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고선웅 연출, 김우형, 윤공주, 카이, 안재욱, 이소연, 김성녀, 서범석, 임혜영이 뮤지컬 '아리랑' 프레스콜에 참석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약 천 만 명의 독자가 읽은 소설, '아리랑'이 뮤지컬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파란의 시대를 지낸 사람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오는 9월 5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제작사 신시컴퍼니가 2007년 '댄싱 섀도우' 이후 8년 만에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공연되어 관객들을 찾고 있다.

프리뷰 공연을 끝낸 16일, 취재진을 대상으로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박명성 대표 프로듀서는 "많은 분이 방대한 분량과 많은 인물을 어떻게 2시간 30분에 압축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셨다"며 "고선웅이라는 이 시대의 특출한 예술가가 작품을 흡인력 있고 몰입도 있게 잘 각색했다. 또한, 3년간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선웅 연출과 많은 대화를 통해 창작 뮤지컬에서 우리가 시도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그는 "많은 제작비 투자를 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역사 이야기를 영상, 조명, 무대 오토매틱 시스템, 미래 융합적 콘텐츠 스타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관객들이 평가하겠으나, 같이 참여한 160여 명의 배우와 스태프가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고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했다. 30년 넘게 공연하면서 이런 팀워크는 처음 느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미래의 대형 창작 뮤지컬을 발전된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냐, 여기에 주저앉아 라이센스 뮤지컬만 수입해서 평균만 유지하는 것인가에 대해 갈림길에 서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이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질의응답엔 고선웅 연출을 비롯해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남자 '송수익'을 연기한 안재욱, 서범석, 암울한 시대가 만들어낸 짐승이 된 남자 '양치성'을 맡은 김우형, 카이, 억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여인 '방수국'을 표현한 윤공주, 임혜영,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인고의 어머니 '감골댁'을 연기한 김성녀, 갖은 역경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여인 '차옥비'를 맡은 이소연, 사랑 앞에 두려운 것이 없는 남자 '차득보'를 연기한 이창희, 김병희가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고선웅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하소설을 뮤지컬로 만드는 데 힘들었을 것이다.
ㄴ 고선웅 : 워낙 잘 아시는 소설이고, 12권이라는 길이가 부담이 많이 됐다. 그 부담을 내려놓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부담을 갖고 소설에 충실하면 충실해지려 할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 부담을 내려놓고 제 소신대로 밀고 가는 용기를 갖는 것이 힘들었다. 아름다운 장면도 많고, 멋진 캐릭터도 많아서 힘들었다.

무대가 상당히 현대적이다.
ㄴ 고선웅 : 무대 미학적으로나 음악도 마찬가지고 우리 정서를 담아내되 동시대 사람들이 격조 있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장면 전환도 많아서 사실적인 세팅을 한다면 너무나 많은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영상, 무대 바닥 장치를 활용해 무대는 깔끔하게 구성했다. 그리고 음악은 클래식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작업했다.

작품을 연기한 소감을 듣고 싶다.
ㄴ 김성녀 : 뮤지컬도 종종 했고, 연극도 자주 하고 있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하고 있는데 아직 창극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이 작품의 음악은 서양적인 오케스트라와 하모니가 나오는 가운데 판소리의 선율과 자진육자배기 민요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그래서 우리의 소리가 돋보이면서도 서양 음악을 잘 조화시켰다. 음악을 작곡한 김대성 씨는 우리 선율을 가지고 '화선 김홍도', '템페스트' 등 작품을 만든 경력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서양 음악의 틀과 우리 음악의 틀을 잘 조화시켰다. 노래를 잘하는 뮤지컬 배우들 속에서 국립창극단의 대표 배우인 이소연 씨가 소리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소리가 이만큼 훌륭하다는 것을 알아봐 주실 것 같아서 기쁘다.

이소연 : 김성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모니를 중점으로 우리 소리의 힘과 서양 음악이 어떻게 어우러질까 고민을 많이 했다. 모든 정서를 뚫고 나오는 우리 소리가 가진 진한 한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중점을 뒀다. 많은 분이 제 소리를 좋아해 주셔서 뿌듯하고, 제가 소리를 잘 전달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어서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

   
▲ 안재욱이 취재진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결혼 후 첫 작품이다. 배우자 최현주도 뮤지컬 배우여서 많은 도움을 줬을 것 같다.
ㄴ 안재욱 :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신혼 초인데도 불구하고 아내가 입덧이 심해서 저를 챙길 처지가 아니다. (웃음) 아내가 무대 위에서 당당한 오빠를 보고 싶다고 했다. 프리뷰 공연을 보고 원하는 만큼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 든든하고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고,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다. 연출할 때 이에 대해 염두에 뒀나?
ㄴ 고선웅 :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아리랑'을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떳떳하고 정당하게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들지 생각했다. 이 작품을 통해 민초들이 삶의 고난을 극복할 원동력을 얻게 해 주고 싶었다. 현재도 해결되지 않은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제 생각을 나름대로 담아봤다.

'송수익'이라는 역할은 딱딱한 것 같다. 주제의식도 민족주의가 있기 때문에 어렵고 뮤지컬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ㄴ 안재욱 : 민초들이 겪고 있는 당시의 현실 속에 웃으면서 마을의 평화를 독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위기 상황이고 강인함을 보여줘야 해서 다소 딱딱해 보일 수도 있다. 양반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절제해야 했고, 더 이끌고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 아주 힘들었다. 그 모습이 무대에서 잘 보였으면 한다. 민족의식이 거창한 말 같지만, 어느 민족이든 즐거운 과거와 아픈 과거가 있다. 아픈 과거의 한 부분을 지금 보여주면서 같이 속상하자는 것도, 계몽하자는 것도 아니고 지쳐있는 많은 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아리랑'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뮤지컬 소재치고 무겁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는데, 뮤지컬엔 다양한 소재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 뮤지컬 '아리랑'에서 안재욱을 비롯한 앙상블들이 '탁탁' 넘버를 부르고 있다.

작품에 사투리와 일본어가 사용된다. 가사 전달력에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이다.
ㄴ 고선웅 : 사투리를 쓰면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봤다. 극본도 많이 쓰고 수정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사투리는 사투리로, 일본어는 일본어로 가자고 굳게 마음먹었다. 이 시대의 배경이 김제와 군산 쪽인데 조정래 선생님 작품의 사투리는 맛깔 난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표준어로 갈 필요가 없는 것이 바른 선택이라고 봤다. 일본어는 일본인들이 들이닥쳐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했을 것인가. 당시의 그것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은 나름대로 마음이 있었다.

사투리 노래에 적응되지 않았을 것이다.
ㄴ 김우형 : 대사와 노래 모두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다들 전라도 출신 배우들이 아니어서 애를 먹었다. 지금 내가 던지는 말이 전라도 말이니 믿으라고 연출 선생님이 말했다. 제가 하는 것에 믿음과 확신을 하고 마음을 열고 연기를 하니 모두가 전라도 말이라고 생각해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일본어는 조선인으로 일본어를 하므로, 정확한 발음에 대한 부담감은 덜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저 밥 먹었어용"해도 다 알아듣는 것이 있다. 일본인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연출 의도를 듣고 싶다.
ㄴ 고선웅 :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었다. 사죄를 받고, 화해하고, 모든 갈등과 슬픔, 편견, 잘못된 것들을 한꺼번에 믹서기에 갈듯이 싹 없애버린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같이 어우러지는 것이 가장 '아리랑' 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 서범석은 "'부항 투혼'을 펼치며 작품에 임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서범석 : 뮤지컬 '아리랑'이 태어나기까지 산고의 과정을 거친 고선웅 연출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 사랑과 애정으로 '아리랑'에 관심을 두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다.

김성녀 : '아리랑'은 '뮤지컬이다, 연극이다'는 장르로 말하기보단, 장르 없이 '아리랑'이다. 우리 민족의 혼을 노래하는 것이다. 뮤지컬을 많이 보시는 분들이 '뮤지컬은 이러한데'라고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시는데, 모든 배우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봐주시고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희망을 품어보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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