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멘토모리'가 제2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에 당선됐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피어나는 새싹들에게 거름을 줄 수 있는 공모전을 한 번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우아트센터에서 제2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 7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와 문화콘텐츠제작사인 으랏차차스토리가 제2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이 진행됐다.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와 기회가 부족한 공연문화 실정에서 끼와 열정, 그리고 준비된 실력과 가능성을 펼쳐 보일 기회를 제공해 개개인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도록 진행됐다. 지난해 당선작인 '최정윤 프로젝트'의 '개, 돼지'로 지난 3월 으랏차차스토리의 정식 라인업으로 공연된 바 있다.

제2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의 참가작은 '키르코스'의 '바닷물 맛 여행', '자각몽'의 '당신의 오리는 안녕하십니까', '홍키통키'의 '질척대는 건 질색이야', 'B.로소' x '장춘프로젝트'의 '메멘토모리'로, 이 중 '메멘토모리'가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 제2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 시상식 후 단체 촬영이 이어졌다.

'키르코스'의 '바닷물 맛 여행' 최호영 연출은 "부랴부랴 '으랏차차, 세우다' 올해 작품공모전의 첫 공연을 하게 됐다"라면서, "'키르코스'는 2016년부터 모여서 작품활동을 하려고 했고, 저희의 첫 공연이 되어서 뜻깊다.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지원 사업이 많지 않은데, 저희한테는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젊은 팀의 공연도 볼 수 있어서, 같은 업계에서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뜻깊었다"라고 회상했다.

'바닷물 맛 여행'은 경제적인 문제로 해체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작진은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건 결국 '사람' 때문이라는 메시지"라면서, "가족이라는 가장 최소의 사회적 집단이 해체되면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삶의 무게와 고독감, 그런데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증오하고 동정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삶의 온기를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불러옴으로써 크게 소리 내지 않을 뿐, 저마다 다른 크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대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 '키르코스'의 '바닷물 맛 여행' 최호영 연출

'자각몽'의 '당신의 오리는 안녕하십니까' 김성진 연출은 "여러 단체와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이 중 젊은 프로젝트의 팀 공연을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면서, "초연을 하면서 위험 부담이 큰 게 많다. 이 공모전을 통해 초연에서 좋은 디딤돌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신의 오리는 안녕하십니까' 제작진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허리끈에 매달려 있는 오리를 키운다"라면서, "누가 언제부터 그들에게 오리를 매달아 놓았는지 왜 매달려있는지 그들은 모를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다. 그저 사람들은 끝까지 오리를 키우면 이 오리가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자신을 하늘(이상향)로 데려다준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오리를 키워나간다. 허나, 오리를 끝까지 키운 사람들은 이미 하늘로 날아가서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에 언제 새가 되는지 알 수 없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람과 오리는 함께 성장하고, 오리는 커갈수록 주인에게 더 많은 먹이와 시간을 할애하길 원한다. 이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보상도 해주지 않는 쓸모없는 오리를 죽이라고 강요하고, 결국 한 소년은 그런 압박에 이기지 못하고 가출을 감행하게 된다. 놀이터로 가출한 소년이 우연히 만나게 된 몇몇 사람들, 그들과 만남을 통해서 소년은 자신이 생각한 오리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오리를 생각하는 작품 속 소년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라고 밝혔다.

▲ '자각몽'의 '당신의 오리는 안녕하십니까' 김성진 연출

'홍키통키'의 '질척대는 건 질색이야'의 김홍기 연출은 "각본, 연출, 제작, 기획, 영상, 오퍼, 무대까지 다 맡았다"라면서, "이렇게 일을 다 한 것은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포스터도 지난해에 쓴 것을 날짜만 오리고 만들었다. 공구도 여기 감독님께 빌리고, 의자도 세우아트센터에서 빌려 잘 썼다. 공모전 대본이 당선되어서 굉장히 기뻤다.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당선된 것은 처음이라 기쁜 마음으로 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김홍기 연출은 "아쉬운 점이라면, 지난해 이 공연을 올린 적이 있었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퀄리티의 공연을 올리게 된 점"이라면서, "그런 어려움을 많이 반성했고, 더 내가 기획, 연출, 포스터까지 붙이는 극단 운영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공모전 작품을 보면서 시사하는 바도 있었고, 안고 가야 할 것들을 던져주기도 했다. 다만 '으랏차차, 세우다'라는 공모전이 전체적으로 협력적인 무언가가 없어서 아쉬웠다. 저희처럼 염세한 분들을 위한 관객 품앗이가 있으면 어떨까 한다"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질척대는 건 질색이야' 제작진은 "연극을 보며 단 한 순간도 따뜻해지고 싶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라면서,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연관성은 없다. 제목 그대로, 단 한 순간도 질척대지 않는다. 적어도 졸지는 않을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 '홍키통키'의 '질척대는 건 질색이야'의 김홍기 연출

당선작인 'B.로소' x '장춘프로젝트'의 '메멘토모리' 김가람 연출은 "당선이 될 거로 생각하지 못했고, 마음을 비우자고 했는데 당선되어 감사하다"라면서, "좋은 기회로 함께 공연했으면 좋겠다. 아쉬운 점은 이런 극단끼리의 교류전을 많이 해봤는데, 이번엔 너무나 교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으쌰으쌰' 할 정도로 선의의 경쟁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작품, 극장 컨디션 자체 좋았고 팀도 발전할 기회였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한편, '메멘토모리'는 2018년 으랏차차스토리 라인업으로 공연될 기회를 얻었다.

'메멘토모리'는 '찰나의 인생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삶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삶과 죽음, 행복한 순간에 떠나가야만 했던 작은 생명에 대한 잊힌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는 시와 소설과 독백들이 가득한 공간에 모인 다섯 인물로 시작된다. 그들은 인간보다 오래 살아남게 된 글들 사이에서, 슬프고도 살짝은 낯 간지러운 그러나 가장 강렬했던 자신들의 생의 기억을 마주한다. 무대 위 하얀 의자와 바닥에 쌓인 수많은 종이, 책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극의 상황과 환상적인 공간을 보여주며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 'B.로소' x '장춘프로젝트'의 '메멘토모리' 김가람 연출

조선형 으랏차차스토리 대표는 "올해로 '으랏차차. 세우다'가 2회를 맡았다. '개, 돼지'에 당선되어 올해 공연도 했고, '메멘토모리'로 내년 공연을 할 예정"이라면서, "연극을 한 지 한 15년~20년 된다. 처음에 할 때 막막했다.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런 공모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어나는 새싹들에게 거름을 줄 수 있는 공모전 한 번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서 진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저희도 아주 힘들었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했다"라면서, "2회까지만 하고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이선희 실장님이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공모전 약속한 10년은 꼭 채우고 싶다는 말에 감사하게 됐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10년 동안 계속 갈 거라 믿는다. 그러면 대한민국 예술에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연 기간 다치신 분 없이 잘 끝났으리라 믿는다. '으랏차차, 세우다'는 열려있으니 앞으로 계속 지원 부탁드린다"라고 폐회사를 남겼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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