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회장 vs 김기유 전 의장, 맞붙은 총칼
비리 의혹, 경영 부진, 재계 순위 하락… 태광그룹의 어두운 그림자
'황제보석' 이호진 전 회장, 특사 후 다시 수사 대상에
김기유 전 의장, '김치·와인 강매' 재수사 요구
태광산업, 적자 지속… 경영 불안 심화

태광그룹, 영화나 보던 경영자 갈등... 토사구팽이냐 호가호위냐? / 사진 = 태광그룹 제공
태광그룹, 영화나 보던 경영자 갈등... 토사구팽이냐 호가호위냐? / 사진 = 태광그룹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18년도에 재계 순위 36위를 기록했던 태광그룹은 지난해에는 52위로 떨어진 가운데 태광그룹의 경영권 갈등은 지속되며 그룹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19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배임 횡령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이호진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태광그룹의 경영은 김기유 전 티시스 사장 겸 그룹경영협의회 의장이 맡았다. 김기유 전 사장은 2014년부터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활동하며 24개 계열사의 업무를 총괄했다.

2022년부터는 그룹경영협의회 의장직도 맡았다. 경영협의회는 그룹의 주요 경영 안건을 논의하는 경영협의기구로, 24개 계열사 대표와 임원 등이 속해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21년 10월에 만기 출소한 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및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15일 이 전 회장이 광복절 특별 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 8월 6일, 이 전 회장 지시로 경영협의회 긴급 대책회의가 열었는데 이때부터 양측의 갈등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경영협의회 회의가 있고 20일도 안 된 24일, 김기유 전 의장을 포함한 티시스 등기이사 5명이 전격적으로 해임됐다. 

태광그룹은 내부 감사를 통해 김 전 사장의 비리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고 주장하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 11월 초 고발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해임을 통보받은 일자가 8월 24일이고, 실제 감사 착수일은 8월 29일이라는 점에서 ‘선 해임, 후 감사’라고 김 전 사장 측은 지적한다. 

최근 롯데홈쇼핑 사옥 매입 과정 등에서 태광그룹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과 갈등이 불거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부터 해서 현재 재계 일각에선 고강도 감사와 김 전 대표의 해임을 놓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경영 복귀를 노리는 일인자의 전략이 토사구팽으로 이어진 것인지, 아니면 경영 공백기를 이용한 이인자의 호가호위가 되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 사이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 / 사진=연합뉴스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 / 사진=연합뉴스

현재 김기유 전 의장은 11월 초 접수된 고소·고발 내용을 토대로 ▲태광CC 클럽하우스 증축 공사 관련 공사비 부당 증액 ▲150억 원대 부당대출 청탁 ▲태광산업 법인카드 대납 및 상품권 사적 이용에 대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태광CC 클럽하우스 증축 공사 관련 공사비 부당 증액 사건은 지난 14년 김기유 전 의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태광관광개발(현 티시스) 소유 골프장 태광CC 클럽하우스 증축, 스타트하우스 신축공사가 김기유 전 의장이 대표로 겸직하고 있던 건설업체에 맡겨지며 발생했다.

당초 계약 금액은 50억 원대였으나, 라커룸과 레스토랑 등 추가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금액이 두 차례 증액되며 최종 공사비가 120억 원대로 증가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전 의장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특히 검찰은 김 전 의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한 인테리어 업체에 40억 원 이상이 넘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지인의 업체를 하도급 업체로 선정하기 위해 무면허 업체를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시키고 입찰 금액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따져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150억 원대 부당대출 청탁 혐의는 김 전 의장이 경영협의회 의장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적절한 금융 거래를 주도한 사건이다. 

지난해 8월, 김 전 의장은 평소 잘 알고 있던 부동산 개발 시행사의 대표이사로부터 “사채를 갚아야 하는데 자금을 대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장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태광그룹 소속 저축은행 2곳의 대표이사에게 총 150억 원 상당의 대출을 실행하도록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저축은행 실무팀에서는 업체가 이미 350억 원 상당의 채무를 지니고 있었으며, 담보 가치도 충분하지 않아 사업 리스크가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심사 의견서가 여신심사위원회에 제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김 전 의장은 태광산업의 법인카드를 이용해 약 1억 원 상당의 골프장 이용 대금, 와인 구매 대금 등을 결제하게 한 혐의, 그리고 태광관광개발이 구매한 1,500만 원 상품권을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비리 의혹에 휩싸이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이호진 전 회장은 ▲그룹 임원의 허위 급여 지급·환수를 통한 비자금 조성 ▲태광CC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 6,000만 원 대납 ▲계열사 법인카드 8,094만 원 사적 사용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무혐의를 받았던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 요구를 받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김 전 의장이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 전 회장에 대한 '그룹 임원의 허위 급여 지급·환수를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는 그의 병보석 기간 중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1년, 421억 원을 배임 및 횡령하고 9억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리고 간암 3기와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으며, 당시 법원은 자택과 병원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이를 승인했다.

이 전 회장은 병보석 당시, 계열사 임원의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임원들을 두 개의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장부를 작성하고,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러한 방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의 규모가 최소 20억 원을 넘는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회장은 그룹 소유의 태광CC를 통해 개인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 6,000만 원을 대납하게 하고 법인카드 8,000여 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의 자택과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태광CC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더 나아가, 임원 2명의 자택과 이 전 회장의 계좌 등도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하며 이 전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전 회장은 병보석 기간 중에 보석 조건을 위반하여 술집 등을 방문하는 등 활동을 자유롭게 이어갔고, 이로 인해 '황제보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법원은 2018년 12월에 보석을 취소했으며, 2019년 6월 대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징역을 살게 됐었다. 

‘김치·와인 강매’ 혐의는 지난 19년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가족회사에서 생산된 김치와 와인을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 19곳에 강제로 판매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되며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가족회사 '티시스'는 김치를, '메르뱅'은 와인을 각각 생산하여 판매했으며, 이를 통해 두 회사가 올린 매출이 약 141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들은 시중 가격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이 제품들을 구매해야 했으며, 구매한 제품은 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의 일환으로 제공되거나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회장 개인 회사가 이러한 강매를 주도했다고 밝혀졌으며,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21억 8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2021년 8월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했으며, 김기유 전 의장만이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 벌금 4,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기유 전 의장은 이 전 회장이 강매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김기유 전 의장이 이후 이 전 회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현재 태광그룹의 모회사인 태광산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은 2조 2,65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1%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991억 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태광산업 측은 이러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요 감소를 지목하고 있다. 주력인 석유화학 업계가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태광산업 역시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태광그룹 경영진마저 각종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이며 태광그룹 전반에 걸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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