했다. 이 외에도 스타벅스코리아, SK와이번스 야구단, 와이너리, 굿푸드홀딩스 등을 인수하며 4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히려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 무리하게 인수전을 펼친 것이 재무 부담만 가중했다. G마켓은 2021년 인수 이후 분기 흑자도 달성하지 못한 채  2023년 3분기 기준 누적 322억 원 적자를 내며 자금 상황만 악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어 G마켓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세계그룹 아우르는 '신세계 유니버스' 유료 멤버십을 론칭했지만, 이마저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대형마트를 체험형 매장으로 리뉴얼해 경쟁력 강화하려 했지만, 이 또한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진 못했다. 

이마트가 헛발질할 때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쿠팡은 이마트를 바짝 쫓아와 어느새 추월했다. 쿠팡은 2022년 3분기에 첫 흑자 전환을 한 이후 5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달성했다. 쿠팡은 2023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4448억 원을 기록했고, 2023년 4분기 또한 흑자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성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쿠팡과 적자의 늪에 빠진 이마트의 희비가 엇갈린 순간이다. 

이마트 '2024 가격 파괴 선언' 포스터/사진=이마트
이마트 '2024 가격 파괴 선언' 포스터/사진=이마트

업계에서는 그간 이마트가 '본업과 본질'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 전환, 사업다각화, 체험형 매장 등에 과하게 집중한 나머지 본업이 오프라인 매장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또한, 할인형 마트의 본질은 좋은 상품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인데 이마트는 '더 이상 상품이 저렴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2년 동안 지지부진한 성과를 면하지 못했던 이마트가 재무통으로 알려진 한채양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재출발에 나서며 올해에는 반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마트는 한 대표를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유통 사업군의 겸임 대표로 선임하며 계열사 간 영역을 허물고 통합 시너지를 노렸다. 한 대표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쓸 것"이라며 기존의 '온라인 전환'과 상반된 행보를 예고했다. 

이마트가 밝힌 올해의 추진 전략은 상품 경쟁력 강화와 효율적 비용 관리를 통한 수익성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이 있다. 특히 오프라인 점포와 가격 및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공격적으로 실행 중이다. 원 대표 체제로 개편한 이마트는 대형마트 이마트와 슈퍼마켓 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24의 상품본부 조직으로 하나로 합쳐 통합 소싱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와 피코크 사업부도 통합 부서를 신설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통합 소싱 전략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상품 소싱 과정에서 협상력 강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멈췄던 신규 출점도 선언했다. 외형 성장을 통해 실적 부진을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소 5개 이상의 점포 부지를 확보해 신규 매장 출범에 속도를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 중심으로 공간과 상품을 재구성한 점포로 리뉴얼도 지속할 방침이다. 동시에 소비자 유입을 증가하기 위해 할인 매장의 '본질' 강화에 나섰다. 이마트는 상품 소싱 노하우와 제조사와의 협상, 유통 구조 혁신 등 30년 유통 노하우를 집약해 '2024 가격파격 선언’, '가격 역주행 1993 프로젝트' 등 가격을 대폭 낮춘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유사한 부분이 많은 대형마트, 슈퍼와 달리 성격이 다른 편의점까지 통합 운영 체제로 흡수했다는 점에서 이마트가 그리는 향후 청사진에 대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통합 소싱을 통해 만년 4위를 기록 중인 이마트24의 차별화와 성장세 강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하는 입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통합 체제로 달성한 이마트24의 성장을 기반으로 이마트가 퀵커머스에 도전할 것이라는 추측도 존재한다. 기존에는 각 유통 채널마다 별도로 퀵커머스를 운영해 도심형 물류센터에 대한 중복 투자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확대된 이마트24 매장을 활용하면 서비스 권역은 넓히고 비용을 줄여 퀵커머스 운영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올해를 기점으로 유통 채널 통합을 통해 가격 및 상품 경쟁력,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등 자사만의 강점을 활용한 타개책을 강구하며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섰다. 이마트의 하락세를 두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소매업의 종말'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고,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이마트에 긍정적인 기대를 보내는 입장도 있다. 과연 이마트가 그간의 실전 부진을 떨쳐내고 다시 유통업계의 강자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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