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축소 vs 배당금 유지, 정관 변경 갈등
영풍 측 의결권 위임 과정에서 '사칭' 논란
법 위반 여부 검토 중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사진 =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사진 = 고려아연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갈등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배당 증가 요구와 정관 변경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을 통해 정관을 변경하여 기존에 외국 합작법인에만 허용됐던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대상을 국내 법인에도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해 결산 배당을 전년(1주당 1만 원)보다 5,000원 줄이자는 안건을 제시했다. 중간배당 1만 원을 합하면 1만 5,000원으로, 전년(2만 원)과 비교하면 5,000원 줄어든다.

이에 영풍 측은 주당 배당금을 1만 원으로 유지 할 것과 정관 변경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은 보통주 5,000원의 현금배당을 제안했으나, 영풍은 주주분들께 작년과 같은 수준의 이익배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통주 1주당 1만 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수정동의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정관 변경의 경우 "무제한적 제3자 배정 유증을 허용하면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라는 지극히 사적인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며 신주인수권 발행 대상 변경을 반대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배당금을 축소해도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고려하면 주주 환원율이 76.3%로 오히려 전기(50.9%)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또 "영풍 주장대로 배당금을 (1주당 1만 원으로) 높이면 주주 환원율이 96%에 육박하게 된다"며 "5년 평균 주주 환원율이 약 10% 수준인 영풍이 고려아연에게만 주주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96%에 육박하는 주주 환원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풍의 주장은 고려아연 주주가 아니라, 고려아연 배당금이 없으면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없는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의 최근 5년간 경영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조 단위 매출액을 내면서도 영업이익은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300억 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728억 원, 2022년에는 1,07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3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배당액 축소로 영풍은 지난해보다 배당이 260억 원 줄어들기에 최대주주인 영풍으로서는 배당금 축소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최기호ㆍ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다. 1970년 영풍 석포제련소, 1974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설립한 아연 제련사업를 주요 기반으로 한다.

최씨 일가는 온산제련소, 장씨 일가는 석포제련소를 각각 맡아 경영하고 있다.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오던 고려아연이 3세 경영을 시작으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 측은 3월 19일 주주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며 주주총회를 위해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안건은 두 가지 이지만 실제 표대결의 핵심은 배당과 주주환원율 안건이다.

먼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인 ‘정관 변경 안건’은 영풍의 반대로 부결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돼 있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참석율이 평균 85%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미 영풍과 장씨일가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사실상 부결이 확실시된다.  

핵심은 보통결의(출석 주식 과반,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안건인 재무제표의 승인 안건, 즉 영풍에서 주장하는 “배당을 주당 5천원 더 해달라”는 요구와 “이미 주주환원율이 76%나 된다”는 고려아연 측의 의견대립이 이번 표대결의 핵심이다.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 측 지분율은 33.2%와 32%로 1% 포인트 차이에 불과하기에 고려아연 지분의 약 26%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영풍 갈등, 주주총회 앞두고 심화…'사칭' 논란까지 / 사진 = 문화뉴스 DB
고려아연-영풍 갈등, 주주총회 앞두고 심화…'사칭' 논란까지 / 사진 = 문화뉴스 DB

하지만 영풍 측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측의 것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큰 명함과 안내문을 사용해 '사칭' 논란이 불거졌다.

고려아연 주주인 주부 A씨는 자택을 방문한 한 남성이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대리할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했으며 고려아연과 관련된 일이니 의결권을 위임해 줄 것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당연히 그를 고려아연 측 직원이라고 생각했던 A씨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려아연에서 나온 직원이 아니라 영풍에서 나온 사람이었다”며 황당해했다.

영풍의 권유업무 대리인인 케이디엠메가홀딩스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 요청을 하며 ‘고려아연 주식회사’란 사명이 적힌 명함을 전달한 것이었다.

해당 명함에는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이라는 문구도 포함되어 있으나, '고려아연 주식회사'라는 사명이 더 크게 부각되어 있어, 이를 고려아연 측 직원의 명함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했다고 주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주주들이 의결권 위임 대상을 착각하여 실제로는 영풍에 표를 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영풍은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고려아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법 위반 소지를 검토 중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 중 의결권 피권유자의 의결권 위임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의결권 위임 관련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의결권 권유자에 대해 이유를 제시한 후 그 사실을 공고하고 정정을 명할 수 있다. 또 필요한 때에는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유를 정지 또는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영풍은 해당 명함이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 측은 해당 명함 양식이 고려아연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할 때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양식이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시 충분히 기업과 취지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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