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그림자 금융, 415% 증가…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부상
'적정 가격' 견해차 해소가 관건…경·공매 활성화 위한 정책 시급
경·공매 절차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표준규정 개정
사업성 평가 세분화하여 보다 많은 충당금을 적립토록 해 경·공매 촉진

춘천 레고랜드 앞 공터와 주차장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춘천 레고랜드 앞 공터와 주차장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국내 부동산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금융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나 은행보다 규제 수준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 또는 이들 비은행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투자상품을 뜻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을 매개로 자금 중개나 신용 창출 기능을 수행하는 PF(Project Financing) 대출‧보증, PF 유동화증권, 부동산신탁, 부동산펀드 및 특별자산펀드 등을 부동산 그림자금융으로 정의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비은행 금융권이 보유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는 약 926조 원으로, 10년 전인 223조 원에 비해 약 415%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그림자 금융 비율은 2013년의 15%에서 2023년에는 41%로 상승했다. 현재 국내 비은행권의 부동산 편중은 국제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자금 중개의 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채권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등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으며 레버리지가 큰 특징을 가진다. 은행시스템을 대신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으나, 중소형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비중이 높아 부동산 가격 급락 시 연쇄적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부실화될 개연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22년 하반기 부동산 PF 관련 자금경색 위기를 불러온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를 들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권이 보유한 PF 부실 정리 지원에 나섰지만, 전체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해 PF 부실과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데 대해 억제가 필요하다고 경고가 많이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많이 증가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한국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전체 그림자 금융 중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유례없이 높아 우리 잠재성장률을 깎아 먹는 좀비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3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이동진 상명대 교수는 또한 "정부가 지난해 커지는 부실 우려에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해소하려 했으나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손을 놓고 있다"면서 "현재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내수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달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 때에도 몇백억 원 되지 않는 규모에 채권시장 전체가 흔들린 점을 고려할 땐 다음 달 선거 뒤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부실 PF 사업장 정리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업장 '적정 가격'을 둘러싼 매각 측과 매입자 간 견해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매각 측 대주단은 경·공매 시 30∼50%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반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매입자 측은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하길 바라는 상황이다.

가격 견해차로 인해 경·공매 절차가 지연되고, 그 사이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사상 최대치 달성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 금융당국의 조치는? / 사진 = 금융감독원 제공
사상 최대치 달성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 금융당국의 조치는? / 사진 = 금융감독원 제공

이에 지난 10일 금감원은 저축은행중앙회에 경·공매 절차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표준규정 개정을 저축은행과 협의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에 넘기겠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불러 낙찰이 안 되게 하는 방식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경·공매 절차를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실질적으로 사업장 정리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상호금융업권 및 새마을금고와도 경·공매 활성화를 두고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은 가격 형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만큼 사업성 평가 기준을 재분류하여 경·공매를 촉진하려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는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로 구분되는 사업성 평가를 4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부실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 보다 많은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함으로써, 그러한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기는 결정을 더 쉽게 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악화우려'로 평가된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을 30%만 적립하도록 했으나, 개편 후에는 '회수의문'으로 분류되는 사업장의 경우 최대 75%까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금감원은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 작업을 이달 안으로 마칠 계획이며, 새롭게 개편된 기준을 바탕으로 2분기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고 6월 말 실적에는 추가 충당금을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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