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성가 자연스럽게 연상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3월10일(일) 오후 5시 대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대전 공연을 마치고 싱가폴과 타이완, 홍콩 공연을 위해 내일 한국을 떠난다는 연주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3월에 국내에서 세차례 연주회를 가진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국제적 성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몇 개 아시아국가들을 순회 연주하는 일정이 보통은 풀오케스트라급 교향악단들이 이런 연주일정 스케쥴을 소화하는 관례에 비춰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국제성이 내게 엿보인 순간이었다. 실제로 1956년 창단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유럽등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실내악단중 하나로 빠르게 자리잡은 연주단체로 알려져있다. 이 악단은 1956년 루체른 페스티벌, 195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1958년 빈과 파리, 1959년 뉴욕, 1961년 런던, 1963년 멕시코, 1971년 도쿄, 1977년 시드니, 1978년 홍콩에서 각각 데뷔무대를 가질 정도로 국제성을 인정받았다.

아바도의 루체른 페스티벌로 유명해진 스위스 루체른은 사실 2003년 전 베를린필 상임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창단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이곳의 클래식 전령사 역할을 해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인구 6만여명의 스위스 소도시인 루체른은 21세기 들어 새로운 말러의 성지로 불리워왔으며 이 축제를 위해 창단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의 드림팀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기도 했다.

이런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사실상 대항(對抗) 및 맞서는 이미지로 국내 클래식 관객들에게 비쳐지며 세차례 국내에서 내한연주회를 가진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KKL 루체른 콘서트 시리즈와 루체른 페스티벌의 객원앙상블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는 스위스 실내악 강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간 느낌이다.

3월에 국내에서 세차례 연주회를 가진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실내악 연주단체로서의 국제적 성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사진: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페이스북)
3월에 국내에서 세차례 연주회를 가진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실내악 연주단체로서의 국제적 성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사진: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페이스북)

최근 국내무대에 선 외국 실내악 연주그룹중 가장 국제성 뚜렷

310일 일요일 오후 대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공연을 관람한 필자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연주회를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앙상블 연주회를 펼쳐온 외국 실내악 연주그룹중에서 가장 국제성이 뚜렷한 실내악단으로 꼽고 싶다.

지난해 1220일 내한공연을 가진 필하모닉스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필하모닉의 단원들로 구성된 앙상블 단체. 1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가진 필하모닉 앙상블 역시 모든 앙상블 단원들이 현재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단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베를린필하모닉 목관 솔로이스트 앙상블은 지난 130일 곤지암국제음악제2024 우드윈드페스티벌 오프닝 콘서트를 장식해 베토벤과 아우구스트 클루크하르트(August Klughardt)의 현악과 목관5중주등에 연주강세를 보이는 앙상블임을 보여줬다.

지난해 1220일 내한공연을 가진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의 소속단체인 필하모닉스는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7인의 연주자들이 모여 재기발랄한 앙상블 연주를 선사했다. 라트비아 민요,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서 펠리스 나비다드(편곡 세바스티안 귀틀러),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편곡 세바스티안 귀틀러)등 현악4중주에 클라리넷, 더블베이스, 그리고 피아노가 더해져 관객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오케스트라 클래식 뿐만이 아니라, 재즈 라틴 팝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필하모닉스만의 개성넘치는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었던 것.

무겁고 진중한 교향곡 연주를 통상 떠올리게 될 빈필과 베를린필의 연주단원 앙상블에서 어떻게 이런 연주가 가능할까. 필하모닉스가 지향하는 음악은 기본적으로 무경계로 특정한 장르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앙상블의 특징으로 설명되고 있다. 필하모닉스는 클래식 편곡 뿐만 아니라 재즈, 클레즈머, 라틴, 팝 음악을 넘나들어 이들의 음악엔 결코 경계가 없다.

17일 빈필하모닉 멤버 13인으로 구성된 필하모닉 앙상블 역시 지난 11일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한 2024 빈필 신년음악회를 마치고 한국을 찾아 관심을 모았다. 필자는 17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112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있었던 두차례의 이 앙상블 신년음악회를 함께 했는데 거의 10여년전 서울 클래식 신년무대를 휩쓸던 빈관련 연주단체들의 사실상 2024년 서울에서 유일한 빈(Wien)관련 신년연주회를 펼친 단체인 것 같아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왈츠와 폴카 연주곡들로만 구성된 필하모닉 앙상블의 연주는 예전 10여년전 전성기 붐을 이루던 서울에서의 빈관련 연주단체들의 발레등이 동원되던 화려함은 없었지만 빈관련 유일한 앙상블 연주단체의 연주였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신년음악회의 대표곡들이 빈 필하모닉 사운드만이 지닌 엄격한 주법과 전통적인 음색, 최상의 연주스타일로 관객들과 마주했던 것. 특히 빈 사람들의 귀족적이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기질을 대변하는 듯 하던 요한 슈투라우스 2세의 빈 기질, 왈츠 Op. 354등은 이 연주단체 아니면 사실상 그 기질을 체감키힘든 연주들이었다고 해야 하겠다.

130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곤지암국제음악제2024 우드윈드페스티벌 오프닝콘서트로 마련된 베를린필하모닉 목관 솔로이스트 앙상블도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서곡, 베토벤 현악5중주 Op.4,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자크 이베르의 세개의 짧은 소품과 아우구스트 클루크하르트의 <목관 5중주 Op.79>의 연주로 목관 솔로이스트 앙상블의 매력을 십분 알렸다.

베를린필하모닉 목관 솔로이스트 앙상블은 명문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연주자 그룹으로서 이 재능있는 음악가들은 자유시간과 오케스트라 휴가기간에 함께 모여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국제 페스티벌에서 인기있는 손님이기도 하다. 그들의 오케스트라 활동외에도 솔로와 실내악 활동등에서 얻어진 다양한 경험들을 목관 솔리스트 앙상블 활동에 녹여내고 있는 베를린필하모닉 목관 솔리스트 앙상블은 뛰어난 앙상블을 만들기위한 필수요소라 할 수 있는 인간과 예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전부터 낭만주의 시대와 현대작품을 망라하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추고 꼭 맞는 편곡작업을 통해 청중을 매력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정통 실내악단만이 선곡할 수 있는 레퍼토리들 선곡

이런 지난해 12월과 1월에 서울 클래식 무대를 찾은 외국 연주앙상블 그룹들의 연주 레퍼토리 맥락에서 보자면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연주곡들은 거의 정통 실내악단만이 선곡할 수 있는 그럴만한 레퍼토리들을 선곡했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1고전적’,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5(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협연), 뒤뷔뇽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스 4 <그래야만 한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1주피터의 연주는 앙상블의 연주 레벨을 넘어 정통 실내악단이 아니면 연주할 수 없는 곡들의 선택들로 내게는 여겨진다.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가 이날 연주회의 마지막 연주곡인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1번과 수미상관(首尾相關)을 맞춰 연주한 <교향곡 1>은 프로코피에프의 특징 -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 그리고 기동성 있는 리듬과 비트 - 을 대변하여 주는 작품으로, 하이든의 작품을 음악 모델로 삼았다고 평가된다.

그의 나이 27 세 때인 1916~1917년에 걸쳐, Petrograd(현재, 상트 페테르부르크)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피아노 없이 "고전적 형식"으로 작곡한 작품으로, "고전 교향곡"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듬해 페트로그라드에서 직접 지휘봉을 잡고 <교향곡 1>을 초연했는데 프로코피에프는 당시에 음악의 순수성을 주장하였는 바, 은 고전파 형식을 현대적으로 쓴 것이다. 이 곡을 쓴 후에 그는, "하이든이 현재 살고 있다고 해도, 현대의 새로운 "뭔가"는 받아들였겠지만, 그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곡은 일종의 내 방식의 고전적 스타일로 만들어진 교향곡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양인모가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을 협연한 비외탕은 19세기 중반에 활약한 바이올리니스트로 파가니니, 요아힘, 사라사테, 비에니아프스키와 더불어 5대 비루투오소로 꼽힌다.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은 심포닉 콘체르토라 불리는데 심포닉 콘체르토는 독주자의 기교에 집중하기 보다 독주와 관현악을 대등한 위치에 둔 형식이다. 힐러리 한이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 동영상 연주에서 볼 수 있듯 서주와 우수에 찬 분위기와 화려한 카덴차, 꿈꾸는 듯한 느린 악장, 경쾌한 스케르초, 행진곡풍의 피날레로 구성돼 이런 심포닉 콘체르토의 특성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게 한다.

반면 양인모가 연주해 소개한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비외탕의 작품중 가장 유명하며 그런 시기에 완성된 독보적인 작품이다. 화려한 기교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선율을 지녀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인정받고 있고 전체 3악장이 쉼없이 연주되는 특징으로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의 심포닉 콘체르토와는 차별화되는 바이올린 연주의 정석 스탠다드를 양인모는 들려준 느낌이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가 마지막 레퍼토리로 연주한 모차르트 교향곡 제41주피터는 모차르트(오스트리아) 최후의 교향곡으로 그의 기악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어서 루체른 페스티티벌 스트링스가 충분히 전반부의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1번과 수미상관에 맞춰 선곡할 만한 연주곡이었다고 본다. 그 장려한 내용이나 규모의 웅대함으로는 하이든(오스트리아)을 넘어 베토벤(독일)과 필적하고, 더욱이 그 독특한 매력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주피터란 그리스 신화의 최고신으로 이 교향곡에 어울리는 호칭이지만, 작곡자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고 후세의 속칭이다. 곡의 구조는 특히 제4악장의 장려한 푸가(독주곡)에 특색이 있으며, 악기 편성은 표준적인 2관 편성에 가까운데, 당시로서는 대편성이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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