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에드몽 로스탕 작 김태형 각색 서충식 연출의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이 연극의 원제는 <시라노 드 베르쥬락(Cyrano De Bergerac)>이다. 한국 초연은 1958년 국립극단에서 손우성 역, 장종선 미술, 이진순 연출로 이향(시라노), 백성희(록산느) 등 출연자와 원작대로의 공연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1971년 극단 실험극장에서 김현일 연출로 이순재(시라노), 황정아(록산느), 이정길(크리스티앙), 김순철(드 기슈)이 출연해 역시 원작대로 공연해 명작연극이 되었다. 2010년 김철리 연출로 공연된 <시라노 드 베르쥬락>는 원작대로의 공연으로 안석환이 시라노로 출연해 개그 코메디 식 연기로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 냈다. 2012년 박병수 연출의 시라노는 이원재가 시라노, 김태훈이 드 기슈, 유정석이 크리스티앙, 신서진이 록산느로 출연해 새로운 연출방식과 출연자들의 열연이 기억에 남고 김태훈의 호연이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영화로는 1951년에 호세 페러(José Ferrer 1912-1992)가 시라노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4년의 데렉 쟈코비((Sir Derek Jacobi,1938~)의 시라노도 성공작이 되었고, 1991년에는 제라드 드빠르디유(Gérard Depardieu, 1948~)가 주연한 시라노 등 세작품 모두가 기억에 남는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에서는 시라노, 크리스티앙, 드 기슈, 록산느 등 4인의 출연자만으로 구성된 변형 극이다. 드 기슈를 주인공의 하나로 만들어 부각시켰다. 그리고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를 연주자로 등장시켜 극적 효과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무대는 소극장 주변을 세자 폭과 두자 높이의 단으로 통로를 만들고, 난간과 계단을 만들어 변화를 주고, 나무형태의 조형물과 접는 사다리를 장면에 맞춰 이동시켜 극적효과를 높인다. 무대 오른쪽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석을 마련하고, 극의 도입부터 대단원까지 2인의 악사가 연주를 한다. 블루진 윗도리와 백색바지도 무척 어울리는 의상이고, 펜싱결투장면은 실제와 방불한데다가, 전쟁터에서의 장총설정도 썩 어울리는 소품이다. 마지막 장면에 배경 막에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꽃잎도 기억에 남는다.

연극은 도입에 4인의 출연자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남성 3인이 모두 록산느를 연모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물론 원작에서처럼 표현력이 부족한 크리스티앙이나, 다방면에 걸출한 재능이 있는 시라노가 대비를 이루고, 좋은 가문출신의 장교 역을 하는 드 기슈가 경제력까지 갖춘 인물로 등장을 해 연적구실을 한다. 물론 록산느가 오라버니처럼 대하는 시라노를 제외하고, 크리스티앙과 드 기슈는 록산느에 대한 연모의 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 ⓒ 국립극단 제공

향후 달빛 아래서 크리스티앙의 대역을 하는 시라노의 달변이라든가, 편지를 대신 써주는 장면은 남성관객은 자신이 시라노가 된 느낌으로 극에 몰입하게 된다. 전쟁터에서 크리스티앙이 전사한 후, 록산느가 수녀원으로 들어가니, 사랑이야기가 끝이 난 듯싶지만, 15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수녀원을 찾아가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라노, 그리고 여전히 자주 록산느를 찾아오는 드 기슈의 행적으로 이어지고, 정적으로부터 치명타를 받은 시라노가 밤늦도록 애타게 시라노를 기다리던 록산느에게 절뚝거리며 나타나고, 달빛 아래에서, 옛날 크리스티앙이 전사하기 직전, 시라노가 크리스티앙 대신 록산느에게 써보냈던 마지막 편지를 록산느에게서 받아 읽기 시작한다. 구름이 달빛을 가렸는데도 낭랑하게 편지를 읽는 소리에 록산느가 시라노를 바라보니, 편지를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암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로소 그동안 자신에게 편지를 쓴 사람이 바로 시라노였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언젠가 달빛아래에서 외치던 사랑의 음성도 바로 시라노라는 것도. 그 때 드 기슈가 등장해 시라노가 정적으로부터 치명상을 입었음을 알린다. 시라노가 서서히 운명을 하고, 애통해하는 록산느, 그리고 드 기슈가 발길을 돌리면서 커다란 보름달아래 수많은 꽃잎이 흩어져 날리는 장면과 함께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지훈이 드 기슈, 안병찬이 크리스티앙, 안장환이 시라노, 하윤경이 록산느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최희영이 피아노, 권오현이 바이올린을 연주해, 극적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드라마 트루기 김옥란, 무대 신승렬, 조명 이현지, 의상 임예진, 작곡·음악 조용경, 분장 이지연, 움직임 남긍호, 무대감독 문원섭, 예술교육팀 최기숙·김미정·김성제, 조연출 박지혜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 작, 김태형 각색, 서충식 연출의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글]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artieto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