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택 작·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2시간 30분짜리 '실험적 뮤지컬'처럼 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 꿈은 우리의 연극이 원불교에서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고정 레퍼토리로 계속되도록 투자를 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에서 연극 '이 일을 어찌할꼬!'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이윤택 작·연출(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정인성 원불교 문화사회부장, 윤정섭, 김미숙, 이원희 배우, 김계원 도무, 김민정 가곡작곡·소리가 참석했다. 오는 6월 4일, 6일과 7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연희단거리패가 제작하고, 원불교 교정원이 후원한다.

'이 일을 어찌할꼬!'를 만든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대표는 "종교극이 빠지기 쉬운 신격화, 신비주의를 지양하고, 평범함 속에서 비범하게 살아간 인간 소태산 박중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라며, "깨닫고 실천하며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간 소태산 대종사의 모습은 온몸으로 난세를 거로질러 가는 인간의 존재방식을 담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대각(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를 개교함)을 중심으로 소태산의 생애를 전 2막으로 구성한다. 전막은 삶에 대한 한 소년의 의문이 어떻게 삶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가를 밝히는 수행편이며, 후막은 난세를 가로지르며 삶 속에서 깨달음을 실천하는 소태산의 생애를 보여주는 교의편으로 구성됐다. 작품을 만든 계기 등을 기자간담회를 통해 살펴봤다.

▲ 정인성 원불교 문화사회부장(왼쪽), 이윤택 작·연출(오른쪽)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일을 어찌할꼬!' 작품을 만든 계기는?
ㄴ 이윤택 : 종교와 연극을 포함해 동시대 많은 분야의 전문집단이 한국의 역사나 동시대에 대한 책임과 반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촛불 혁명'이 한국 사회에 엄청난 반성을 가져왔다. 원불교도 사드 배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모든 분야에서 자기 카테고리에 갇혀 안주하고 있지 않았는가 싶었다. '촛불 혁명'은 시민들의 자생적인 힘으로 큰 변화의 물줄기가 생겼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갈등과 대립이 구시대에서 오래 이어져 왔다. 새 시대는 하나 되는 시대로 오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연극으로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던 중 원불교에서 제안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원불교 교단에서 3년을 살다시피 했다. 내가 거기에서 합창단 지휘를 해서 1등을 한 적도 있다. 안철수 씨도 이야기한 제4차 산업혁명, 로봇과 알파고의 시대가 등장했다. 이 시대를 그냥 받아들일 것인가? 최근, 어른이 없고 인문학이 밀려나는 시대가 됐다. 세대 간의 갈등으로 젊은이는 길을 잃고 소외당하는 시대에서 소태산 선생님께서 정신을 개벽해야 한다고 한 말씀이 이 작품을 하게 한 동기였다. 

오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작품을 제안이 와서 한다기보다 이 작품으로 이 시대의 거대담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동시대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말하기가 너무 큰 이야기여서, 종교의 힘을 빌렸다. 지금 시대와 이후의 시대에 대해 나름 연극적인 제안을 하면서 종교적인 제안까지 가도록 생각했다. 그래서 '이 일을 어찌할꼬!'에 느낌표를 딱 찍었다. 물음표를 찍으면 비관적이고, 걱정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느껴진다. 느낌표를 통해 미래에 대해서 장차 어떻게 하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 수 있는 의지를 생기게 했다. 처음엔 느낌표가 빠져 있길래, 넣으라고 했다.

지금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소태산에 대한 인간적인 모습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연극에서는 기적이나 신비주의는 벗어야 한다. 나는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에 치환되지 않고, 이타적인 인간이 성자가 아니냐는 판단을 철저히 내려서 소태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 윤정섭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원불교에 대해 공부하면서, 원불교는 민족종교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원불교를 불교와 기독교의 중간으로 본다. 노래도 기독교와 비슷한 모던이라고 해서 중간이냐는 말을 하는데, 전혀 상관이 없다. 내가 판단할 때는 원불교는 미륵 같다. 미륵은 고조선 시대부터 등장한 토속 신앙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동학으로 이어지며, 천도교, 증산교, 원불교 세 가지 종교가 미륵을 두고 있다. 자생적인 민족종교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한국적인 공연양식이 바르다고 생각했다. 소태산께서 우리 전통에 대한 노력이 많았다. 실제로 소리도 하시고, 작사도 하셨다. 가장 한국적인 공연 방식을 넣어서 원불교가 대단히 한국적인 종교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성악곡인 정가를 이미 새롭게 재창조하신 김월하 선생님이 있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김민정 씨가 선생님의 제자다. 변화의 시대에서 '이 일을 어찌할꼬!'를 통해 현재를 인식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현실적인 작품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또한, 가장 한국적인 색채를 넣고 싶어서 전라남도의 판소리, 육자배기도 넣게 됐다. 범패도 넣었는데, 소태산이 대각 이후에 열반하시기 때문이다. 범패를 현대화시켜서 짓소리를 집어넣었다. 움직임도 호흡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택견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집어넣었다. 무대전환 같은 경우 불교의 그림자놀이인 만석중놀이를 사용했다. 한국 전통에서 가져온 것을 전부 모아 작품을 만들다 보니, 1시간 20분~30분 분량 작품이었다. 죄송하게도 전막이 1시간이고, 15분 쉬고, 후막은 1시간 10분 정도 된다. 

▲ 이원희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그리고 '깔깔대소회'를 5분~10분 정도 넣었다. 객석을 향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면서 관객과 같이 어울리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다하면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줄이려면, 다음 공연에 줄이더라도 처음에는 다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연극 한 편을 만들 것을 두 편 만들었다. 전막은 수행을 위주로 한 예술 작품인데, 후막은 생긴 것도 소태산과 비슷하게 생긴 이원희 씨가 나온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데,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품위 있는 배우다.

종교가 예술을 만나지 않으면, 세상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 유럽에 디오니소스 축제가 신에 대한 경배로 열린다. 신에 대한 경배가 연극의 기원이 됐고, 부여 영고제와 같은 제천 행사도 종교적 행위인데, 그것이 연극이다. 예술과 종교가 분리되면서, 서로 세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가 정당성을 회복하려면, 문화 르네상스가 와야 한다. 문화가 융성해야 정치도 융성한다.

▲ 정인성 원불교 문화사회부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인성 : 뜻하지 않게 이윤택 연출가를 만난 이유가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선생이 아껴두신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성대하게 원불교 100주년 행사를 열었는데, 100년 이후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했다. 이윤택 선생님에게 그 방법을 제시하라고 아껴두신 게 아닌가 싶다. 1916년,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에 원불교가 발생했다. 그러면서 100년이 지난 후 한국 사회에서 4대 종교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한국 민족문화를 베이스로 해서 세계로 진출한 종교가 아직은 없다. 원불교가 세계 24개국에 진출해 있고, 100명이 훨씬 넘는 교구님들이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종교가 좋지만, 너희들이 한국 사회와 세계 보편 종교를 향해 가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방법으로 '원불교 교전'이 있다는 것밖에는 없다. 국민 정서에 알맞게 풀어주시고, 새로운 해석과 문화를 입혀주신 이윤택 감독님을 만나서 원불교 100년사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연극을 몇 차례 연습을 보고 눈물도 흘리고 그랬다. 원불교도들에게 큰 감동이겠지만, 원불교가 이 사회에 뭘 기여할 수 있을지 잘 풀어내 주실 것 같아 감사하다. 지금 원불교의 연관 검색어를 보면, 삼성 혹은 홍석현이 나온다. 100년 후에 원불교를 검색하면 이윤택이 나오면서, 원불교 문화의 르네상스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 生] 이윤택 연출 "종교가 예술 만나지 못하면, 세상서 소외된다" ②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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