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유물전, '사람 캐스트' 가져와 관람객들 관심 집중
지오토의 스크로베니 성당 벽화 연상 시키는 유럽 프레스코화
프레스코화부터 암포라까지... 미술사와 고고학 분야에 밀착
오는 5월 6일까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

사진=문화뉴스 DB 
사진=문화뉴스 DB 

[문화뉴스 김예품 기자] 2024년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전문기획사 씨씨오씨와 조선일보사가 공동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후원하는 폼페이 유물전은 지난 16일 성황리 개막했다. 

이번 '폼페이 유물전'은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채워졌다. 선명한 색채의 프레스코 벽화부터, 거대한 조각상, 섬세한 청동 조각, 사람 캐스트 등 고대 유물 127점과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로 꾸며졌다. 유물전이 갖는 고전적인 분위기와 현대 감각의 영상이 공존하는 전시다. 

사진=비너스 푸티카(겸손한 비너스)의 자세를 취한 아프로디테  / 문화뉴스 DB
사진=비너스 푸티카(겸손한 비너스)의 자세를 취한 아프로디테  / 문화뉴스 DB

그리스와 로마 문화가 공존하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던 도시 폼페이는,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해 한 순간에 화산재로 덮여 멸망했다. 한 도시를 통채로 뒤삼켜 폼페이를 역사로 남겨버린 화산재는 역설적이게도 타임캡슐 역할을 했다. 도시 전체는 1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놀랍도록 완벽히 보존되었고, 발굴은 1748년 이후 현재까지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화산재 아래 유적에는 벽에 있는 낙서부터 생활용품 등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폼페이 시민들의 손길이 남아있는 장신구와 도자기 등의 유물은 고대 도시의 찬란한 문명을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이번 전시에는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다양한 유물 127점이 소개되는데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고고학자인 ‘마리아루치아 자코’가 직접 큐레이팅했다. 박물관에서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사랑과 럭셔리, 아름다움을 담은 폼페이 유물을 선별했다. 

사진=디오니소스가 그려진 암포라 / 문화뉴스 DB
사진=디오니소스가 그려진 암포라 / 문화뉴스 DB

고대 폼페이 사람들은 세련되게 치장하고 값비싼 물건을 사용하는 게 단순히 부나 행복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함으로써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전시는 크게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아름다움에 매료된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의 생활 방식과 고급스러운 감수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첫번째 섹션에서는 파피루스 별장과 파우누스 저택을 통해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의 수준 높은 생활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두번째 섹션에서는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사랑이라는 주제가 고대 미술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묘사된 대리석 조각, 도자기 등의 유물을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번째 섹션에서는 고대 로마인들의 럭셔리한 삶의 모습을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의 모습을 빌어 면밀히 다룬다. 이어지는 네번째 섹션은 고대 미술에서 아름다움의 요소로 중요시한 조화, 대칭, 균형을 이루는 유물들로 구성되었다. 마지막 다섯번째 섹션에서는 화산재에 덮여 멈춰버렸지만,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발굴이 이루어지면서 변화하고 있는 폼페이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사람 캐스트 / 문화뉴스 DB
사진=사람 캐스트 / 문화뉴스 DB

폼페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 캐스트’이다. 1800년대 폼페이 발굴 책임자였던 이탈리아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는 굳어버린 화산재 층의 빈 공간에 관심을 가졌고, 구멍에 석고를 부어 ‘그곳에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캐스트’는 순식간에 화산재로 뒤덮인 폼페이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서, 화산 폭발의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념비적인 발견은 고고학을 넘어 삶을 성찰하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번 전시에서도 ‘사람 캐스트’를 몰입형 영상과 함께 연출하여 폼페이의 마지막 순간으로 관람객들을 이끌고 가고 있다.

사진='에로틱한 장면이 그려진 벽' / 문화뉴스 DB
사진='에로틱한 장면이 그려진 벽' / 문화뉴스 DB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가 발달하기 전 유럽에서 널리 쓰이고 있었던 화법 '프레스코(Fresco)'로 그려진 그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프레스코 화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주로 이탈리아의 박물관 혹은 성당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유럽의 프레스코화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다.

석회 반죽 위에 안료로 그려진 프레스코화 자체의 질감, 세월로 인해 날아간 색과 흔적, 갈라진 사이를 눈에 담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를 관람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한편,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오는 5월 6일까지 개최된다. 

문화뉴스 / 김예품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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