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택 작·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 [문화 生] 이윤택 연출 "원불교 연극 '이 일을 어찌할꼬!' 만든 이유는?" ① 에서 이어집니다.

'이 일을 어찌할꼬!'를 연출하면서, 종교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ㄴ 이윤택 : 첫째는 요근래 종교를 보면 예술적 연희 기능을 많이 배제하고 있다. 가톨릭 미사도 예전엔 3시간 정도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다. 종교 단체가 이상적이고, 일상적으로 바뀌어서 형식을 줄이고 있다. 원불교 역시 기록을 보면 소태산 대종사께서 노래를 상당히 중요시했다. 원불교의 가장 큰 힘은 노래인데, 이런 놀이적 기능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종교가 놀이와 쾌락적, 연희적 기능을 배제한다면, 이상적 머리로만 가지고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감성적 동의의 집단의식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이런 미학적 기능을 통해 종교가 사회적 기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몰몬교가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야외극을 보여준 바 있는데, 연극의 힘이 어떤 사회적 설득력을 주는지 증명한다. 우리는 연극이 진정 사회적 영향력이나 어떤 사회적 침투력을 주려면, 서로가 만나야 하는 생각을 가진다. 새로운 시대엔 앞으로 일상적 시민들이 주체가 되고, 그 주체는 폭력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축제의 형식으로 만들어지도록 바뀌고 있다. 

그런 축제의 내용과 형식을 종교와 연극이 결합해 세상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일을 어찌할꼬!' 연극을 하는 우리 목적은 그렇다. 사람들이 이 연극을 보고 소태산 대종사 이야기 자체가 중요하지만, 대종사가 이런 분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감성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관객과 어울려지는 제천 의식 같은 놀이를 통해 변화의 힘, 세상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이상주의적 기대가 있다.

▲ 정인성 원불교 문화사회부장(왼쪽), 이윤택 작·연출(오른쪽)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기존 종교극의 경우, 주인공의 좋은 모습만 부각하다보니 교훈적으로 빠진 경우가 있다. 대종사의 어떤 허물을 벗은 인간적인 모습이 들어 있나?
ㄴ 이윤택 : 앞에 있는 교구님이 긴장을 하시는데, 청년 대종사와 소태산의 여제자인 바랭이네는 순수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대종사의 어떤 작은 부인이냐는 말을 하는데, 그 차원을 떠난다고 본다. 바랭이네는 '마리아'와 같은 성녀라고 생각한다. 낮은 곳에서 태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아가페적 사랑의 관계로 가려 한다.

또한, 고기를 잡을 가다가 큰 태풍을 만나 어느 섬에 들어가는데, 마군과 같은 여성이 대종사를 유혹하는 장면도 넣었다.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도 들어갈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대종사가 희화화되지 않겠냐는 걱정도 한다. 대종사를 맡은 이원희 배우가 사진 촬영을 하다가 배꼽이 드러나서 사진을 다 못 쓴 적이 있다. 그래도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쪽으로 가려 한다.

마지막 '깔깔대소회' 때는 관광열차 춤이 나온다. 무용도 아니고, 할머니가 술을 마시면 나오는 춤이다. 30여 명이 무대에서 관객에게 함께 다가가려 한다. 일반 종교극과 다르게 세속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려 한다.

▲ 김계원 도무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직자가 연극을 하는 것도 의외인데, 교단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ㄴ 김계원 : 일본 순사 역은 연출님이 하라고 하셔 한 것이다. 배우라기보다 이윤택 선생님의 제자로 배우고 있다. 밀양에 있는 연희단거리패 합숙촌에서 같이 연습을 하고 있는데,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물 흐르듯이 이분들과 동화가 될까 고민했다. 연출님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생겼다.

배우분들의 일상을 보니, 출가자의 모습과 배우분들의 예술을 향한 열정이 비슷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우습게 들릴 수 있다. 처음 볼 때, 배우분들 눈이 다 풀려있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 그게 이해가 됐다. 일이 너무나 많고, 창작에 대한 열정, 앞에서 채찍질하시는 이윤택 선생님도 있겠지만(웃음),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출가자로 게을리 살지 않았나 싶었다. 이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원불교에서도 문화로 마음을 움직이는 연극 무대 예술이 잘 소화됐으면 좋겠다.

이윤택 : 김계원 도무님한테 내린 또 하나의 책무가 있다. 예산이 떨어져서, 아마 내년에 이 연극을 못할 것이다. "내년에 내가 못하면 도무가 해라. 이 작품을 다 줄 테니 시작하라"고 했다. 이 작품이 안 끊어지려는 방법이었다. 연출도 김계원 도무가 직접 하고, 원불교 청년회 혹은 어느 교단을 잡아서라도, 사람을 데리고 훈련해서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이 아쉬운 것이 무엇을 만들면, 예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었다.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하지 말자고 약속했기 때문에, 김계원 도무가 이 작품을 계속하는 책무를 받았다.

▲ 윤정섭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가 대각(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를 개교한 것)한 전후로 다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대각 전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서 해석에 따라 다른 추측이 나온다. 어떤 점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나?
ㄴ 윤정섭 : 도를 닦는 과정이 추상적이어서,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았다. 생각을 해보니 나는 하나의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대종사님이 세상에서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 수련을 했다면, 무대라는 세상에서 배우다운 배우가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찾아가는 수련의 과정이라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어렵고 복잡한 마음이 없어졌다. 훈련을 해야 할 것도 많아졌지만, 정신이 없어진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 지라는 마음이 줄어들었다.

이윤택 : 대각 이전의 모습이 없고, 이후만 한다면 그것은 종교극이 된다. 단순한 종교극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작품이 되려면, 대각 이전의 모습이 중요하다. 추상적인 부분이어서 더 예술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11살 먹은 소년이 "달을 따러 가자" 혹은 "왜 산에 절을 합니까?"라는 본질적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보여준다. 보편적인 것이 예술적이어서, 그것을 보여주고, 그다음에 대각을 이뤘으니 그때부터 거침없이 나아간다.

전막이 앙토냉 아르토의 제의극으로 간다면, 후막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회교훈극이나 교훈극처럼 보여준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연극은 무진장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 작업이 잘 된다면 나뿐만 아니라 원불교 연극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본다.

▲ 이원희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원불교에서 활동한 것이 연희단거리패에도 영향을 미쳤는가?
ㄴ 이윤택 :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꼬박꼬박 갔다. 도무님이 불손하다고 나가라고 할 정도였다. 밥을 같이 먹는 것을 봤는데, 원불교가 삶의 공동체라는 점에서 강력해 보였다. 소태산 식 사유, 시천이라는 말을 그때 쓰게 됐다. 어떤 실천인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상주의 생태 생명 공동체다. 16세기 스페인엔 농민 중엔 무정부주의자가 있었다. 국가가 없으니 믿을 곳도 없었다. 자기들끼리 만든 것이다.

무정부적인 이상주의 공동체인데 미국에는 많이 있다. 원불교 자체를 일반 종교와 다르게 이상주의 생태·생명 종합 공동체라고 본다. 방법은 일과 놀이다. 그래서 원불교가 강력했다. 천도교가 관념적, 증산교가 신비주의적이라면 원불교는 엄청난 놀이와 노동이 있었다. 이윤택의 연희단거리패도 비슷하다. 단지 소태산이 나는 아니고, 나는 그보다 범속한 인간이다. 그래도 원불교처럼 공동체주의적인 이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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