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유적 티레, 레바논 주민 피란 행렬로 붐벼
"남부 국경 마을 주민 90%가 피란", 난민 7만 6천명 발생 추산

사진=AFP 연합뉴스 제공 / 레바논 남부 주민 삶의 터전 잃었다...격해지는 이-헤즈볼라 무력 충돌
사진=AFP 연합뉴스 제공 / 레바논 남부 주민 삶의 터전 잃었다...격해지는 이-헤즈볼라 무력 충돌

[문화뉴스 김예품 기자]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어 레바논 남부 주민 수만 명이 피란 행렬에 나서고 있다. 현지시간 9일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서 남쪽으로 약 80㎞ 떨어진 해안 도시 티레에 매일 피란민 200∼300여 명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해졌다. 

전쟁 피해 레바논 남부로 모이는 난민들, 이전의 삶의 터전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레바논 남부에서 난민 7만 6천 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관광객이 몰려들었던 고대 그리스 유적 도시 티레는 이제 전쟁을 피해 온 피란 행렬로 붐비고 있다.

이 지역 당국 난민 담당자 모르타다 마나는 현재 티레에 머무는 피란민은 2만2천여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가디언에 "전날에만 피란민 286명이 새로 등록했다"며 "남부 국경 마을 주민 90% 가량이 피란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피란민들은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국경 마을 빈트 즈베일 주민 낸시 파라즈는 3주 전 옆집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웃이 사망하자 그 길로 곧장 짐을 싸 피란길에 올랐다. 2006년 전쟁을 피해 7살의 나이로 엄마와 함께 피란을 떠난 낸시는 이제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생애 두 번째 피란 생활을 하게 됐다.

또한 낸시는 현재 티레의 한 학교에서 수백명과 함께 피란 생활을 한다며 "몇주 전 옆 마을에 공습이 발생했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안전할 것이라 여겼는데, 바로 옆집이 공습을 당한 것을 보고 바로 집을 떠나기로 했다"며 "전투가 갈록 더 격렬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국경 마을 베이트 리프에서 담배 농사를 짓다가 피란을 온 무스타파 사이드는 가디언에 "레바논의 전쟁이 아닌 전쟁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나는 하마스를 지지하지도 않고 대부분의 레바논 국민들은 전쟁에 끌려 들어간 이 상황에 행복해하지 않는다"며 "전쟁에서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작물을 기르던 내 일상이 그립다"고 말했다.

사진=REUTERS 연합뉴스 제공 / 레바논 남부 주민 삶의 터전 잃었다...격해지는 이-헤즈볼라 무력 충돌
사진=REUTERS 연합뉴스 제공 / 레바논 남부 주민 삶의 터전 잃었다...격해지는 이-헤즈볼라 무력 충돌

겉잡을 수 없이 격해지는 싸움... 확전 위기에 봉착한 이스라엘-헤즈볼라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 위삼 알타윌, 드론부대(공군부대) 지휘관 알리 호세인 부르지가 숨지고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이후 하마스를 지지해온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산발적인 교전을 벌여왔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위한 가자지구 전쟁에 집중하며 헤즈볼라와의 확전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헤즈볼라의 공격이 있을때마다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기지 등에 반격했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의 헤즈볼라 대원 130명을 포함해 약 18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스라엘에서도 9명의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지난 2일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하마스의 사무실까지 드론 공습을 받아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알아루리 등 6명이 사망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충돌 수위가 높아졌다.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 8일 헤즈볼라 정예 라드완 부대의 고위급 지휘관 알타윌이 폭사한 데 이어 이날 공군부대 지휘관 바르지까지 숨지면서 양국 국경의 긴장도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3일 TV 연설을 통해 베이루트 공격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을 향해 "레바논에 대해 전쟁을 벌인다면 우리는 어떤 제한도, 규칙도, 구속도 없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외교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길 원하지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기간은 제한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화뉴스 / 김예품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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