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7일 오후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제작발표회 및 쇼케이스가 열렸다.

8월 5일부터 10월 8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이하 42번가)'는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뮤지컬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에서 21년간 사랑받은 작품으로 2016년부터는 2001년 토니어워즈 리바이벌 부문을 수상한 뉴 버전으로 공연되고 있다.

오후 3시에 먼저 열린 제작발표회는 줄리안 마쉬 역의 김석훈, 이종혁, 도로시 브록 역의 최정원, 배해선, 페기 소여 역의 오소연, 전예지, 빌리 로러 역의 에녹, 전재홍, 메기 존스 역의 전수경, 김경선, 앤디 역의 조용수 외 앙상블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 포토타임으로 진행됐다.

이날 눈에 띈 것은 세 장면 뿐이었지만, 눈길을 확 끄는 하이라이트 시연의 탭댄스였다. 제11회 딤프어워즈에서도 축하무대로 선보였던 화려한 탭댄스가 실내를 가득 메웠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탭댄스를 추는 오소연 배우는 대구에 이어 이번에도 무대에 올랐다. 잔실수가 있었으나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는 점이 꿈을 향해 도전하는 새로운 '페기 소여'다웠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배우들의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초연 멤버이자 역대 최다 출연자인 전수경 배우는 "인연이 깊은 작품을 다시 하게 돼서 기쁘다. 최고의 '42번가'가 되기 위해 신경쓰고 있다"며 밝혔다. 그녀는 20대부터 40대까지 거치며 3개의 배역을 모두 맡은 점에 대해서도 "제가 가진 최고의 기록 같다. 스스로 자랑스럽다"며 '42번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초연에 이어 21년 만에 다시 출연하는 최정원 배우 역시 "이 작품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작품. 모든 배우들과 관객이 보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에게 '42번가'의 매력을 묻자 전수경 배우는 '독보적인 탭댄스. 심장을 울리게 하는 리듬감, 열정을 쏟는 앙상블의 힘'을, 최정원 배우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의상, 시대를 충실히 살린 헤어와 메이크업' 등을 꼽았다.

 

둘은 페기 소여를 통해 자신들의 과거를 추억하기도 했다. 최정원 배우는 "28년 전 저도 페기 소여같은 경험을 했다. '가스펠' 오디션을 본 뒤 떨어졌는데 계속 연습실을 찾아가고 연습을 지켜봤다. 나중에라도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하고 싶던 역할을 하신 선배가 사고로 공연 2주 전에 하차하시며 제가 기회를 얻게 됐다"며 뮤지컬 '가스펠'을 언급했다.

그 이후 늘 자신이 맡은 역이 아니어도 주인공, 상대 역의 대사 등을 함께 외우며 자신에게 좋은 자료로 삼았다는 최정원 배우는 또 "그런 의미에서 제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꿈을 이뤄준 작품이다. 페기 소여는 저같은 경험을 통해 관객에게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자신이 준비된 사람이라면 항상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해피엔딩 뮤지컬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전수경 배우는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윤복희 선생님의 언더스터디가 된 경험을 이야기하며 "선배님 지각하거나 아프실 때만 기다린 기억이 난다"고 재치있게 답변을 마무리했다.

 

'42번가' 최고의 장면은 뉴 버전에서 새롭게 추가된 계단 씬과 피아노 씬이 꼽혔다.

에녹 배우는 계단 씬에 대해 "계단을 오르내리며 춤추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난이도 높은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전예지 배우는 피아노 씬에 대해 "페기 소여가 처음 무대에서 선보이는 장면이다. 피아노가 바닥에 고정된 게 아니라 조금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페기 소여의 독무를 눈여겨보길 당부했다.

최정원 배우가 '탭댄스 천재'라고 표현한 전예지 배우는 또 "2013년에 울면서 탭 배운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 좀 편해질까 했지만, 뉴 버전 안무가 만만치 않더라"며 3년 만에 다시 합류한 소감도 전했다.

뉴 버전에 처음 합류한 전재홍 배우는 '드라마'를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삭제했던 드라마가 살아나서 각 인물들의 이유가 좀 더 명확히 표현된다. 그런데도 템포감을 유지하며 극이 진행돼서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힘든 점이 없냐고 묻자 "탭댄스를 다시 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 하루 종일 하고싶다"며 작품에 임하는 기쁨도 함께 밝혔다.

 

줄리안 마쉬에 대해 '신사가 아닌, 어떻게 보면 미친 사람 같다'고 평하기도 한 김석훈 배우는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뮤지컬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해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가서 보기도 했을 정도지만, 제가 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뒤, "그런데 이번에 맡은 마쉬 역은 뮤지컬의 기본인 노래나 춤보다는 연기가 우선되는 역이라 도전하게 됐다. 원래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만큼, 공연이 가지는 희열과 매력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오랜만의 뮤지컬 출연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

10년간 '시카고'의 마마 모튼으로 살아온 김경선 배우는 메기 존스 역에 대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저의 평소 성격과 비슷하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지난 시즌 때 제게 안 어울린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많이들 사랑해주셔서 이런 느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 깨달았다"며 '센 언니'에서 새롭게 변신을 예고했다.

 

'42번가' 팀의 끈끈한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예지 배우는 오소연 배우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제가 데뷔하기 전부터 언니의 팬이었다.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탭댄스 역시 발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하셔서 처음인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하신다. 그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따라가려고 한다"며 단단한 커리어로 쌓인 경험을 꼽았다.

오소연 배우는 전예지 배우의 장점을 묻자 "예지는 우선 저보다 어리다. 죽을 때까지 저보다 어리다"며 장난섞인 멘트로 시작했다. 또 "극 중에서 22세인 페기 소여를 연기하는 실제 23세 예지의 상큼함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예전에 예지가 공연할 때 객석에서 '42번가'를 보는데 탭댄스를 너무 잘춰서 저런 친구가 페기 소여를 해야하는구나 싶었다. 제가 실제로 본 여배우 중 예지만큼 탭댄스를 잘추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두 세달 동안 연습하면서도 틀리는 걸 예지는 한 번 보면 바로 한다"며 훈훈하게 서로를 칭찬했다.

 

제작발표회가 끝난 후 오후 8시에는 네이버 생중계를 포함한 쇼케이스가 열렸다.

MC 김생민이 진행한 쇼케이스에서는 권오환 안무감독, 전재홍, 전예지 배우의 탭댄스 실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예지 배우는 눈에 띄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가벼운 몸놀림으로 탭댄스 실력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에녹 배우는 '라라랜드'의 'City of star'를, 최정원 배우는 '올댓재즈',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한 뮤지컬 명곡 메들리를 선보이는 등 다른 곳에서 쉽게 보기 힘든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시간이었다.

쇼케이스는 객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형태의 여타 작품들과 달리 음식과 술이 마련된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좌석도 테이블만 있는 스탠딩석을 마련하는 등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된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생중계가 끝난 후 진행한 럭키드로우까지 참가자들 모두 만족스러울 '토탈 패키지'였다.

 
 
 
 
 
 
 
 
▲ 권오환 안무가가 탭댄스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 오소연 배우가 연습 도중 촬영한 셀프 카메라로 배우들의 연습실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 김석훈 배우가 한 관객의 사연을 읽고 있다.
 
 
 
▲ 럭키드로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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