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과 객원지휘의 가치 새겨보게한 연주회”

315()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명곡(名曲)과 객원지휘의 가치를 다시금 새겨보게한 연주였다.

지난 주말 315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 키안 솔타니의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연주회 얘기다. 지난달 21-2일 있었던 얍 판 츠베덴지휘 바그너 발퀴레 정기공연 이후 거의 한달반 이후에 관객들이 접할 수 있었던 서울시향의 정기공연은 중간 일정에 잡혀있었던 34일의 적십자가족 힐링음악회(롯데콘서트홀)의 연주레퍼토리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3(바이올린 송지원 협연), 그리고 베토벤교향곡 제1번이나 38일 있었던 2024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오페라 청교도등의 간추린 오페라 연주곡들의 대중성 대비, 명곡으로 꼽힐 만한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과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 제5번의 작품성있는 레퍼토리들의 연주 선곡들로 차별화될 수 있었다.

지휘선이 복잡치 않고 심플한 감성적 지휘를 이끈 슬로베니아 출신의 마로코 레토냐. (사진 서울시향)

키안 솔타니 연주, 거장적 풍모대신 30대 젊음의 패기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Dvorak, Concerto for Cello in B Minor Op.104)은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미국 뉴욕의 국립음악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작곡한 첼로 협주곡으로 보헤미아와 미국의 민속 음악이 결합된 독창적인 작품이다. ‘근대 첼로 협주곡의 황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고금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첼로 협주곡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협주곡은, 하이든 · 슈만 · 생상스의 똑같은 첼로협주곡과 함께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꼽히며, 더구나 그 규모가 큰 점과 곡상의 독창적인 점에서는 다른 첼로협주곡이 도저히 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미국 체재 중에 작곡된 만큼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와 마찬가지로, 흑인 영가와 미국의 민족음악과 아메리카 인디언 민요가 도입되었고, 거기에 보헤미아의 민족음악과 흙의 향기가 안배 되어져 신비하게 그것이 융합되어 있다.

최근 내가 클래식 현장무대에서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을 들은 것은 지난해 2023524일 수요일 저녁 룩셈부르크필하모닉의 송도 인천아트센터에서의 국내 첼리스트 한재민과의 협연무대였다.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을 협연한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은 2021 평창대관령겨울음악제에서 내가 처음 접한 폐막공연의 마지막 연주곡이 된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에서의 신들린 묵직한 당참이 다가오는 첼로연주를 들려줬다. 가장 유명한 첼로협주곡으로 회자되는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의 위엄이 첼리스트 한재민의 첼로연주의 잔매무새가 좋다는 느낌과 함께 밀려왔다.

특히 이 작품의 1악장이 대담한 희망과 웅장함이 특징적인 인상으로 화려한 관현악과 독주 첼로 사이의 극적인 긴장감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점에서 첼리스트 한재민의 묵직한 당참이 새롭게 다가왔다. 첼로 협주곡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첼리스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 모든 첼리스트들에게 시그니처 작품의 연주로 여겨지는 이 곡을 통해 첼리스트 한재민은 17세라는 나이에도 불구, 묵직한 연주의 톤으로 구력이 붙은 오랜 연륜을 쌓은 첼리스트 같은 풍모를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안겨줬던 기억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이제 30대 초반을 맞은 이란계 오스트리아 출신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의 서울시향과의 첫 협연무대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은 서울시향 관계자가 필자에게 밝힌 대로 통상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연주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 호쾌한 보잉등 첼로연주의 독특한 포인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신선한 연주체험들로 채워졌다. 키안 솔타니는 인터뷰를 통해 음악은 어떤 면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연주내내 가끔은 순간의 흥분을 자아내는 부분을 돌파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연주를 들려주는 듯 싶었다. 첼로거장 로스트로포비치와 줄리니 지휘 런던필과의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의 중후한 노장의 거장적 풍모가 느껴지는 연주에 반해 키안 솔타니의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은 30대 젊음의 패기와 풋풋함이 배어있었다.

레토냐 지휘, 지휘선이 복잡치 않고 심플한 감성적 지휘

이날 서울시향의 후반부 메인 연주곡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 제5번은 음악적으로는 독특하고 신랄한 화성적인 팔레트와 결합한 풍부하고도 특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며 그만의 독창적인 교향곡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 프로코피에프 후기교향곡 (5-7)들은 상당한 음악성을 가진 말년의 걸작으로 평가되며 소련음악의 성과로도 받아들여진다.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5번 연주이다 보니 자연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등의 대비가 필자에게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 비극적이고 웅장한 비장미와 슬라브적 감성이 돋보이는 반면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성속에 현대음악의 각종 기법들이 효과적으로 적용되어 좀더 경쾌한 분위기속에서 곳곳에 위트와 풍자, 패러디가 등장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일부 관객들이 슬로베니아 출신의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의 지휘가 지휘선이 복잡하지 않고 심플(simple)했다는 평들이 나올 수 있었던 근거들은 이런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들의 특징에 기반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르코 레토냐는 서울시향과의 신뢰와 애정이 묻어난 감성적 지휘로 객원지휘의 가치를 새로히 높힌 지휘무대로 내게 진하게 느껴져왔는데 예전 2년전 서울시향과의 서울과 인천아트센터에서의 두차례 교향악축제 및 인천 앙코르 무대에서도 프로코피에프의 발레음악 로미오와 줄리엣모음곡 Op.64(발췌 버전)을 들려줘 관현악의 색채감을 부각시켰고 국내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의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을 통해선 낭만적인 정서가 곡 전체를 맴도는 우수에 찬 분위기의 브루흐를 들려줬었다.

반면 2023425일 첫 내한공연을 가진 브레멘필하모닉의 서울 무대에 선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는 관록있는 지휘의 재발견으로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한 지휘자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42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브레멘필하모닉은 예상외로 활기찬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을 시작으로 독일 중소도시 오케스트라의 청량감을 담뿍 담은 연주를 들려줬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첼리스트 문태국이 협연한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은 베토벤의 삼중협주곡 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들렸고 슬로베니아 출신의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는 중후한 지휘로 브레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의 중심을 잡아줬다

연주곡들의 파격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요즈음 공연장의 풍경에서 오랜만에 브레멘필은 서곡-협주곡-교향곡의 틀을 따라가는 정통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틀을 따르는 한편 브레멘필은 브람스 교향곡 4번 연주로 이 교향악단의 더 많은 교향곡 연주를 서울에서 듣지못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할 호연(好演)을 보여줘 관객들의 많은 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브레멘필 첫 서울공연에서 주목되는 것은 2022년 교향악축제때 서울시향을 지휘하며 관심을 모았던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의 관록있는 지휘의 재발견으로 특별히 내게는 다가왔다. 이와 관련해 브레멘필하모닉의 볼프강 핑크 대표는 브람스와 그의 음악은 우리 오케스트라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와의 동행은 1868410일 브레멘 대성당에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초연으로 시작되었고 당시 브람스는 직접 지휘도 했다.”고 소개한 바 있는데 그 이후 브람스는 브레멘필하모닉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고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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