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이루의 손기호 작`연출의 '사랑을 묻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손기호는 경주출신으로 연우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그 후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다시 서는 남자이야>,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사랑을 묻다>를 쓰고 연출해 그 기량을 인정받고,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2004년 거창국제 연극제 희곡상 수상,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는 2010 서울연극제 인기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수상.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2011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 <사랑을 묻다>는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다.

무대는 배경에 아치형의 문이 다섯 개가 나란히 세워지고, 그중 하수 쪽 문 하나가 등퇴장 로가 된다. 무대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문에는 검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등장인물 사진이 실물크기로 들어간 광고판 같은 조형물이 장면 장면에 배치가 되고, 강의실 장면에는 칠판이 정면에 걸리고, 사각의 입체조형물이 의자구실을 한다. 병원장면에는 환자이동침대를 사용하고, 주점장면에서는 탁자와 의자, 술잔과 술병을 출연자들이 가지고 나온다.

음악은 연극은 도입과 대미에 1968년 제작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과 레너드 휫팅과 올리비아 핫세이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테마인 'What is a youth'가 흘러나오고, 중간 중간 바리톤 김동길이 부른 히트곡 '시월에 어느 멋진 날에'가 극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연극을 가르치는 50세쯤 되어 보이는 대학 강사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강의하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찾으려 애쓴다. 그 나이가 되면, 부부사이도 사랑보다는 경제적인 면에 힘을 들이게 되고,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보다는 육체적 접촉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에, 주인공처럼 백발이 희끗희끗하고 말솜씨까지 어눌한 인물에게는 적절한 상대를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반면에 오십세 쯤 되어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달변으로, 물론 그 달변이 진실과는 거리가 있고, 거짓에 더 가깝지만, 오히려 만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당연히 여자관계도 복잡하다.

이 극의 주인공은 달변이 아닌 것으로 설정되었기에, 그의 연극에서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성과 진정성이 배어있도록 연출된다. 그리고 상대여인은 주인공에게서 수강을 하는 한 미모의 여제자로 설정된다.

근자에 이르러 젊은 남성들이 자신보다 연상의 여인에게 관심을 두듯, 이 연극에서도 상급학년 여대생을 좋아하는 연하 남학생이 등장해 자신의 마음을 여학생에게 표하지만, 여학생에게는 남학생의 소리가 당나귀 귀에 코란 읽기처럼 들리는 듯싶다.

주인공의 부인 역시 사랑보다는 육체적 쾌락을 중시하는 듯 보이는 면모가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휴대전화 통화나, 관능미가 드러나는 외출복을 입고 나가는 모습에서 관객에게 감지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친구 역시 제3자인데다가, 대부분의 친구가 천편일률적으로 상식적인 답변수준에 머무르니, 당사자 외에는 사랑 갈구에 대한 도움이 될 리 없다.

또 주인공의 누님이 지병으로 병원에 장기입원 중인 것으로 소개가 되고, 주인공의 누님이 운명할 때까지 매부노릇을 하는 남성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이 극에 복선으로 깔려 소개가 되기도 한다.

또 한 편으로는 나이트클럽에서 부모 몰래 댄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의 고교생 딸이, 아버지와 여 제자의 키스장면을 보게 되고, 상대여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결국, 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난 남성은 현실로 돌아오려 하지만, 나이 들어 하는 사랑이 어찌 젊은 사람들의 사랑처럼 금세 끓어오르거나 식어버리거나 할 수가 있으랴? 여 제자의 심정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소개가 되니, 관객의 심정도 살포시 부풀어 오른다.

대단원에서 남편의 생일조차 까먹은 아내는 되돌아올 생각을 않고, 남성은 딸이 마련한 생일 케이크 앞에 앉아, 촛불을 붙이고 홀로 생일찬가를 부르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용준, 우미화, 조주현, 최정화, 나종민, 하지웅, 배선희, 이세영, 이랑, 탁원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조연출 이세영, 무대감독 하지웅, 무대 김태훈, 조명 민새롬, 음악 전송이, 의상 양화령, 음향 윤민철, 동작지도 정여진, 분장 안혜영, 안무지도 편강윤, 사진 윤현태, 오퍼 김소진, 진행 탁원태, 기획 홍민진, 기획보 황보현 등 스텝 모두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이루의 손기호 작·연출의 <사랑을 묻다>를 기억에 남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