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성민, 이준, 김광태 감독, 천우희, 류승룡이 영화 '손님'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지난해 강원도에서 100일간 열심히 찍었다"며 김광태 감독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해, 떨리는 마음으로 소감을 전했다.

조감독 세월을 거쳐 그가 처음 선택한 영화는 호러 판타지 작품 '손님'. '손 없는 날'이라는 의미의 토속 민간신앙, 서양의 전설인 '피리 부는 사나이'가 결합한 독특한 상상력의 영화로, 1950년대 전후 혼란기에 있는 어느 산골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고 있다.

2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CGV 왕십리에서 영화 '손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엔 김광태 감독을 비롯해 떠돌이 악사인 피리 부는 사나이 '우룡'으로 등장한 류승룡, 시골 마을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촌장'을 맡은 이성민, 젊은 과부 '청주댁'에서 선무당이 된 '미숙'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천우희, 그리고 촌장의 아들 '남수'를 연기한 이준이 참석했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손님'의 촬영 뒷이야기와 작품에 있었던 장면의 해석 방법,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 들어봤다.

감독 데뷔작으로 어떤 것을 말하고 싶었나?
ㄴ 김광태 : 독특하고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한국으로 옮겨왔을 때 어떤 그릇이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판타지 호러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봐서 이 장르를 선택했다. '손님'은 약속에 관한 영화다. 약속을 지켜야만 하는가, 아닌가. 약속에 대한 가치를 너무 쉽게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인데, 그 관계가 너무나 쉽게 생각나지 않는가. 그런 점을 생각해보자는 이유로 판타지 호러와 동화를 생각하게 됐다.

   
▲ 이성민(왼쪽)과 류승룡(오른쪽)의 연기 대결은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우룡'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점을 중점에 뒀나?
ㄴ 류승룡 : 모티브를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피리를 많이 불어야했다. 다리를 저는 것은 캐릭터에 도움이 되도록 시나리오에 있었다. 사투리는 마을 사람들이 쓰지 않았다. 그래서 이방인, 객, 손님은 다른 억양을 줘야 했기 때문에 사투리를 선택하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놓치지 않는 것, 캐릭터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 외엔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 평창, 정선, 양양 등지에서 힐링하면서 촬영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악역을 연기하기 위해 가장 크게 준비한 것은?
ㄴ 이성민 : 배신감이었던 것 같다. '우룡'이 배신감을 느끼겠지만, 관객도 배신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 중점을 두게 했다. (악몽을 꾸진 않았나?) 악몽은 한 번도 꾸지 않았다. (쥐를 싫어한다고 들었다) 어릴 때 쥐새끼를 보며 트라우마가 생겨서 제일 싫어했다. 현장에서 보는 것도 제일 싫었다. 저보다 이준 씨가 고양이 장면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 시골이다 보니 숲 속에 벌레가 많아서 방충망 구멍까지 막고 잤던 기억까지 난다.

아들 '영남'을 맡은 구승현과 합이 잘 맞은 것 같다.
ㄴ 류승룡 : 구승현 군은 제 아들과도 나이가 비슷하다. 저도 객지에 있었고, 구승현 군도 현장에서 엄마와 같이 있었지만, 아빠와는 떨어져 지냈다. 제가 사투리를 선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투리를 해야 했다. 평소에도 "밥 먹었슈? 안녕하셔유? 아니여유"하며 따라다녔다. 부자지간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승현이의 구강구조나 웃는 모습을 역으로 따라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그런 모습들을 따라 했다.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이준 : 비위가 좀 약한 편이어서, 영화에선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고양이를 칼로 내리치는 장면이 있다. 제가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약한 남자인데, 영화에선 세야 했다. 대사보다 아버지에 대한 믿음직스러운 눈빛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충성을 맹세하는 눈빛으로 연기했다. 영화 속 제 캐릭터가 무서워서 제가 저를 싫어했다.

'미숙'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ㄴ 천우희 : 캐릭터를 연기할 때, 캐릭터에 관해 설명된 부분들이 부족했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미숙'이라는 캐릭터가 중간에 사라지기도 해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미숙'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때, 이 사람의 과거나 상황도 중요하지만 약간의 형태만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하면 전달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 천우희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국적인 풍경에서 정서는 상당히 서구적이다.
ㄴ 이성민 : 의도한 것 중에 마을은 옛 가치를 지키려는 집단이다. '우룡'과 아들은 첫 장면에도 나오지만, 행색이 서구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고여있는 곳에 새로운 것이 들어왔을 때 어떤 느낌이 있는가, 충돌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고 의도했기 때문에 대조적으로 보였을 것 같다.

'미숙'이 갑자기 나와서 접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의도였나?
ㄴ 김광태 : 영화의 행간을 많이 띄어놓으려고 했다. 보시는 분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 그 해석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노력했다. 그 장면 같은 경우는 접신이라고 보일 수도 있고, '미숙'이 자해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한테 떠밀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했고, 궁지에 몰려있고, 동시에 여자로 치명적인 말까지 들었고, 마음을 준 남자를 사람들 앞에서 배신했기 때문에 스스로 모멸감을 느껴 자해했다는 해석이 됐으면 좋겠다. 접신 역시 자신이 원해서 한 것도 아니었고, 과거 무당이 예언한 점을 빌리기도 했다. 다양하게 해석했으면 좋겠다.

천우희 : 그 장면을 처음 접했을 때 그런 생각은 했다. '미숙'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큰 감정은 뭘까 고민했을 때, 묵인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결과물이 마지막 저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마을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하므로, 가장 도덕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배신을 통해 가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 모습은 많은 해석이 나올 것 같다.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전 무당으로부터 온 저주의 피라고 봤다.

쥐를 연출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ㄴ 김광태 : 쥐는 CG와 특수효과가 연결되는 부분이다. 쥐가 친숙한 동물이 아닌데, 그 부분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의 강도를 CG로 나오기 전엔 가늠할 수 없었다. 계산이나 상상으로 카메라 앵글을 잡는데, 배우분들도 힘드셨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 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면서도 즐거움도 있었다.

영화 보는 내내 캐릭터들 간의 힘 싸움이 팽팽했다.
ㄴ 김광태 : 촬영 내내 황홀했다는 표현이 제일 맞을 것 같다. 배우분들 연기하는 것을 모니터로 보고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 너무나 좋았다. 배우분들이 연기의 달인들이셔서 시나리오에 없거나 보충해야 할 것을 연기로 커버해줬다. 신인 감독이니까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건데, 연기로 작품을 만들어주셔서 좋았다.

   
▲ 김광태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버지를 연기하면서 어떤 감정을 관객이 느꼈으면 하나?
ㄴ 류승룡 : 부모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전쟁 중에 아내를 잃었고, 몸도 성치 않고, 아이도 아픈 내용을 통해 부성애를 부각한 것 같다.

이성민 : 영화에서 승룡 씨의 부자와 제 부자 사이에서 어떤 것을 관객들이 느낄 것이라는 생각은 못 해봤다. 전혀 애정이 없는 아들인데, 주워온 아들인지, 친아들인지 의견이 분분했던 것 같다. (웃음) 부자 사이에서 뭘 느끼기보다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분들이 "나는 과연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라고 그 지점을 되짚어볼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를 해 본다.

섬세한 로맨스를 보여주는데, 어린 친구들의 장면들과 색다른 것 같다.
ㄴ 천우희 : 류승룡 선배님과의 멜로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어린아이들이 보아도 전혀 문제 되지 않을 수위여서 좋기도 하지만, 뭔가 이뤄지지 않아서 아쉽기도 하다. (웃음)

고양이를 죽이는 연기를 할 때의 기분이 어땠나?
ㄴ 이준 : 사실 모기 한 마리도 잘 못 죽인다.

이성민 : 이건 진짜다. 이 친구는 모기 한 마리도 못 죽인다. 전기파리채를 사랑한다.

이준 : 전기 파리채라는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알게 됐다. 잡아보니까 생전 그런 벌레들을 죽여본 적이 없는데, 평생 죽인 벌레들을 다 죽인 것 같았다.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엔 두려움이 많았다. 모형이 진짜같이 생겼고, 가짜 피도 많아서 찰흙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며 자르고 연기했다. (웃음)

쥐가 아닌 다른 동물을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ㄴ 김광태 : 쥐는 우리가 가장 혐오하기도 하면서도 곁에 있는 동물이 아니겠냐고 생각했다. 인류와 같이 살아온 동물이고, 쥐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인 공포를 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룡'이 다리를 절고 첫 등장을 하면 그 이유를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여러 풍파를 겪었다는 것을 단시간에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쥐가 아니고 다른 동물이었다면 설명하는데 힘들었을 것이다. 쥐였기 때문에, 설명할 시간이 경제적으로 사라지고 공포감도 자연스럽게 줄 수 있었다. 그래서 쥐 아닌 다른 생물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김관수 기자 g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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