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시카고'가 내한 공연으로 다시 한번 국내 관객을 찾아왔다.

2015년 메르스 공포 속에서도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작품답게 이번에도 변함없는 높은 퀄리티와 관객과 함께하는 쇼뮤지컬의 정석을 보여준다.

라이선스 작품으로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음에도 이번 '시카고'를 봐야 할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이 아닐까.

한국과 달리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가 관객이 작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로 첫 번째가 아니라곤 하지만, '시카고'를 몇 년에서 몇십 년 씩 했다는 배우들은 때때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거나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배경 하나 없고, 의자와 총, 꽃 정도가 전부인 무대 위의 그들을 보고 몰입되는 것은 미니멀한 무대 구성과는 달리 배우를 통해 몰입하는 색다른 경험이다.

앙상블 배우들 역시 화려하고 관능적인 모습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영어를 할 줄 알면 특히 좋을 작품이다. 이 작품처럼 가사를 보기 위해 장면 하나 하나를 놓쳐가며 고개를 돌려야 하는 것이 아쉬운 적이 없었다.

물론 가사(대사)는 가사대로 쉽고 편하게, 하지만 블랙 코미디답게 읽는 맛이 있게 쓰여 있다. 로컬라이징도 잘 돼서 깨알 재미도 얻을 수 있다.

단 배우를 '갈아넣는' 한국식 뮤지컬에 익숙한 이라면 이들이 가창력을 뽐내는 모습이 그다지 보이지 않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카페에서 듣는 음악'이 아니라 1920년대 오리지널 재즈의 느낌을 14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는 것도 '시카고'의 장점이다. 극 마지막에 'Exit music'이 나와도 모두들 퇴장이 아니라 마치 또 하나의 공연을 보듯 객석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뮤지컬 '시카고'는 스타를 꿈꿨지만, 지금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여인이 내연남을 살해한 후 대중의 주목을 받고 무죄 판정을 받아 스타로 거듭나는 일련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인 사건이 흔하지 않은 국내에선 한발 더 거리를 두고 보게 되지만, 요즘 공연하는 작품들을 둘러봐도 그중 '시카고'처럼 다큐멘터리같은 작품도 없어 보인다.

21세기의 우리는 모두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내 주변의, SNS의, 인터넷 방송의. 저마다 스타가 되고 싶은 영역은 다르지만, 우리 역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를 통해 타인의 관심을 얻고자 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우리가 '시카고'를 보며 웃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블랙코미디가 아닐까.

7월 23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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