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에이치프로젝트의 한윤섭 작 연출 하이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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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예술극장에서 극단 에이치프로젝트의 한윤섭 작·연출의 <하이옌>을 관람했다.

<하이옌>은 우리나라로 시집을 온 베트남 출신 여인의 이름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글로벌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활동의 연계성으로 인해 각기 다른 나라에서도 서로 주고받는 영향력이 긴밀해진 세계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단일민족이라 일컬어지던 우리나라의 인구구성도 국제결혼 이주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등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결혼 이주여성들은 조선족, 한족,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일본,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우리나라와 근접한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주노동자들의 국적 역시 파키스탄, 필리핀, 몽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의 개발도상국이 주를 이룬다. 결혼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 외에도 유럽과 북미에서 옮겨온 외국인들 또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인구 구성을 이루고 있다. 이 자그마한 한반도 안에 10개 이상의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만큼 우리나라 안에서 10개 이상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일문화였던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은 국제결혼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정을 통칭하는 말인데,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의 대다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정착한 경우나 농촌총각들이 외국인 신부를 얻어 가정을 꾸린 경우 등 상대적으로 사회에서 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많다.

출신국으로는 중국 조선족(30.4%)이 가장 많고 다음은 중국(한족과 기타민족)(27.3%), 베트남(19.5%), 필리핀(6.6%), 일본(4.1%), 캄보디아(2.0%) 순이며 거주지역은 주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51.9%, 영남에 22.1% 호남에 12>2%, 충청에 10.9%가 거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자료에 의하면, 결혼이민자 및 혼인귀화자는 211,458명으로, 성별로는 여성이 188,580명으로 89.2%를 차지하고 있으며, 결혼이민자의 자녀는 151,154명이다.

<하이옌>이라는 베트남에서 충청도의 한 40대 노총각 농부에게 시집을 온 23세 여인이 감기증세가 있자 남편과 함께 약국으로 가 약을 사는 사이 남편은 잠시 볼 일을 보러 간다. 약국주인은 감기약을 사려는 이 여인의 체온을 측정한 뒤, 신종플루환자로 의심을 하고, 보건당국에 알려 강제로 구인되어 격리 수용된다. 물론 남편이 돌아왔으나, 아내의 행방이 묘연하니, 약국 약사에게 물어보면 간단한 것을, 아둔한 인물인지 약국근처 빵집이나 골목만 이리저리 둘러보고, 아내를 찾다 못해 경찰에 신고를 한다. 경찰은 남편이 폭력을 행사해서 가출을 한 것으로 생각을 한다. 그리고 현재 외국에서 시집을 온 여인들 중 많은 사람이 살다가 가출을 해 행적을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남편은 피켓을 들고 <하이옌>을 찾아달라고 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한다. 경찰의 지역소장이 이를 알고 행방불명된 여인을 찾도록 지시를 한다. 얼마 안가서 경찰이 <하이옌>을 찾았다고 알린다. 남편이 반가워 달려가니, 같은 베트남 여인이지만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여인이다. 당연히 남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경찰은 남편의 말을 믿지 않고, 동명이인인 <하이옌>을 혼자 돌아가는 남편의 뒤를 따르도록 한다. <하이옌>의 시어머니 격인 남편의 어머니는 분명히 다른 여인인데도 <하이옌>을 받아들인다. 실종사건을 해결한 지역경찰은 이 일로 표창을 받고 신문에 다문화가족인 남편과 어머니, 그리고 새 <하이옌>의 사진이 신문에 커다랗게 실린다. 한편 유기 견처럼 강제 구인된 <하이옌>은 신종플루가 아니라, 감기인 것으로 판명되어 풀려난다. <하이옌>은 구인되던 날 남편과 헤어진 약국 앞으로 가 동네 이름은 모르지만 255번지를 물어본다. 자신을 신종플루환자로 몰아 부친 약사마저도 <하이엔>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으니, 번지수를 약사인들 어찌 알랴? <하이엔>은 거리에서 불량배에게 속아 끌려가 퇴폐업소에서 종사를 하게 된다. 그 곳에서 <하이옌>은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남편을 찾으려 애쓰고, 남편의 아이를 배었음을 알린다. 불량배도 하는 수 없이 <하이옌>을 돌려보낸다. 한편 동명이인 <하이옌>과 한 집에 살고 같은 방을 쓰면서도 동침을 하지 않는 남편과 어머니에게 새 <하이옌>은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결국 새 <하이옌>의 정성에 감동해 남편은 그녀와 몸을 밀착시킨다. 바로 그 때 경찰서에서 급히 오라는 전갈이 온다. 남편과 어머니가 경찰서로 간다. 거기에는 진짜 <하이엔>이 돌아와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인 반기려 하자, 경찰은 제지를 한다. 지난번 다문화가족 실종사건을 해결한 일로 표창까지 받았는데, 진짜 <하이옌>이 나타난 것이 알려지면, 이전의 사건해결이 거짓으로 판명되니 곤란하다며, 진짜 <하이옌>을 인정하면 절대 아니 된다는 요구다. <하이옌>은 남편과 어머니를 보고 반가워하며, 자신이 남편의 아이를 배었음을 알린다. 남편이 기뻐하며 <하이옌>을 끌어안자, 경찰이 말린다. 어머니도 경찰과 동조를 한다. 게다가 어머니는 진짜 <하이옌>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내뱉는다. 그러나 남편은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경찰의 제지로 결국 자신도 <하이옌>을 모르는 여인이라고 답한다. <하이옌>은 울음을 터뜨리며 경찰서 밖으로 뛰어나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하수 쪽이 농부가족의 거소이고, 상수 쪽이 경찰서로 설정이 된다. 중앙은 거리와 약국 그리고 빵집으로 사용되고, 침구를 깔아 마사지업소로도 사용된다.

김서년이 노총각 농부, 강한나가 하이옌, 신영은이 동명이인 하이옌, 도영희와 김나은이 어머니로 더블 캐스트, 고인배와 마정덕이 오반장으로 더블 캐스팅되고, 민준호와 태준호가 국제결혼사장으로 역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위명우가 안마업소사장, 김인묵이 김형사, 유승철이 약사와 그 외 배역등 1인 다 역을 한다.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민병구, 조명디자인 최진호, 음악디자인 김은지, 조연출 신빛나라·최지우, 무대감독 차의창, 스태프 강세나·김다희·노경하·박채연·원대섭·임우섭, 마케팅 조아영·주수진, 홍보 박예지·이하나, 디자인 김현중·한택수, 협찬 이음아트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에이치프로젝트의 한윤섭 작·연출의 <하이옌>을 친 대중적이자 우리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과 홀대에 대한 경고라고 보여주는 한 편의 계도 적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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