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 기자회견

▲ 영화 '옥자' 스틸컷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生] '옥자' 봉준호 "'옥자' 덕에 영화계 새 규칙 생겼다 '긍정적'"…① 에서 이어집니다.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감독님이 한때 완전 채식만 하는 '비건(Veganism)'이 되었다가 생선만 먹는 '페스코(Pescetarianism)'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 봉준호 :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소고기와 닭고기를 먹고 있다. (웃음) 예전보다 먹는 양은 줄었다. '옥자'를 하면서 돼지고기는 안 먹고 있다. 주변에 누가 없나 확인하고 닭고기와 소고기를 먹고 있다. 지금 붉은 고기 대신, 치즈나 유제품, 달걀, 해산물을 먹고 있다.

경험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건 생활을 2달간 저절로 하게 되었는데, 때는 2015년 초였다. 최두호 프로듀서와 현장취재 차 미국 콜로라도의 한 도살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현대적인 공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그 표현 때문에 더 섬뜩했다. 하루 5천 마리 소를 도살한다고 하는데,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퀀스보다 더 무서웠고 충격적이었다. 영화는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한 것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도살장의 냄새, 주차장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피와 배설물, 녹여지는 뼈 등이 뒤섞여 말로 설명하기 힘든 냄새였다. 뉴욕에 돌아가는 동안에도 냄새가 나를 따라오는 듯한 환각이 느껴져 자연스레 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 돌아와 회식과 평소 생활 등을 하면서 자연스레 돌아왔다. (웃음) 사실 '옥자'를 보고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며, 개인적으로도 육식에 반대하지 않는다. 인류가 수천 년간 동물을 먹어왔고, 동물도 동물을 먹는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건 문제없는데, 단지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듯 가혹하고 잔인한 환경 속에서 동물들을 하나의 제품처럼 대량생산 일부로 만든 건 문제가 된다. 이건 인류에게 새롭게 생겨난 현상이며, 돈을 위한 것이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 우리가 되짚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던져보았다.

▲ 봉준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 감독으로서, 외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려면 여러 문화를 넘나들어야 하는데, 캐스팅 등에서 감독으로서 걱정은 없었는지? 영화 특정 부분이 다른 문화에 전달되면서 유지되거나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게 있지 않은가?
└ 봉준호 : 문화간 경계를 넘고 싶다거나, 다양한 문화를 섞고 싶은 의도는 없었다. 만들고 싶었던 영화 줄거리가 그랬던 것일 뿐이다. '설국열차'만 하더라도 전 인류의 생존자들이 열차를 타고 가는 설정이었기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등장하게 되었다.

'옥자'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국적 거대기업의 이야기다. 이 다국적 기업의 CEO와 산골 소녀가 연결되기에 자연스레 여러 나라 배우들과 장소, 스태프들이 섞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섞인 것이지, 문화의 특성을 표현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영화에 대한 메카니즘은 만국 같아 특별히 어려운 점 또한 없었다. 예전에 '괴물' 때도 호주나 뉴질랜드, 미국 시각효과팀과 함께 작업했고, '도쿄!' 때는 혼자 일본에 가서 일본 스태프들과 찍었던 적이 있기에 작업방식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내 주변에 통역해주는 좋은 분들이 있고, 여기 있는 스티븐도 통역하는 데 많이 도와주었다, 언어는 수단일 뿐이며, 오히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마음이 안 맞으면 더 힘들다. 이미 국경은 인터넷 등을 통해 붕괴하였고, 각 문화가 충돌하며 자연스레 섞여 있다.

▲ 스티븐 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티브, 당신은 각 문화의 경계선에 있는 대표적인 인물인데, 이번 역할인 '케이' 또한 그런데 어떻게 느꼈는지? 그리고 헐리우드 유색인종 배우들은 주로 스테레오타입 역할이 주어지곤 한다.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 스티븐 연 :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겠지만, 외국 관객에는 톤이나 문화나 전부 다르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감독님은 관객들의 눈에 보이는 현상을 바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잃어버리거나 놓치는 게 있을지라도, 언어를 뛰어넘는 동물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핵심 메시지는 유실되지 않았다.

다른 부분의 경우, 문화적인 시각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어떤 문화에서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한 소녀의 친구를 구하는 건 똑같이 느낄 수 있다.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

내가 맡은 '케이'는 흥미로운 인물이며, 나는 실제로도 '케이'처럼 살고 있다. 나 자신이 문화의 경계에 서 있다는 게 흥미롭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한국이나 미국에서 상대방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도 이방인이 되어 외로운 존재일 지도 모르며, 미국의 모든 이민자 후손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감독님이 '케이'를 한국계 미국인으로 설정하신 게 특별했다. 헐리우드는 아시아계 배우들뿐만 아니라 각 인물에 대해 어떤 장르로 분류하는 걸 좋아한다. 그들의 시각 안에 사람들을 재단하려 하는데, 이해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스테레오타입을 맡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 문제 또한 향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스티븐 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외국 배우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도 있지만, 짧게 말하자면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인류로서, 우리 전체가 한 개인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왜 우리가 집단의 일부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구할 것이다.

극 중 등장하는 단체 'ALF' 구성원들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공통의 목표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는 건 같다. 그렇기에 구성원 개개인이 왜 거기에 가입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며,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래서 감독님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신선하고 새롭다.

당신의 이전작에도 무언가를 지키려는 소녀가 등장했고, 이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소녀를 내세워 무언가를 지키게 된 이유, 그리고 이번 영화에선 여성캐릭터가 중심이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 봉준호 : 왜인지 모르겠지만, 소녀들이 강인할 때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웃음) '미자'를 맡은 서현 양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간파했다. 서현이는 '미자'가 '옥자'의 엄마나 보호자라고, 덩치는 몇 배 더 크지만 지켜주는 존재로 인식했다.

재밌게도 다국적 CEO인 '루시'와 '미자'가 여성이고 그리고 슈퍼돼지인 '옥자' 또한 암컷이다. 특별히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건 아닌데,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에서 '옥자'과 '미자', '미란도' 축이 자연스럽게 여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소녀가 강인했을 때 아름다움, 그것이 영화의 중심에서 동물과의 교감이 소년으로 설정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 틸다 스윈튼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존 남성중심 영화 풍토에 여배우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옥자'는 어떤 의미의 영화가 되는지?
└ 틸다 스윈튼 : 꼭 페미니즘이라기보단 현실적인 접근이다. '미자'의 선택은 다양했지만, 그 선택은 그녀의 여성성에 깊은 뿌리를 둔 게 아닌가 싶다. '미자'는 수많은 선택 중 사랑과 관계를 택했고, 다른 데 주위를 돌리지 않았다.

'옥자'가 국제적인 영화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보편적이고 범우주적이며 인본적인 형태를 가진 영화라 생각한다. 우리가 커다란 스크린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건데, 내가 그의 눈이 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봉준호 감독을 우상처럼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일반화시키는데 반면, 그는 그렇지 않다. 영화의 심장엔 늘 여성이 존재했고, 영화의 핵심이었다. 전 세계 마찬가지다. 여성영화인이 남성과 싸운다고 있다고 하는데, 여성영화인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문화 生] '옥자' 봉준호 "'옥자'가 '슈퍼돼지'로 불리게 된 이유는"…③ 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